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밀린 숙제가 아니었습니다.
전 스스로 돈을 모으고,
다른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가는 캐리어 없이 배낭만을 짊어진 채 여행을 떠났습니다.
오랜 시간 준비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여행 중에 다가오는 많은 것들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더 다르게 여행을 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습니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현재.
저는 남들과 다른 여행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그 이유는 여행이란 경험을 값지게 이용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취업, 인간관계 등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의 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만능열쇠처럼요.
만능열쇠를 만들기 위해 전 여행에서 항상 고민했습니다.
'어디가 좋았더라' 하는 여행담이 아니라
'어디를 갔는데, 무엇을 봤고 어떤 느낌을 받았으며 이런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는 여행담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를요.
남들과 달라야 하는데, 어떻게 다른지 스스로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은
결국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여행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존중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활동인데,
왜 굳이 전 그 가치를 더 높이려고 그리 아둥바둥하였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헛웃음만 나옵니다.
저 또한 남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여행을 할 뿐인데, 왜 남들과 다른 여행을
하려고 진지함에 파묻혀 다녔을까 싶었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떠났기에 제 여행은 무거웠으며,
가볍지 않았기에 새로운 느낌과 감정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베를린에서 묵었던 한인 민박에서 사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여행은 밀린 숙제가 아니다.
이 말을 통해 전 제 여행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움직이려 애를 썼고,
이전엔 가지지 못했던 경험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른 여행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저는
밀린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웠던 공식을 써 내려가는 학생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저는 한인 민박 사장님을 통해서 저의 부족한 점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됐고,
고개를 더욱 숙일 수 있게 됐습니다.
나를 위해 떠나는 여행은 그 누구도 참견할 수 없고, 비웃을 수 없습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용기가 필요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한발 물러설 줄 아는
여유를 부리기가 얼마나 어렵던지요.
다만, 행복해지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제시하고 있는 방법들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밀린 숙제'처럼 생각하고 있진 않은지를 곰곰이 생각할 시간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행 밀린 숙제가 아니라 먼저 해야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여행이야 말로 진정한 힐링이죠.
그걸 잘 느끼고 왔답니다.
여행 정말 너무 좋아요.
오는대로 바로 또 다음에 갈 곳을 생각하게 되는..ㅋ
나만의 여행 즐겁게 하고 오셨나봐요. ^^
네 너무 좋았습니다.
외로운 적도 있었고, 안 좋았던 일도 있었습니다만,
그것 조차도 너무 좋았습니다.
저도 여행을 가게 된다면 민박집 사장님처럼 밀린 숙제가 아니라는 걸 계속 생각하며 그냥 자연스럽게 느끼면 느끼는대로 안느끼면 안느끼는대로 지내야할 것 같습니다 ㅎ
꼭 원하시는 대로 이루어지길 바래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