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종북주의자와의 끝장 토론기 (1) - 논리와 종교
스팀잇 유저 분들 모두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꽤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그간 글을 올리지 않았던 건, 스팀 가격이 떨어져서도, 회사 일이 바빠서도 아니고, 일주일 동안 목숨을 걸고 어떤 분과 키배를 떴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팀달러가 0원이 되어도 이 곳에 제 글 읽어주시는 분만 있으면 글을 씁니다. 혹시 오해하시는 분은 없으셨기를 바랍니다.
제가 활동하는 비공개 경제 동호회에는, 북한을 옹호하는 글을 자주 쓰시는 분이 계십니다. 어떤 사상을 가지냐는 본인 자유입니다만, 이 분은, (1) 북한의 핵무기가 민족의 핵무기이며, (2)북한은 실제로는 매우 부강한 나라이고, (3) 미국이 북한에게 굴복할 것이며, (4) 북한이 곧 아시아의 패권국이 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해오셨는데요..... 북한이 2000년 대 초반에 스텔스기가 있다거나, 북한의 군사력이 미국 위라거나 이런 주장을 매우 진지하게 하시더군요. 여기 반대되는 의견을 말하면 밑도 끝도 없이 그냥 친일파라고 하십니다. 그냥 무시하려다가 결국 몇 가지 사건을 기점으로 정말 끝장 토론을 벌이고 말았네요.
꽤 욕을 많이 얻어먹었습니다. 이 분은 거진 제 아버지 뻘이신데다가, 그 동호회에 친한 분들도 많거든요. 논리적으로 이 분의 글이 틀렸다는 걸 아시는 분들조차도, 제 태도를 문제삼는 경우가 왕왕 있었죠. 하지만 여하간 이 토론은 이 아저씨가 자신이 쓴 글을 전부 지우고 잠적하는 것으로 끝나긴 했습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속이 시원했겠냐...... 너보다 스무살 어린 사람이 네가 쓴 글을 잡고 늘어져 아주 망신을 준다면 기분이 어떻겠느냐고 질문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아마 언젠가는 제가 이런 행동을 했다는 걸 후회할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래도 지금은 솔직히 기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이 토론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고, 어쨌든 처음에는 절 비판하시다가도 나중에는 제 편을 들어주시는 분도 많더군요. 덕분에 이 좋은 날씨에 주말에 데이트도 안 하고 글만 썼지만 어떤 의미로든 봄 날씨에 어디 놀러갔다온 것보다는 더 큰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기 올린 글을 여기에도 공유하니, 혹 관심이 있으시면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편의 상, 이 경제 동호회에서 북한 옹호 발언을 하시는 분은 B로, 이 경제 동호회의 장으로 유용한 글을 자주 올려주시고 이번 사건에서 제 편을 들어주신 분은 A로 지칭하겠습니다.
논리와 종교
거짓말의 진화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인기를 끈 단어가, “인지 부조화”와 “확증편향”입니다. 즉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을 취합해서 보는 것이지요.
예전 한 사이비 종교 단체가 있었습니다. 그 종교 단체의 교주는 날짜를 특정해서 종말이 온다고 예언했죠. 한 기자가 이 종교 단체에 잠입합니다. 교주가 예언한 날까지 이들과 함께 생활한 기자는, 신도들을 눈 여겨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신도들은 다들 비장한 각오로 불벼락이 내릴 하늘을 응시했죠. 하지만 지나간 시간이 지나도 당연히 종말은 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경과하자, 종교 단체의 신도 몇 명이 자리를 박차고 나갑니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주는 기도를 하더니 갑자기 무언가를 막 받아 적습니다. 요컨대, 자신들이 기도한 덕분에 신이 세계 종말을 늦추어졌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신도들은 그 말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 종교는 계속 유지가 됩니다. 이게 확증 편향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렇게 믿어야 지금껏 자기가 그 종교에 쓴 돈과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은 것(북한을 헤게모니를 쥘 강대국으로 남겨놔야 지금껏 B님이 쓴 글에 든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은 것이 됩니다)이 되고, 동시에 앞으로도 자신들만이 구원 받을 거라는 안심(다른 건 모르겠지만, 난 북한 주도의 미래가 올 것임을 미리 알고 있고 그래서 남들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하고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이건 제가 예전에 쓴 <영화 미스트> 리뷰에서 왜 폐지 줍는 노인들이 박근혜를 위해 태극기 집회에 참가했는지 그 이유를 분석한 것과 동일합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인생 영화 <미스트>, 스티븐 킹 가라사대 "인간은 원래 별로라네."
사람은 의미를 찾습니다. 특히 당장 남들 눈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손에 쥐지 않은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산업화 시대를 지배층의 지도 이념에 따라 개돼지처럼 일하면서 보냈음에도, 지금 손에 모아 놓은 재산도, 훌륭하게 자라 준 자녀들도 없는 사람은, “너희는 조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소중한 존재야.”라는 의미 부여가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여전히 박근혜를 위해 태극기를 듭니다.
이념의 색깔은 상관없습니다. 내가 미래 통일 조국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와 관련하여 남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으니, 내가 미래에 다가올 북한 주도 사회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남들보다 잘났다는 이 생각은,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분들이 가진 믿음과 구조적으로 동일합니다. 그리고 마치 광주 민주화 운동을 북한 특수부대들이 획책했다는 말도 안 되는 선동과 같이, 이 믿음에 반하는 모든 증거는 왜곡된 거짓 취급을 당합니다.
저는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제 글을 읽고 나서도 B님은 생각을 바꾸지 않으실 겁니다. 왜냐하면 이건 B님의 이념이자 종교니까요.
B님은 이미 자인 하셨습니다. “일단 믿어라”는 종교입니다. 반면 증거가 있거나 또는 합리적인 추론이 선행되어야 믿는 것이 논리입니다. 그리고 일단 믿기 시작해도 매번 합리적인 의심을 멈추지 않으며, 반하는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 생각을 바꾸는 것이 바로 논리입니다.
왜 과학자들은 불교를 높게 평가할까요? 달라이 라마는 티벳 불교의 핵심 교리인 윤회가 거짓이라는 증거가 나오면 티벳 불교를 바꾸겠다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종교는 그렇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타임머신이 나와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사실이 없다거가(그냥 예일 뿐이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마호메트가 하늘로 승천한 적이 없다는 걸 직접 두 눈으로 본 사람이 나와도, 또한 세상 만물은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그저 진화의 산물이라는 증거가 나와도, 종교를 가진 사람은 자기 생각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게 논리와 종교의 차이입니다.
이 같은 논리와 종교의 차이는 A님과 B님이 각자 쓰신 글의 수준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A님은 자신이 열심히 쓴 글도, 여기 반하는 증거가 나오면 언제든 그 내용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A님처럼 스마트하지는 않습니다만 지난 번 토론에서, 목함지뢰에 대한 상당히 신빙성 있는 반론이 나오자 어느 정도 이를 수용했습니다(기억하시겠지만 이 논쟁에서 제가 화난 이유는, 자기 생각에 반하는 주장을 피는 모든 사람을 프로파간다에 세뇌된 것으로 취급하는 B님의 관점이지 목함지뢰가 아닙니다). 천안함 역시도 명확하지 않아서 이에 대해서는 토론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B님은 그런 적이 없죠. 모든 결론은 늘 북한 킹왕짱입니다. 기승전결 북한 최고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쟁점과 관계없이 무조건 북한 최고입니다. 그리고 여기 반대하는 주장을 대면 친일파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B님에게 북한이란 존재는 기독교인들에게 “예수”와 동등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왜 한쪽은 논리를 말하고 왜 한쪽은 종교를 말하나
이 같은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요?
첫 번째. 이념의 탈출은 보통 지능 순서입니다. 위대한 철학자 막스 베버가, 젊어서 맑시즘에 빠지지 않는다면 가슴이 없는 것이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맑시즘을 믿으면 머리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B님이 좋아하는 푸틴 역시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소련 공산주의를 그리워하지 않으면 마음이 없는 사람이지만 공산주의를 지금도 하려고 하는 사람은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고요.
B님은 당시 과연 무엇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만 80년대 그리고 90년대 초 강철 서신을 읽고 전투적으로 학생 운동을 하며 북한까지 방문한(또는 동독에서 공산권 인사들과 교류한) 사람들 상당수는 북한의 실체를 본 뒤 방향을 틀었습니다. 누군가는 벤처 사업가가 되었고, 또 누군가는 인기 스타 강사로, 또 누군가는 뒤늦게 고시에 합격하여 이 사회의 기득권이 되었죠. 최선을 다해 부딪혀보고, 틀렸다 싶으면 다시 다른데 머리를 쓰면 그만입니다. B님보다 훨씬 머리가 좋고 친북활동을 많이 한 사람들은 왜 우수수 떨어져 나갔을까요?
두 번째. 지성보다 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생각을 바꾸었을 때 무엇을 잃어버리느냐의 문제입니다. A님은 어느 날 북한이나 김정은이 정말 최고라는 증거가 나온다면, 그날부터 북한 최고라고 말하면 됩니다. 왜냐하면, A님에게 북한이 최고인지 아닌지는 그냥 fact이자 수단의 문제일 뿐이니까요.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사태가 급변되어 북한이 개방되면 전 직장 그만두고 변호사업도 때려 치고 북한 갈 겁니다. 장사해야 되니까요. 필요하면 김정은 앞에 삼천배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B님은 모든 증거와 무관하게 결론을 바꿀 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B님에게 “나는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북한의 실체를 안다.”는 그 자체로 삶의 존립 근거이기 때문입니다. B님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나는 북한의 실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선각자다.” 이외에 다른 어떤 자부심을 가지고 계십니까? ‘종전 내가 북한에 대해 말하던 것은 다 소설이다.’라고 인정해버리면, 자신이 남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안심하던 것이 그냥 상실된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이는 인생에서 이리저리 치인 기독교인이, “너희들은 죽으면 다 지옥 갈 거지만 나는 천국 갈 거임.”이라고 생각하며 남겨 둔 마지막 자존심과 같습니다. 또는 자기 삶의 가치를 직함에서 찾으려는 중년 남성들과도 흡사하죠.
물론 이 같은 확증편향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A님 역시 정치에 있어서는 수구꼴통적인 확증 편향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만약 A님이 쓰시는 글에 반하는 합리적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A님이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코멘트로 일관하신다면 그것은 확증편향이 맞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A님은 북한에 대한 평가를 함에 있어 종합적인 자료를 고려한 뒤, 논리적 인과관계라는 툴을 바탕으로 인과관계가 분명한 주장을 전개하고 계십니다.
모든 주장은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확증편향에 불과하니, 각자 그냥 자기 생각대로 살면 된다는 그런 생각은, 각 주장이 가진 논리적 완결성 차이를 도외시한 것입니다. 마치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도식과, 그냥 아무렇게나 그려 놓은 그림이 동일한 가치를 지녔다고 말하는 것과 같죠. 비록 현대 의술이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어린 아이를 수두 투성이 지체 장애로 만드는 안아키와 같은 급으로 놓을 수는 없습니다.
살아가는 방식은 제각각이고 정답도 없습니다만, 외부에서 발생하는 쟁점에 대한 각자의 주장은, 이 같은 논리적 인가관계의 존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리 평가되는 것입니다.
논리와 종교를 가르는 개연성, 즉 인과관계라는 것은 무엇인가
A님은 2008년 이상의 경제 위기를, B님은 북한에게 굴복한 미국이 주일미군을 철수시킨다고 예측하십니다.
왜 아직 경제 위기가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어 저는 A님을 탓하지 않는데, 주일미군이 철수하지 않는 것에 있어서는 B님에게 혹독한 비판을 가할까요? 게다가 전 A님 글에 따라 금값 폭등을 예상하고 금광주 3X ETF를 샀다가 천만 원 이상을 손해 보기까지 했습니다. 반면 B님 같은 경우, 제가 댓글을 달며 B님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전 저에게 어떤 피해도 주신 적도 없죠.
그것은 A님이 말하는 경제 위기는 인간은 어느 날 똥을 싼다와 같이 합리적 개연성을 가진 시나리오고, 주일미군의 철수는 인간은 어느 날부터 초능력을 쓴다 수준의 개연성 낮은 이야기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 수준 차이를 그저 각자 생각 차이라고 말하는 것은 후술하겠지만 대단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어떤 주장을 입증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겁니다. "1 + 1은 2"와 같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과학적 방법론으로 “검증 가능한” 툴을 쓰는 것이죠. 쉽게 말해 실험실에서 비커를 드는 겁니다.
하지만 정치나 사회의 흐름을 예측하는 것은 워낙 변수가 많고 이 변수들을 모두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동양인들은 미국에서 독보적으로 공부를 잘 합니다. 하지만 동양인이 날 때부터 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잘 하는 것인지 아니면 환경이나 문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동양인이 태생적으로 머리가 더 좋다는 걸 입증하려면 모든 동양인과 흑인 아기들을 부모로부터 격리시켜서 완전히 동일한 환경에서 키워야 합니다. 흑인이 미국에서 사는 동네는 보통 학군이 나쁘며, 흑인들 문화 자체가 지식인을 경멸하는 데가 있으니, 흑인은 날 때부터 머리가 나쁘다는 주장은 쉽게 펼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같은 사회 현상의 분석과 미래 예측은 실험이 아니라 논리적인 툴에 따라 개연성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바로 인과관계가 얼마나 되는가, 즉 어떤 사건을 설명하는 데에 있어 이유를 설명하는 방법을 최소화할 수 있는가 입니다. 다른 모든 요소를 배제하고서라도 결과가 같으면(위의 예를 들면 백인 입양 가정에 자란 인종 간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 차이가 어느 정도인가) 등을 통해 보면 논리적 개연성을 확보하고 일반적으로 더 확률이 높다고 생각되는 이론을 채택하는 것이죠.
근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그렇게 논리적으로 인과관계를 분석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신천지 교주인 이만희가 역병이 창궐한 지역을 방문해 통성기도를 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근데 다음 날부터 그 지역에 병세가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왜 병세가 약해졌는지를 설명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 이미 노약자 등 약한 숙주가 대다수 사망했다
- 그 사이 창궐한 병에 대한 항체가 발생했다
- 정부에서 투입한 의료진과 의약품이 이제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4. 이만희가 이곳을 방문했다
가장 비합리적인 설명은 4번입니다. 하지만 신천지를 믿는 사람들은 4번을 들며, 왜 이만희를 믿지 않느냐고 주장할 것입니다. 북한을 정찰 중이던 미군 정찰기가 한 번 북한 전투기들과 조우했다는 사실로, 바로 북한이 2000년대 초반에 스텔스 기를 개발했다는 B님의 논리 전개가 이와 유사하죠.
미국을 포함한 기술 대국들이 스텔스기를 개발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썼으며, 세계 제 2의 경제대국인 중국조차도 러시아의 조력이 없었고 산업 스파이가 미국 기술을 탈취해오지 않았다면 스텔스 기 개발을 장담할 수 없었던 사례 등을 볼 때 미군 정찰기가 한 번 북한에게 감지되었다는 사례로 바로 북한이 스텔스 기를 개발했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논리 비약입니다(물론 0%는 아닙니다, 만약 미군 정찰기가 탐지되는 사례가 누적될수록 확률은 점점 높아지겠죠).
한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예전 저는 "비트코인이 금이라면 리플은 달러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주된 요지는 미국 정부를 위시한 유대 자본이 달러를 리플로 대체할 음모를 획책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십거리 수준의 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공교롭게도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 제가 글을 쓴 직후 리플은 16배가 뛰었습니다. 저보고 돈을 줄 테니 리딩을 해달라는 사람 천지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제 글은 A님에게 아주 혹독하게 까였습니다. 도입부가 맞지 않기에 아예 읽을 가치가 없다는 평가까지 받았죠. 그럼에도 제가 A님 말을 수용했던 것은 그 비판이 맞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왜 리플이 폭등했을까요?
- 일부 세력이 전자화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시세 펌핑을 해서
- 여기 혹한 대중의 광기가 정점에 올라서
- 메이저 금융권이 국제적인 송금 시스템에 리플을 쓰기로 합의해서
4. 미국이 달러를 리플로 대체할 계획이라서(or 모 변호사가 리플이 상승할 거라고 어제 예언해서)
역시 가장 비합리적인 설명은 4번입니다.
종교를 가진 사람은 결과만 나오면 이 비합리적인 4번에 모든 것을 때려 맞추지만, 논리를 가진 사람들은 사건이 터지기도 전에 1, 2, 3번을 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바로 경제 위기에 대한 A님의 분석과 같죠. 왜 크건 작건 경제 위기가 찾아올 수 밖에 없을까요?
- 경제 위기 이후 천문학적으로 찍어낸 화폐로 인한 자산 폭등
- 비용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 트럼프 리스크 등 미국의 정치학적 변인
이 3개를 가지고 경제 위기를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틀릴 수도 있습니다. 미래 예측은 변수라는 것이 워낙 많으니까요. 근본적으로 물리법칙의 영역이 되기 어렵죠. A님이 언제가 될 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나, 인간은 언젠가는 똥을 싼다는 말씀을 하시지만 어느 날 제가 길을 걷다가 김정은이 날린 핵을 맞고 흔적도 없이 소멸되면 저는 그 날부터 영원히 똥을 안 싸게 됩니다. 내일 달 크기 만한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 대 멸종기가 도래했습니다. 경제 위기는 이제 필요 없는 담론이 됩니다.
하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 그것은 매우 낮은 가능성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추론을 바탕으로 도출된 결론이라면 비록 미래를 단정적으로 예견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이를 귀담아서 들어볼 필요는 있습니다.
근데 종교를 가진 사람은 여기 4번을 집어넣습니다. B님의 경우는 북한이지만, 통일교를 믿는 사람은 문선명의 예언이 되죠.
- 경제 위기 이후 천문학적으로 찍어낸 화폐로 인한 자산 폭등
- 비용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 트럼프 리스크 등 미국의 정치학적 변인
4. 북한 주도의 세계 질서 하에 자본주의가 붕괴되기 때문에(or 문선명의 예언 등등등등등등등등 지구에 존재하는 사람 숫자만큼)
이건 논리 전개는 주한미군 철수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만약 트럼프가 어느 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말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세계 경찰 국가로서 자국의 역할을 축소시키자는 미국 내 여론 고려
- 외교에 있어 외줄타기를 하는 남한에 대한 보복성 조치 및 다른 동맹국에 대한 경고
- FTA나 방위비 재협상에 있어서의 수단
4. 미국이 북한을 두려워해서
B님은 만약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면 모든 게 4번 때문이라고 말씀하실 겁니다. 하지만 1, 2, 3을 배제할 수 없는 이상 이 같은 주장은 인과관계가 약합니다.
B님이 예측하시는 미래는 워낙 과격하기 때문에 현실로 도래할 가능성도 극히 적습니다만 아마 저 중 하나라도 맞아 떨어진다면 그것은 아까 말한 것처럼 이만희가 역병이 창궐하는 지역을 방문하고 다음 날부터 역병의 세가 줄어드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하지만 B님이 이 같은 논리를 수용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금 50돈을 두고 주한미군이 아닌 주일미군의 철수를 걸자고 한 것입니다(물론 내기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수락했을 뿐이죠)
제가 예측하기로 적어도 5년 내에 주일미군이 철수할 이유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이 예측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만약 저와 B님의 미래 예측을 끝까지 동등한 수준으로 남겨 두고 싶으신 분은, 이 글 마지막에 누가 보아도 제가 아주 불리한 조건의 내기를 제시할 테니 여기 응해주시면 됩니다. 일단은 마저 더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계속)
초반 부분만 읽고 나중에 읽기 위해서 남겨두었지만,
님의 글과 입장을 지지합니다.
(혹시 전후반이 반전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참고로, 유사한 저의 의견 두개 올립니다.
https://steemit.com/kr/@steamsteem/4kcj12
https://steemit.com/kr/@steamsteem/c4s3b
시간을 가지고, 님의 글들을 다시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결론까지 읽을 시간을 못내었지만, 끝까지 읽어보고 싶은 글이라 다시 표시 해 둠.
글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종교가 하나 더 있기는 합니다. 논리적인 논쟁에서도 나이가 어리면 져줘야하는 종교지요. 처음이 어떤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씀하실 때 그 종교가 떠오르더라구요.
ageism 이라고 하지요... 꼰대주의 ㅜㅜ
그거 한국에 밖에 없는 특이한 종교죠 ㅋㅋㅋ 사실 한국식 나이 시스템처럼 신기한 것도 드문거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Hello you, What a great inspirational story! Thank you for sharing it with us!
흥미진진합니다ㅋㅋㅋㅋㅋ
본인만의 뇌피셜로 살아가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지요ㅋㅋㅋ
스팀잇에도 꽤 있는 걸로
ㄷㄷㄷㄷㄷ
너무 많아서 문제죠 ㅋㅋ 사실 저도 가끔 그러기도 하고
재미있네요.
잘 읽고 갑니다.
오래만에 뵙습니다 ^^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처럼 님의 글을 만나 반가운 마음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종교와 과학 간의 논쟁이라고 봐도 무방할런지요. 제게도 그 어렵던 갈등에 어느 정도 실마리를 발견했던 것은 인류의 인지발달 이론에 기댄 해석이었습니다. 고등종교의 출현 이전까지 대다수 인류가 도달한 인지 수준은 마술적(혹은 주술적) 사고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고등 종교의 출현은 2500~2000년 전 쯤에 당시로선 획기적인 새로운 인지수준으로 도약한 인류의 스승들 덕에 인류는 신화적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합니다. 물론 그분들의 뜻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수많은 성직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았었구요. 여튼 그 인지 수준은 과학과 검증으로 대표되는 합리적 사고가 나타난 17세기 쯤 한 단계 더 올라서게 됩니다. 20세기에 들어 의지처를 잃어 버리고 치닫던 합리는 그것에 대한 반성으로 방황하는 포스트모던의 시기를 겪고 21세기 들어 드디어 인류는 그것들을 통합하고 점프하는, 그래서 과거의 인류에겐 인간이 신이되는 초월적 인지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동시에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는 단세포 생물에서 세포분열을 거쳐 태아가 되고 대단히 미숙한 채로 세상에 나옵니다.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선 대체적으로 자아가 형성되고 발달하면서 마술적, 신화적, 그리고 미숙하나마 합리적 사고 수준까지는 청소년기를 마치면서 진전을 하는 것같습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이마저도 어려운 경우도 있고 혹은 개인에 따라 여러 영향 아래 마술적이든 신화적이든 거기에 머물러 있는 분도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가 있건 각자의 내면에는 발달의 과정과 역사가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사안에 따라 매우 합리적, 심지어 초월적이던 분도 어느 순간, 마술적인 사고에 사로잡히거나 퇴행하는 것을 볼수 있습니다.
지금 적은 내용에 부족한 점은 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때문입니다. 다만 어느 정도 공감을 하신다면 상대와의 인지수준의 부조화 가운데서 소통하는 것,쉽지 않아 보입니다. 해서 대개는 말문을 닫게됩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고등종교의 출현 이전과 이후라... 하긴 지금보면 야만의 산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종교 역시도 세계를 어떻게 기승전결의 틀로 설명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원시 종교에 비하면 한참 위였겠군요. 획기적인 인지 수준이라...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 세계관은 실은 철학자나 고대 종교의 발명품에 불과한 경우도 분명 많을테니. 그걸 넘어 모더니즘으로, 다시 포스트모던으로 그리고 초월적 인지 수준으로 간다... 매우 흥미로운 글입니다(제가 쓴 스팀잇 시리즈에는 스팀잇이 그 역할을 상당 부분 해낼 수도 있다고 보는 견해가 적혀있습니다).
아마 인간의 발달이라는게 모두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디 저 태평양 섬에는 비행기는 고사하고 화물신앙 같은 신화가 횡행하고... 그런 걸 보면 인류의 발전이란 소수의 사람들이 인지 능력을 확 올리면서 되는 게 아닐까 싶군요.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오래 전 시대에 머물러 자신이 믿는 것만을 보며 사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 제가 장문으로 그 사람을 비판하고 댓글을 달자, 이 경제 동호회에서 이름 석자 남기고 싶어 그 분란을 만들었느냐고 하시던데, 정말 순수하게 못해서였죠. 어줍잖은 지적 허세에 헛 똑똑인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대단히 고통스러웠네요. 왜 그냥 남의 의견인데 그랬을까. 그 순도 100퍼센트의 무지가 싫었을지요?
여하간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뭘 느꼈는가 적고 싶지만 그건 나중에 올려보겠습니다. 고생한 걸 나름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런데 .. 그 분은 왜 그런 나라에 가시지 않는건지 ..
제가 오죽했으면 국경이라도 가서 내기 하자고 말했겠습니다 ㅋㅋ
암이 걸릴것만 같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반복해야될 때 드는 자괴감이 있는데, 힘드셨겠습니다.
왜 이런 특정인 저격글을 썼냐는(그것도 아버지뻘에게) 비판이 많았고, 누군가는 이름 석자 제대로 각인시키려고 쓴거 아니냐고 그랬는데 그냥 보는 제가 암에 걸릴거 같아서... 동기는 그 답답함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리플 이야기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 그때 정신이 잠시 홀려서 리플을 샀어야했는데... ㅋㅋㅋ 미래의 가치보다 투기수요가 몰리기 딱 좋은 여러가지 요소가 있다는 그 부분을 통찰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ㅋㅋㅋ 비이성적인 근거에서도 흥미로운 사실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좀 더 자신을 갈고 닦아야할 것 같네요.
어렸을 때는 주어진 상황을 객관적이나 논리적으로 이해하지 못해서 문제될 때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사실 사람은 합리적인 동물이 아닌데, 투자든 연애든 인간관계든 합리적이라는 걸 전제로, 여기 어긋나는 걸 잘 못 견뎌서 문제될 때가 더 많네요.
그런 점에서 전자화폐 붐에 편승했던 사람이 더 고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용기는 필요랬지만.
용기있는 사람들은 실력이 모잘랐으면 이번 하락장에서 수익을 반납했겠죠. 투자란 용기랑 실력이 둘 다 필요한 일인 듯합니다.
절대적으로 맞습니다 ㅎㅎ
와우....
글 안 쓰셔서 걱정했습니다.
저 역시도 어제 어떤 종북주의자님과의 꽉 막힌 토론으로 매우 답답했었죠. 저는 그 분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습니다. 말이 통해야 말아죠...
ㅎㅎ
오랜만입니다 ㅎㅎ 얼핏 보니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군요;;
지금 올린 편은 서문에 가깝고 이따 밤에 제가 심혈을 기울여 종북주의자들 주장의 허구성을 분석한 본문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다크핑거님이 쓰시면 더 잘 쓰실 수 있겠지만... 바쁘실테니 ㅎㅎ 귀찮은 종북주의자 대응이 필요하시면 복붙해주세요
귀 닫고 자기 글만 쓰는 사람인지라....
풍류판관님의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이 명확하기에
권하지 않겠습니다. ㅎㅎ
말은 통하는 사람과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