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선생님을 통해 난 어떤 것을 느끼는가?
오늘은 금요일, 야학수업 가는 날이다. 친구가 저녁에 연극보러 가자는 제안을 야학때문에 거절해 야학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습관처럼 7년째 외대역 근처 야학에 가서 수업을 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꾸준하게 자원봉사를 하는게 참 대단하다고 말하는데, 내가 얻는게 얼마나 많은지 잘 모를 것이다.
처음에는 교사를 하다보면 말을 잘 하게되고 다양한 경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 기대한 것처럼 검정고시를 준비하시는 60대 여성들에게 수업을 한다는 것은 정말 신세계였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60대 여성들에게 맞추어 수업을 한다는 것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고 이전에 공부를 해본적이 없어서, 학생분들이 이해력이 부족한 편이다. 수업시간에 전화를 받으시거나 엉뚱한 질문을 하시기도 한다. 성격이 무척 급하고 내성적인 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수업을 한다는 것은 정말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였다. 가끔 수업할 때 당황하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버벅거리면서, 수업연차가 쌓여가니 점점 편해졌다. 대신 이전만큼 즐겁지 않고, 그만두고 모임이나 공연을 보는데 좀더 시간을 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나이드신 학생들이 단체생활을 하다보면,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학생들의 간염을 우려해 우리 야학도 처음에는 2주만 쉰다고 하더니, 연장해서 1달동안 수업을 안했다. 처음 1,2주는 야학을 안 가니 좋았는데, 3주차가 되니까 허전했다. '아 나는 아직 그만둘까 아닌가보다. 계속하는 대신 더 열심히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때가 내 야학생활의 전환점이다.
이번 수업과 저번 수업은 내 강의능력은 거의 비슷하지만 6개월 전, 작년, 첫 해와 분명 다르다. 모의수업 때는 선배교사들 앞에서 바들바들 떨면서 수업을 하지 않았던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해도 나는 이렇게 크게 발전하고 있다!
첫 해에는 내가 가르친 어머님이 유명하지 않는 대학이라도 들어가는 게 좋았다. 두 번째해부터 '이분들이 젊었을 때, 공부했으면 지금 삶이 훨씬 더 나았을텐데...'하는 서글픈 생각도 들었다. 이전에는 내가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야학을 하면서 뒷받침해주지 않는 사회구조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공부도 때가 있다는 말처럼 나도 현재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결심한다.
내가 좀더 차분하고 배려하면서 어머님들이 학생들이 더 이해를 잘하게 되었다. 만족스러워 하시고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서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다. 1년에 1번하는 후원행사 때 졸업생들이 내가 이전보다 편안해보인다고 말하신다. 첫 해 가르쳤던 학생뿐만 아니라, 졸업하신 분들한테도 듣는다. 이렇게 난 발전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더 편안해지고 야학생활하는 게 더 즐거워진다. 특히, 2년전부터 중학교 담임을 맡아서 그런지 느끼는 게 많다. 미처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챙기면서 더 많은 것을 느낀다.
야학생활을 한다하더라도, 다시 지겨워질 때가 있다. 다른 일에 시간을 쏟다보면 내가 좀더 발전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하지만 새록새록 느껴지는 감정들때문에 야학을 계속 한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내 수업과 학생들과의 관계가 중요했다. 작년부터 학생과 비슷한 또래인 엄마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으니까 우리 엄마도 어머님들처럼 기억력이 떨어지고 애기같아지는 구나. 학생분들한테는 그렇게 친절하게 대하면서도, 내 엄마한테는 잘 못하는구나' 하면서 말이다. 요즘 책독립출판에 관심이 많은데, 야학에서 가르치는 사회에서 좋은 소재를 발견했다. 내가 이렇게 최선을 다해서 하니까 이런 것도 발견하는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끔 지겨울 때 메르스 사태를 겪고 계속하기로 하면서 한 결심에 대해 생각한다. '이왕 하는거 열심히 하자'면서 나 스스로를 다잡는다. 마치 스님이 도를 닦는 느낌이라고 할까? 절하기, 바닦 닦기, 마당쓸기 등 스님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성심성의껏 하면서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다. 나 역시 야학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내 삶에 적용시키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처음처럼 최선을 다하면 내가 얻는 것이 얼마 많은지 아느냐? 하면서 말이다.
오늘은 금요일, 야학수업 가는 날이다. 야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는 수시로 생각한다. 불금에 약속을 못 하고, 듣고 싶은 강의와 좋은 모임을 포기해야할 때, 야학이 지겨울 때, 일상에서 수업에 써먹을 것을 발견햇을 때, 학생분들께 오랜만에 연락을 왔을 때, 내 30대를 돌이켜볼 때 등등 야학이 얼마나 나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지 새삼 느끼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야학 선생님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오늘 수업 역시 어떠할지 기대되면서도 굳이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쌓여서 나를 더 단단하고,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줄 것이다라고 확신한다.
ps. 제가 속한 상록야학 신입교사 모집이 곧 시작됩니다.
며칠 후 포스팅하겠지만,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시네요~! 정말 의미있으신 일을 하시네요 화이팅입니다!!
와우~~
야학! 무아지경으로 갈 때도 있습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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