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자전거를 사려던 밤에

in #kr2 months ago

몹시 춥다가, 다소 잦아든 밤. 겨울의 끝무렵에 봄 냄새가 살짝 나던 주말밤이었다. 중고장터에 올라온 초등생용 2만원짜리 중고 자전거.

집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환승대기까지 포함하면)60분 거리.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도로를 달리면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

비니모자를 덮어쓰고 장갑을 두 겹 챙겨 집을 나섰다. '아이가 훌쩍 커 버려서, 이번엔 60만원짜리 자전거를 사줘야 하는데 애가 여럿이라 통장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는 너스레를 들으면서 자전거 여기저기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확인한다.

'이거 바로 타고 갈 수 있는 거 맞죠?'

트레드는 거의 닳았지만 운행에는 문제없다는 말을 듣고 몇년만에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는다. 나는 체구가 작은 어른이지만, 역시나 어린이용이라 내겐 좀 작다. 코 끝에 매운 강바람과 강 너머 조명이 은근 잘 어울린다. 어릴 때 살던 동네를 좀 닮았다.

끝까지 펴지지 않는 무릎과 충분히 접히지 않는 무릎과 보며 엉그적 엉그적 삐걱거린느 구부정한 척추를 느끼며 운행 끝에 현관을 열고 외친다.

자전거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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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2학년인데..체구가 큰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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