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어른들이 모두 돌아가시면

in #kryesterday (edited)

얼마전, 마지막까지 시골을 지키던 집안 어른이 돌아가셨다. 그리고 남은 건 다 해봐야 국산 소형차나 중형차 한 대 값 정도쯤 될까 싶은 재산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창고지만 실제로는 낡은 주택이 올라가 있는 대지 몇 평, 도보로 접근하기도 힘든 산 속의 임야 몇 평, 1930년 생이 꼬부라질 때까지 농사를 짓다가 힘들어 그만 둔 뒤에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아 현황 임야로 변해버린 전답 몇 평.

소유의 든든함보다는 관리의 부담감이 더 큰 재산들이라 누구도 욕심내지 않았고, 팔아서 나눠갖자는 의견에 이르렀다. 아직 부모님 세대에서 알아서 할 일이었지만 그래도 어른이라고, 나한테까지 의견수렴은 들어온다.

그냥 파세요. 저는 그거 제가 상속받아서 가끔 마당에 텐트라도 치고 한번씩 자고 가고 싶은데, 와이프는 원래 그 쪽 시골 싫어하기도 했고, 돌아가신 어른 생각나서 더 그렇게는 쓰기 싫다네요. 아무래도 가끔이라도 관리가 필요할 것 같은데 저희 집에서 두 시간 거리라서 자주 가기도 힘들 것 같고.

의견수렴은 원래가 의미없는 일이고, 변덕은 원래가 흔한일이라 계약서 쓰고 계약금을 입금받은 직후까지 미련이 있던 누군가가 위약금을 내고 매도를 취소하자고 했다. 부모님 세대에서 가장 그 땅에 애착이 많고 고인을 그리워하는 분이 맡아서 가져가기로 하신 것이다. 조부모님 찾아뵈러 매년 가던, 이미 마당에 잡초 우거진 그 곳은 우리 부모님 아닌쪽에서 가져갔기에 '내 가족'과는 인연이 끊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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