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하우스]에서 배우는 회의 잘 하는 법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젤라입니다.
제 취미 중 하나는 '미드 시청' 입니다. 1시간이 넘는 지하철 출퇴근에서 큰 재미죠.
오늘은 의학 미드의 레전드 중 하나인 '하우스'에서 배운 점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에버노트에 글감에 대한 아이디어를 하나 써놓고, 한마디씩 붙여나가는 방식으로 글을 쓰는 데 내 생각을 쓰다보니 경어체가 아님에 대해 읽는 분들의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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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하우스의 회의를 보자!

며칠 전 회사에서 제공하는 사이버강의 수업에서 브레인스토밍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브레인스토밍의 취지는 매우 좋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해내기 위한 회의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브레인스토밍이 만능 회의법은 아니다. 수단은 목적에 맞게 활용될 때만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일례로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를 하고자 한다면 브레인스토밍 방법은 적절한 단계에서, 적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야 한다. 왜 그런 것인지 아래의 문제 해결을 위한 아젠다가 있을 때 일반적인 브레인스토밍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회의 아젠다 : 우리 병원에 환자가 왔습니다. 이 환자는 복통을 호소하고, 간 수치가 일반인에 비해 매우 높습니다.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요?

내가 즐겨본 미드 중에서 '하우스'라는 것이 있다. 그레고리 하우스라는 의사를 리더로 한 실력있는 의사 집단이 '진단의학'을 소재로 환자들의 병을 치료해가는 과정을 각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해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비중을 크게 두는 장면은 바로 의사들간의 회의다. 이들은 환자의 증상을 토대로 다양한 병에 대한 진단을 의심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의사 뿐만 아니라, 조직(팀)을 구성해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의사들의 회의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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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브레인스토밍의 시작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레인스토밍 회의법을 한다고 해보자. 나의 경험을 토대로, 회의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하다가 배가 산으로 가는 경험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아가지 못한 결과다.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 질러대는 게 브레인스토밍이 아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적절한 진단이 필요하다. 적절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마구잡이로 했다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경험, 나만 느꼈을까?

처음 나온 치료법 : 간에 독소가 퍼져 점차 기능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독소가 퍼진 간을 제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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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거법으로 가기 위한 단계로써

'하우스'에서도 물론 브레인스토밍 회의법으로 병의 원인들을 파악한다. 지금까지 나타난 증상을 보일 수 있는 모든 병명을 화이트보드에 기록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브레인스토밍은 가능성이 의심되는 모든 병명을 열거하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진행된다.
그들이 비로소 논쟁을 벌이기 시작하는 시점은 브레인스토밍 이후다. 이 때 사용되는 방법이 지금까지 열거된 모든 병명을 하나씩 소거해 나가는 방법이다.
우리의 목적은 환자가 아픈 원인을 제거하는 데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도 좋지만, 근원에 가까워지기 위한 short cut을 찾아내야 한다. 브레인스토밍을 했는데 단 2개의 후보군만 떠오른다 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원인에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 후보인가이다.

중간과정 : 간에 독소가 퍼진 것은 현상입니다. 우리는 독소가 퍼진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간에 이런 독소를 퍼뜨릴 수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A의 원인으로 독소가 생길 수 있습니다. B 또한 원인으로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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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는 하나씩!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열거된 병명 중 소거법으로 지워나갔더니 결국엔 A와 B가 남았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A와 B 병을 모두 의심하고 한번에 두 병을 치료하기 위한 처방을 같이 내리면 될까? 만약 A와 B병에 대한 처방약이 서로 충돌을 일으킨다면?
우리는 아직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A 또는 B 병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하나씩 테스트해보기로 하자. 환자의 증상을 지켜보면서 A 처방이 효력이 없다면 처방을 바꿔 B에 대한 처방을 해보는 것이다.
이 테스트 방법을 'A/B 테스트'라고 부른다. 과학실험에서도 매우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모든 변인들의 조건을 동일하게 통제한 다음 조작변인 하나만 다른 차이를 두는 것이다. 실험의 정확성을 위해서다.

결과 : A에 대한 처방을 먼저 해봤는데 차도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B에 대한 병이 확실합니다. B에 대한 처방으로 병을 치료하게습니다.

(※ 미드 하우스의 문제 해결 과정을 굉장히 거칠게 요약했기 때문에 의학 전문가가 본다면 뭔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의.알.못(의학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의학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점이기 때문에 양해를^^.)


여기서부터는 회의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몇 가지 추가해 봄.

회의 자료는 미리미리!

이렇게 그레고리 하우스의 진단의학팀은 환자를 살려내는게 모든 에피소드의 핵심이다. 천재적인 두뇌를 활용하며 팀을 성공으로 이끄는 하우스에게도 꼭 필요한 사전 단계가 있다. 그것은 바로 회의 준비 단계다.
회의에 사용될 자료는 미리미리 준비되고 분석되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천재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증상만을 토대로 병의 원인을 추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내 가설이 맞는지 철저하게 검증하는 과정도 들어가야 한다.

보고를 위한 보고.

실제로 회사에서 근무를 하는 경우, 보고를 위한 회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달 실적을 나열해두고 팀원들이 줄줄이 읊어나가고, 팀장은 그에 대한 피드백(..이라 쓰고 갈굼이라 읽는다)을 한다. 한 시간을 그러고 회의를 끝내면... 과연 우리에겐 무엇이 남는가? 아마 팀장의 피드백(?)으로 인한 스트레스만 잔뜩 생기지 않을까?
실적표를 읽지 못하거나, 해석할 능력이 없다면 모를까, 그냥 보고서를 읽는 행위는 회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자료는 미리미리 준비를 다 해놓고 회의 참석자들에게 공유를 해놓자. 회의실에 해당 자료는 미리 파악해두고 들어오라고 말이다. 그리고나서 회의실 안에서는 문제점이나 이슈에 대한 원인분석과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생산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

모든 직장을 비롯해 학교나 심지어 가정에서도, 회의를 하면 대안은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비판만 하는 사람이 꼭 있다. 비판이 나쁜 것은 아니다. 심지어 데블스 에드버킷(Devil's Advocate)이라는 의도적 반대 입장을 취해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하는 회의도 있다.
비판을 할 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하여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 폄훼해서도 안된다. 비판을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은 건전한 비판이다. 비판을 하는 사람과 받아들이는 사람은 모두 비판을 통해 새로운 합의점을 찾거나,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서 또 다른 과정이 필요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적자생존

회의를 했으면 회의에 대한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회의록 작성이다. 회의록에 작성할 얘기가 없다고? 그건 회의가 그만큼 잘못 되었다는 증거다. 회의록을 작성하다 보면 일단 쓸 데 없는 얘기가 줄게 된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참가자도 있겠지만, 보통 회의록 작성을 위해 기록하는 것을 보면 말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말수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회의록을 작성하면 나중에 상대방이 말을 바꾸기 어렵게 된다. 계약서에 싸인이 되기 전까지 모든 조건은 가변적이다. 회의는 보통 이런 변동성을 줄여나가는 과정이 된다. 변동성을 줄이고 이를 서로가 합의해가는 과정에 필요한 것이 회의록이다.


<요약>

  1. 회의에서 브레인스토밍을 남발하지 말자.
  2. 회의의 시작(준비/분석)과 끝(회의록)을 잘 챙기자
  3. 건설적인 비판을 하고, 받으들이자.

미드 하우스에서 회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 그걸 기반으로 회의를 잘 하기 위한 저만의 생각도 좀 추가해서 정리해봤습니다.
댓글 언제나 환영이며, 보팅&팔로우 해주시면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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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경수종양 에피소드 정말 재미있게 봤던 미드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음.. 그 드라마에 나오는 의학용어들이 너무나 어려워서.. 단어만 듣고 어떤 에피소드인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네요 ㅎㅎ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으려고 열었다가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

미드 '하우스' 팬이시군요^^ (웃음을 찾으신 포인트가 어딘지 알 것 같아요 ㅋㅋ)
요새 직장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통한 회의에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좀 진지충이 되어 하우스를 바라보게 되더라구요^^

정말 정성이 많이 들어간 포스팅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래요정 바람돌이가 하루에 한가지 소원만을 들어주는것처럼
짱짱맨도 1일 1회 보팅을 최선으로 합니다.
부타케어~ 1일 1회~~
너무 밀려서 바쁩니다!!

회의 관련 글 연재 중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팔로우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uti 님의 좋은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네 저도 열심히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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