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보상 후기 : 스팀 생태계의 매력
안녕하세요. 저는 뉴비 철학자입니다. 1주일 전에 스팀에 첫 글을 써서, 오늘 첫 보상을 받았습니다. 처음이라 잘 몰라서 스팀파워 100%로 글을 올렸더니, 제겐 7.67SP가, 큐레이터에겐 $8.92가 지급되었네요. 글을 올린 뒤 댓글로 @hukyong74님과 @dakfn님의 안내를 받고, 그 뒤로는 50:50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첫 보상을 받은 기념으로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가입 후 소개가 없었으므로 짧게 제 소개를 합니다. 저의 닉네임은 '철학자'인데 자칭이 아니고 실제 그렇습니다.
궁금하시면 여기에 똬아~ 네, 저는 철학과 미학을 가르치고, 인공지능을 주제로 책도 썼고, 현대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글로 먹고 삽니다.
제가 스팀잇을 알게 된 건 아주 최근입니다. 그런데 알게 되자마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저는 2017년 말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동아시아, 2017)를 출판하고 신문, 잡지, 방송에 기사와 인터뷰가 나고, 또 많은 곳에 강연을 하러 다녔습니다. 인공지능 시대를 성찰하는 와중에 두 가지 궁지에 몰렸습니다.
1) 첫째는 일자리와 경제 문제. 인공지능이 육체적 지능적 분야 모두에서 인간의 일을 대신하게 되면, 인간에게 남는 일은 무엇일까 하는 문제입니다. 기본소득이 얼마간 대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이 주제는 추후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기본소득이 생기더라도 좀비처럼 근근히 생존만 유지하는 상태가 된다면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만, 딱히 디지털 부익부빈익빈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이건 경제 시스템 전체가 달린 문제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스팀잇을 보고, 아 뭔가 조금이나마 해결책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2) 둘째는 정치제도의 문제.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게 될 정부나 기업은 결국 일반 시민들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말로만 민주주의이지 일종의 '디지털 귀족정치'가 도래할 것 같았습니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에서도 가진 자들의 대잔치가 펼쳐질 것으로 보였던 것이지요. 민주주의는 1인 1표로 투표권을 행사하지만, 이재용이 1표만 행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민주주의가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무너질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 저는 이 두 궁지를 돌파할 힌트를 스팀 시스템에서 찾았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차차 포스팅하겠습니다.)
둘째, 저는 평생을 글을 써왔습니다. (지금은 학문에 매진하느라 그만두었지만 한때는 대치동에서 글 쓰는 법을 가르치며 살기도 했습니다. 네, 꽤 유명한 논술 강사였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지 않으면 글을 발표할 지면을 찾기가 무척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발표한다 해도 보상이 큰 건 아니지만요(글만 써서 먹고 사는 건 힘듭니다). 하물며 무명 작가(여기서 작가란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을 총칭합니다)의 경우는 발표 지면도, 원고료도 모두 부족하기 짝이 없습니다. 게다가 블로그나 소셜미디어(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글을 써도 보상이라곤 '좋아요'나 '추천' 정도밖에 없고, 거기서 비롯되는 '명성'으로 별도의 돈벌이 궁리를 해야만 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20년 가까이 개인 홈페이지('철학과 문화론')를 운영해 왔습니다. 블로그라는 게 생기기 전이어서, 개인 비용으로 호스팅 서비스와 도메인을 구입해 운용해 왔는데(이 비용 만만치 않습니다), 철저하게 사회 봉사 차원이었습니다. 한국 사회는 글을 쓰는 데 대한 공헌을 인정하는 데 너무 인색했습니다. 또는, 작가들을 포함한 창작자들을 너무 착취했습니다(네이버만 배부르는 구조).
--> 많은 분들이 이런 인식 아래 스팀으로 옮겨오게 되는 것 같아서, 더 긴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돈' 얘기로 시작했지만, 저에게 사실 글을 쓰는 일은 누가 말려도 계속할 일입니다. 어디에 쓰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그런데 앞으로는 '스팀잇'에 쓰기로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글을 써도 현재 4500명 이상에게 노출되는 상황이어서(오늘자 페친 3115명, 팔로우어 1458명) 플랫폼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일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계획으로는 "1) 개인 홈페이지는 기념으로만 남겨두고 내용은 쏙쏙 빼서 스팀잇에 채운다, 2) 페이스북은 짧은 글과 휘발성 있는 긴박한 글만 쓰고 조금 긴 진지한 글은 스팀으로 링크한다"라는 방향으로 가려 합니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스팀은 1주일이 지나면 박제되고 봉인되는 특성을 갖고 있기에, 스팀잇은 어찌 보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책임 있는 글'을 저장하는 도서관 같은 곳이 될 것입니다. 글쟁이로서 저한텐 이런 곳이 좋습니다. 물론 즉각적인 보상은 덤입니다(덤이 꽤 큽니다).
많은 작가들(프로와 아마추어 모두)이 마음 단단히 먹고 좋은 글들을 스팀잇에 남겼으면 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경제와 정치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고안하고 또 실행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이 내용들은 제 포스팅의 핵심 주제일 겁니다). 스팀잇은 그만큼 놀랍고 혁명적이고 매력적인 플랫폼이자, 생태계입니다.
제 소개를 겸해서 1주일 간 느낀 스팀잇의 매력을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스팀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결합된, 지금까지는 유일하게 실체가 있는 서비스이고, 현재 선두에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미래와 비슷하십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4.0, 민주주의 4.0을 만들 근간이 이런 지식 큐레이팅을 통한 Proof-Of-Brain이라 봅니다.
맞습니다. 다양한 욕망들이 살아 꿈틀거리는 충만한 신체.
POB 참 멋진 표현입니다. 팔로하고 많이 배우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근데, 두번째 궁지와 관련해서 나중에 포스팅하실 내용이 궁금해졌습니다. 스팀잇은 대놓고 1인 1표가 아닌, 1스팀 1표를 표방한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이재용이 1표를 행사하는 척 할 필요없이 갖고 있는 만큼 표를 던질 수 있는 곳이고, 스팀잇 외부에서 가진 자들이면 언제든 스팀잇에서도 바로 같은 계급으로 옮겨 앉을 있는 구조인데, 어떻게 인공지능 시대의 민주주의 붕괴를 막을 돌파구가 될 수 있을 지 궁금하고, 흥미로운 내용이 전개될 거 같아 기대도 됩니다. 팔로우 하고 갑니다, 좋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
핵심을 잘 짚으셨다고 봅니다. 지분(스팀파워)이 투명하게 공개된 상황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 가능할 것 같은데, 더 생각해서 포스팅하겠습니다.
맞팔하며 배우겠습니다.
입성 축하드립니다^^
팔로우하구 써주시는 좋은글 많이 읽겠습니다~
환영 인사 고마운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
반갑습니다. 앞으로 기대되네요~.
고맙습니다. 반가워요.
초보라서 아직 스팀에 익숙지 않군요..팔로우하고 많이 배워야 할 듯합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함께 좋은 곳으로 만들어 가요.
진짜 기록보관소를 옮기시는 거네요 ^^
이사에 시간이 좀 걸릴 듯요^^
이재용의 한표가 한표가 아니라는 말이 굉장히 크게 와닿네요. 다시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실지 기대가 됩니다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
고맙습니다.
많이 연구해서 공유하겠습니다.
아.. 뭔가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그동안 제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을 깨우치게 하는 글이네요. 가입하고 두어달을 눈팅만 하고 살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댓글을 달게 되었습니다. 스팀잇이 이렇게 혁신적인 미래지향성을 갖고 있을지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잠자던 뇌세포를 일깨워준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쿠, 고맙습니다.
눈팅족(?)들도 스팀잇을 발전시켜 가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들을 발굴하는 데 함께하고 계시니까요.
들뢰즈의 철학과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철학
스티밋을 발견하셨군요~~
딱 그겁니다!
관련된 글을 써서 책도 내볼 생각입니다.
조연: 니체^^
저, 초인에 대한 글 썼었는데,, ㅎㅎ
개인의 sovereignty 에 관해서요. 링크 걸어놔도 될까요?^^ (질문이 아니었음...)
https://steemkr.com/kr-newbie/@ddd67/4-sovereign-individual
하하. 읽어볼게요.
기존 소셜에 많이 소홀해지고 있네요. 기존 사업자들 긴장되겠는데요.
동의해요. 이런 플랫폼은 그 자체로 혁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