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생각|D-line] #28. 그때는틀리고지금은맞다
공중파 TV 말고는 딱히 볼게 없었던 시절엔 월요일 아침이면 엊저녁 주말 드라마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하곤 했다. 요즘은 모두가 다른걸 보기 때문에 그럴 일이 없다. 그래서 아주 잘 만든 영화/드라마를 보고 여운이 가시지 않을 땐 별수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리뷰들을 뒤진다. 잘 만들었을수록 읽을게 많고 내 감상에 맞장구를 쳐줄 사람들도 많다. 그러고 보니 몇년전 방영했던 '왕좌의 게임' 시즌6 중에 호도르의 20년은 묵은 비밀이 밝혀지는 에피소드를 봤던 게 생각난다. 비밀을 확인하고 충격과 슬픔에 휩싸인 나는 황망함에 인터넷을 떠돌다 해당 에피소드의 소위 '리액션' 영상을 보게 됐었다. 나보다 몇시간 앞서 에피소드를 봤던 사람들 -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거나 눈물을 쏟거나 욕설을 내뱉으며 더이상 영상 찍기를 거부하는, 그 수많은 사람들을 목격하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일이었다!
좀전에 근 2주간 몰아보던 Sense8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끝냈다. 인생드라마를 꼽아보라 하믄 한손 안에 들어올 만큼 강렬한 작품이었지만, 좀처럼 인터넷에 읽을 게 없다. 그런데, 한편한편 에피소드를 거듭하면서 나도 모르게 공감할 사람들을 찾기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품어왔던 모양인지, 놀랍지가 않다. 솔직히 '몇년 전의 나'였다면 오글거림, 문어체, 과잉 연출 등이 난무하는 것도 모자라 모옵시 불편한 장면**들이 툭하면 튀어나오는 이 드라마를 끝내기도 힘들었을 것이고 (사실 예전에 한차례 시도했으나 시즌1 에피1에서 포기) 리뷰를 뒤적거릴 필요도 없었을 것.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Sense8이 제작된 사실 자체가 놀랍고 고마울 뿐이다. 게다가 시즌3 제작이 무산되어 시즌2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얘기라도 대충 얼버무리기 위해 만든 2시간짜리 특별 에피소드가 불과 세달 전에 공개됐었다 하니, 드라마를 감상하기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을 이만한 타이밍도 없었다...
#여러분센스8봅시다!
#후방몹시주의
**Sense8 에는 설정-성별도 인종도 쓰는 말도 각기 다른 8명이 생각과 감각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상 노골적 성애 묘사가 무척 많다. 그래서 그부분만 과도하게 부각되고 홍보되고 소비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Sense8의 궁극적 지향점은 인식의 확장이고, 연결된 8명은 확장된 인식의 상징일 뿐이다. 그게 극적으로 드러난 장면이 하나 있다. 8명중엔 인도에 사는 제약회사 직원인 '칼라'와, 케냐에 사는 버스운전사 '케피아스'가 있다. 케피아스의 어머니는 HIV 바이러스 감염환자이지만 좋은 약을 구하기가 어려워 병세가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 칼라의 남편은 바로 칼라가 근무하는 제약회사의 사장인데 유통기한이 지나 약효를 보증할수 없는 약들까지 재고처리를 이유로 계속 유통시키고 있다. 어느날 칼라는 남편의 부당한 재고처리를 알게되고 남편에게 우리 가족이 입원해도 그런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며 항의한다. 남편은 그런 약들은 전량 인도에서 멀리 떨어진 '제3국'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절대 그런일은 없다며 칼라를 안심시키려 한다. 칼라를 통해 처음부터 남편의 듣고 있던 케피아스는 "like Kenya?"라고 되묻는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균열을 내는데 이보다 좋은 방식이 있을까 싶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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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넷플릭스 오리지날이군요. 넷플릭스 가입해야하나... ^^
넷플릭 오리지날 중에 볼게 많아용. Sense8 말고도 House of Card, Stranger Things, Mind hunter.. 등등이 유명하고요.. 저는 아직 안봤지만 Narcos 도 괜춘하다고 들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