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어떤 사람이 아인슈타인만큼 똑똑하고, 빌 게이츠만큼 재산이 많더라도
무인도에 표류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가 흔하게 이용하는 택배 서비스조차 그에겐 절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마치 공기 중에 있는 산소처럼,
우리는 깨닫지 못한 채 사회 안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
클릭 한 번으로 택배가 오기까지
누군가는 인터넷 쇼핑 사이트를 만들었고
누군가는 물건을 만들었고
누군가는 그 물건을 배달해 주었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 몸을 덮어주는 모포부터
어른이 되고 운전할 때 느껴지는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까지
나를 지원해 주는 '내가 하지 않은 것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비유하자면 사회는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간 '하나의 요리'와 같다.
그 안에는 트러플처럼 귀한 재료도 있지만
물처럼 흔한 재료도 있다.
하지만 물이 흔하다고 해서 요리 안에 들어 있는 물을 천(worthless)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각각의 식재료는 풍미를 올려주거나 식감을 살려주는 등 서로 조화가 되어 각자의 역할을 한다.
결국 '직업에 귀천이 없다'라는 말은 요리 안에서 식재료가 각각 서로 돕는 존재로서 귀(valuable)와 천(worthless)이 없는 것처럼 '사회 안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누구든지 본질적으로 대등하다'는 의미이다.
치열한 노력으로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은 당연히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런 사람 역시 사회 안에서 받은 보이지 않는 도움과 대등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A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쓰레기통을 눈앞에 두고도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청소는 어차피 청소부가 할 일이야'
'그거 하라고 돈 주는 거잖아?'
B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터널에서 발생한 유치원 버스 전복사고에서 아이들을 구출하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사고가 났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도리야'
'돈을 주고받기 이전에 본질적으로 우리는 똑같은 사람이잖아?'
나는 과연 A에 가까운 사람인가, B에 가까운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