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혁명과 철학 (학술대회 스케치)
지난 번에 예고했던 대로 2018년 5월 18일~19일에 걸쳐 '1968년 50주년 _ 철학, 혁명을 말하다'라는 학술대회가 연세대 외솔관 101호에서 열렸습니다. 발표자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이틀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학술대회 자리에 있었습니다. 오간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는 건 무리여서 발표자의 사진들로 대신하고, 끝에서 제 발표의 핵심 문장 몇을 소개하는 식으로 정리해 보려 합니다.
자료집
첫째 날.
개회사- 한국프랑스철학회장 황수영(홍익대),
뒤에 있는 분이 1부 사회자 김은주(부경대)
1발표: [사르트르와 68] 사르트르의 복수 - 변광배(한국외대)
2발표: [알튀세르와 68] 혁명의 과소결정?– 진태원(고려대)
3발표: [데리다와 68] 데리다의 탈-구축 – 주재형(연세대)
4발표: [페미니즘과 68] 프랑스‘여성해방운동’의 발전과 왜곡과정- 강초롱(서울대)
전체토론: 혁명, 주체, 구조, 사회: 박기순 (충북대)
둘째 날.
5발표: [68의 역사] 독일과 프랑스의 68, 그 결정적 전환점- 정대성(부산대)
6발표: [라캉과 68] 구조는 거리로 나와 어떻게 되었나?- 최 원(단국대)
7발표: [푸코와 68] 68혁명에 대한 푸코의 경험- 도승연(광운대)
8발표: [들뢰즈-과타리와 68] 무의식을 생산하라 - 김재인(서울대)
9발표: [바디우와 68] 바디우와 ‘붉은 시대’ - 장태순(덕성여대)
전체토론: 철학, 혁명을 말하다. 사회: 김상환(서울대)
전체토론 다른 컷
포스터
제 사진은 연출샷입니다. 발표하면서 찍을 수가 없어, 시작 전에 참석자 한 분께 부탁드려 찍었습니다. 또한 마지막 전체토론 두 컷도 페친 분들이 올린 사진을 업어왔습니다.
학술대회는 발표장이 넘쳐나서 보조의자까지 만석인 상태로 이틀 모두 이어졌습니다. 제가 앞쪽에 앉아서 청중들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찍기엔 부담스러워 인증샷은 없지만, 아무튼 매일 200여명이 참석해 호황이었습니다.
내용에 대한 스케치는 너무 방대해서, 제가 발표한 내용(들뢰즈)의 몇 대목만 아래에 기록해 놓겠습니다. 학술대회 결과는 가을에 책으로 출판된다고 합니다.
나는 이 글에서 이 책의 핵심 주장인 ‘무의식은 심리적이지 않으며, 관건은 무의식을 생산하는 일이다’라는 주제를 해명하려 한다.
“1968년 5월에 들뢰즈는 리옹 대학에서 가르쳤는데, 학생 운동에 금세 아주 동조했다. 그는 신경을 곤두세웠는데, 대학에서 공개적으로 운동에 지지를 표명하고 총회와 리옹 학생 시위에 참가한 드문 몇몇 교수 중 하나였다. 심지어 그는 운동 현장에서 활동한 유일한 철학과 교수였다. 그는 강의를 놓지 않으면서도 전적으로 동감했으며 귀 기울였다. 들뢰즈는 실제로 운동에 완전히 동조했다. 1968년 5월 10일 금요일, 박사 지도교수인 모리스 드 강디약이 리옹에 있는 들뢰즈의 집에 왔을 때, 들뢰즈의 두 아이 쥘리앙과 에밀의 발코니에 붙은 포스터들과 붉은 깃발들과 플래카드들이 강디약을 맞이했다. (중략) 피로가 너무 심해서 들뢰즈는 의사와 상담할 정도였는데, 의사는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예전 결핵이 재발해서 폐 하나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고 진단했다. 그는 즉각 병원에 입원해야 했지만, 1969년 1월로 연기된 논문 심사를 망치지 않으려고 수술을 받지는 않았다. (중략) 박사논문 심사를 통과한 후 들뢰즈는 매우 심각한 수술인 흉부 성형수술을 해야만 했다. 이 수술 탓에 들뢰즈는 폐가 하나만 남았고 죽을 때까지 반복되는 관류(灌流)와 호흡 곤란을 선고받았다.”(프랑수아 도스, 『들뢰즈-과타리 교차 전기』)
혁명이란 무엇이며, 혁명적 생성이란 무엇일까? 이 문제를 공간 문제로 바꿔 보자. 홈 파인 공간이 있을 때, 그 홈을 따라 살아가는 것은 삶의 한 방식이다. 공간에 홈을 파 하부구조를 건설한 자들의 의지에 맞게, 이미 나 있는 길로만 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홈들을 가로지르면서 매끈한 공간으로 만들려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모가 난, 튀는, 제멋대로인 사람이 꼭 있다. 이들은 기존에 홈을 판 사람들의 의지를 항상 훼방하고 거스른다. 일부러 그러려고 의도하는 건 아니더라도, 실천으로 이미 그렇게 행동한다고나 할까? 혁명이란, 아주 간단히 말하면, 기존에 파인 홈을 가로지르면서 매끈한 공간으로 만들려는 실천이다.
들뢰즈의 실천철학에서는 제멋대로 사는 게 권장된다. 우리가 어떤 목적을 품었다고 해서 그 목적대로 세계가 흘러가지 않는 이상, 나 좋을 대로 사는 게 차라리 낫다. 이런 삶의 방식은 무책임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 사회가 돌아가고 역사가 진행되어 온 이치에 부응하는 행동방식이다. 자연은 목적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개념이 ‘도주’이다. 제멋대로 사는 것, 세상 규범을 따르지 않고 자기 규칙을 만들어서 따르는 것, 이런 것이 도망가는 것, 빠져나가는 것, 새어나가는 것, 즉 ‘도주’이다. 도주는 능동적인 실천이 아니다. 애쓰지 않으면 곧 잡혀 죽거나 노예가 되니까, 어쩔 수 없어서 도망가는 것이다. 쫓기는 상황에서 목숨만이라도 부지하려고 어떤 식으로든 애쓰는 것이 도주이다. 도주라는 말에는 절박함, 어쩔 수 없음, 위험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이상 @armdown ('아름다운'으로 읽어요) 철학자였습니다.
아름다운님 철학에 대해 1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읽어보면 좋은만한 책이 뭐가 있을까요?
조만간 스팀잇에 철학 입문 연재하겠습니다.^^
(에헴 버전과 가즈아 버전 둘로 나눠서 해보려 해요.)
다 이해를 못했지만 마음대로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다라는 말씀이죠? ㅎㅎ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그게 더 좋지요.
thanks @armdown
stylegold님이 armdown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해당글은 보상거절글입니다. 보팅은 뉴비를...stylegold님의 『오마주』 프로젝트 8차 (부제: 숨겨진 글 발굴하자!!)
가을까지 기다렸다가 책을 구입해야 겠네요^^. 못가서 참 아쉬운 학회였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