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사람, "2019년엔 더! 친해지길 바래~"

in #kr6 years ago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안 된 시점. 2019년의 방향성을 논하는 글들이 한창 눈에 띌 시기입니다. 워낙 많은지라 손 가는대로 클릭한 몇 가지만 읽어봤는데요. 그 후 생각해본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새해 첫날(현지 시간 기준) [Crypto’s 2019 Goal: Technology People Can Use]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내놓았습니다. 글자 그대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뜻이죠.
(일단 링크를 걸어두긴 했습니다만… 월스트리트저널 구독을 해야 전문을 볼 수 있다는 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원글의 주제&맥락과는 별개로, 저는 제목으로 쓴 표현 자체에 동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Crypto’s Goal’이라 썼지만, 조금만 넓게 보면 블록체인 기술이 지향해야 할 연간 목표로도 안성맞춤이라 보거든요.

새해마다 듣곤 하는 “올해는 oo해야지~”라는 덕담(이라 쓰고 압박이라 읽는)스러운 말이 아니라… 2019년은 정말이지 블록체인의 향후 입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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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나도 몰러~"

저는 보통 새로 개발 중인 특정 플랫폼이라든가 서비스, 혹은 개별 뎁(DApp)에 대한 이야기를 관심 있게 보는 편인데요. 새해도 됐겠다 눈좀 돌려보자 싶어서,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사무실’에 대한 글을 좀 읽어봤습니다. 낯선 용어들이 꽤 있어 시간은 좀 걸렸지만, 어찌어찌 완독에는 성공했네요.

생각해보면, 기술 발달이 사람들의 일터 풍경을 바꿔놓은 건 이미 몇 번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이라든가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것 말이죠. 같은 맥락에서 보면 블록체인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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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출처: 네이버웹툰 <가우스전자>)

업무라는 건 일상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죠. 즉, 업무 환경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대중화에도 꽤 굵직한 획을 긋게 되는 셈입니다. (… 물론 기왕이면 노는 쪽으로 뭔가 나오는 게 더 좋겠습니다만… 대의(?)를 위해서라면…)

‘인프라(Infra)’를 바꿀 수 있다면 그 기술은 사람과 훨씬 빠르게 친해질 수 있는 법입니다. 물론 그만큼 험난하기 짝이 없는 가시밭길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통화 시스템의 개혁을 꿈꿨던 비트코인을 생각해보세요. 결제수단이라는 건 대중의 삶에서 뗄래야 뗼 수 없는 요소입니다. 모든 사람이 의식주+@를 자급자족으로 해결하지 않는 이상 말이죠. 이걸 바꿀 수 있다면 그야말로 ‘혁명’이 될 테고, 블록체인 대중화도 이미 ‘게임 끝’이나 다름없게 되겠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아직 갈 길은 까마득해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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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보이는 데까지 가기도 빡센데 그게 끝일지 아닐지도 모르니 환장할 노릇

독일연구협회(DFG)의 후원으로 연구를 진행 중인 세바스티안 파우스트(Sebastian Faust)라는 학자가 블록체인 기술의 현황과 향후 과제에 대해 이야기한 글을 봤습니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는 초당 최대 수만 건의 거래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데 비해, 비트코인의 경우 초당 최대 7건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하죠. 네… 뭐… 숫자야 좀 달라질 수도 있긴 하겠지만, 일단 대충 봐도 다윗과 골리앗을 뛰어넘는 미스매치라는 건 알겠네요. 한 마디로, 지금은 게임이 안 된다는 거죠.

그는 위 글을 통해 “블록체인에는 탈중앙화와 같은 뚜렷한 강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발달해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시스템 효율성을 대폭 높이는 것과 강력한 보안성을 지키는 것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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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느낌이지만…
아이스크림 튀김도 해냈는데 언젠가는 되지 않겠어요?

이쯤 되면 이 분야의 연구자 혹은 전문가라 불리는 분들은 답답한 심정일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허들이 잔뜩 쌓여있는데, 대중들은 “당장 쓸 수 있을만한 것 좀 내놔봐!”라고 아우성치는 꼴이니까요. 하지만…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느 한쪽 편에 서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에게 있어 블록체인은 어떤 의미일까요? 오래 전에 등장한 개념에서부터 시작해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미래를 바꿔놓을 획기적 기술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될까요. 아무튼 그분들에게 있어 블록체인의 성공적인 안착은 삶의 ‘목표’이며 ‘비전’일 수도, 혹은 이미 ‘일상’의 한 부분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다릅니다. 기껏해야 몇 년 정도 전부터 들어왔던 하나의 트렌드일 뿐이고, 여전히 왜 친해져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굳이 없어도 잘 살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특별히 시선을 사로잡는 ‘실체’가 없다면, 과거 많은 것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흘러가는갑다~”하고 말지도 모를 일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그 혜택(물론 공짜는 아니지만)은 사람에게 돌아가게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기술의 발전 과정을 팝콘 먹어가며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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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본분이 있는 법이니까요.
그게 꼭 소 키우는 게 아니어도.

‘어차피 내 일은 아니니까…’라는 식으로 뒷짐지고 쉽게(feat. 4가지 없게)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사실 ‘실용적 사례’라는 말도 굉장히 추상적인 글자 나열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나 서비스가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 두드리면 뙇! 하고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최소한, “블록체인을 도입해 실생활에서 불편했던 oooo을 개선해보려 하고 있다.”라거나, 혹은 “이렇게 해봤는데 효과는 별로 없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라는 식의 시도시행착오에 대한 이야기라도 다양하게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거라면 올 한 해 블록체인과 사람 사이가 조금은 더 친해질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뭐, 한편으로는… 이야깃거리 끄적이는 걸 삶의 낙으로 삼는 입장에서, 새로 이야기할 거리가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