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 명품 매장 뒤편에서 찾은 찰나의 평온

in #kr13 day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여러분, 스팀잇에 각 잡고 글을 쓰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네요. 지난주에 한국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사람으로 북적이는 관광지나 귀가 터질 듯한 홍대의 클럽 대신, 서울 강남의 청담동, 일명 '청담도(섬)'라고 불리는 곳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솔직히 예전에는 이곳에 대해 '비싸다', '성형외과가 많다', 혹은 '재벌들이 자주 찾는 곳' 정도의 인상만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도장 깨기 하듯 바쁘게 돌아다니는 여행 대신, 이 소문난 부촌을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공기에서마저 돈 냄새가 나는지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SD1.5_00197_.png

그날은 날씨가 참 좋았고,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세먼지도 없었습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 쪽에서 천천히 걸어왔는데, 청담동 메인 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세상이 갑자기 조용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길 양옆으로 가지런히 늘어선 은행나무 잎은 서서히 노랗게 물들고 있었고, 이곳에는 명동처럼 면세점 할인 쿠폰을 든 아저씨들도,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호객 방송도 없었습니다. 이따금 조용한 럭셔리 카 몇 대가 소리 없이 미끄러지듯 지나갈 뿐, 엔진 소리마저도 의도적으로 억눌러 놓은 것 같았습니다.

저는 화려한 명품 거리를 피해 옆에 있는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런 고급 주택가 뒤편에는 종종 가장 흥미로운 작은 가게들이 숨어 있거든요. 저는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서 미니멀한 느낌의 카페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입구에는 흔한 간판조차 없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어느 집의 개인 차고로 착각하기 십상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에어컨의 시원한 공기와 커피 콩의 향기가 훅 밀려왔습니다. 가게 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옷차림이 단정한 중년 여성 두세 분만이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죠. 핸드드립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창밖으로는 근사한 바다 풍경 대신 담쟁이덩굴로 덮인 붉은 벽돌담과 얼룩진 전선 몇 가닥이 전부였지만, 가끔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음속의 팽팽했던 긴장감이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청담동을 서울, 나아가 한국 패션과 권력의 심장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오히려 세상과 단절된 듯한 소외감이 느껴지더군요. 돌이켜보면 수십 년 전만 해도 이곳은 그저 조용한 주택가에 불과했지만, 지정학적으로 주요 정재계 기관들과 가깝다는 이점과 고부가가치 산업의 밀집으로 인해 오늘날의 금싸라기 땅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죠. 이곳의 역사는 책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저렇게 낮고 조용하지만 극도로 값비싼 건축물의 선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문득, 이곳 사람들은 모두 점잖게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제가 부산 바닷가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소주를 들이켜던 그 투박함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곳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일종의 '절제', 즉 럭셔리함을 디테일 속에 숨겨두는 의도적인 태도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자리에 앉아 이런 외적인 꼬리표들을 모두 떼어내고 나면, 사실 우리가 즐기는 오후의 따스한 햇살은 모두 똑같다는 점이죠.

저는 그 카페에 꽤 오랫동안 앉아 햇빛이 벽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욕망과 돈이 끊임없이 흐르는 이 도시의 중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시간의 흐름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이 사치는 명품 가방과는 무관한, 오히려 마음가짐에 더 가까운 것이겠죠.

여행이란 때로는 이런 것 같습니다. 반드시 이름난 곳에 가서 내가 여기 왔노라 증명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가끔은 이렇게 차갑고 도도한 곳에서 할 일 없는 방관자가 되어보는 것도, 바쁘게 쫓기듯 살아오며 들떠 있던 평소의 내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 문득 여러분께 묻고 싶어지네요. 여러분은 여행을 가실 때, 왁자지껄하고 꼭 인증샷을 남겨야 하는 핫플레이스를 더 선호하시나요, 아니면 저처럼 사람 없는 구석진 곳을 찾아 멍하니 사람 구경하는 것을 더 좋아하시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Sort:  

What kind of experience did you have inside the minimalist cafe you discovered in the quiet alley? Were you able to try their coff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