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마녀 사냥일까

in #kr7 years ago (edited)

최근 머리가 아플정도로 정리 해보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미투. #metoo, 나도.

20대 초반의 나는 마른 몸매에 머리가 단발에서 조금 긴 정도였다. 덕분에 바람이 불면 흡사 마포 대걸레같은 꼬라지가 되서 어떤 여사친은 걸레라는 별명을 붙이고 전철에서 연호하는 바람에 그러한 연유를 모르는 승객들에게 이상한 눈초리는 받기도 했었다.

그 당시에는 밤거리를 돌아다녀야 하는 되도 않는 취미 생활을 가지고 있었는데 멀리서 보거나 뒤에서 보면 여자와 같아 보이는 실루엣이어서 가끔은 끈적한 남자의 눈길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게이가 엮인 적도 있었지만 대개는 여자인줄 알고 말을 걸러 다가와서 아닌걸 확인하고 민망해 하는 수준쯤.

그러한 상황을 겪으면서 여성이 평소에 어떤 삶을 사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남성에게 환멸을 느끼며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우겼던 근거가 되었다.

하지만 나도 남자. 여자에 대한 본능이라는 면은 극명하게 존재했고 지나가는 여자를 볼때마다 그들과 같은 눈빛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때는 엄니에게 따지고 싶었다

"왜 날 남자로 낳은거야 ㅠㅠ"

분명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살기 더 불편한 것은 알지만 남자로 태어났음에 자괴감이 폭발할 때도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게이스런 경험이 아니라도 남성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성에 대해 그것이 사랑인지 성희롱인지 모를 담론을 보고 듣는다. 회사 상사나 직장동료, 친구들, 발랑까진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허세로든 진심으로든 여성에 대한 저속한 표현을 하거나 그러한 행위가 구체화되는 모양새를 목격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들은 여성계가 하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한 이해점이 될 것이다.

여자들끼리 나누는 대화는 더 심하다구 들었...

최근 SNS나 방송, 기사들을 통해 보여지는 일련의 미투 사태에 대한 것들을 보면서 상당한 혼란을 느끼고 있는데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루어 분명 부당하겠다 느껴지는 부분은 있으나 너무 광범위해져 가는 마녀 사냥에 참여해야 할지 아니면 더 지켜봐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미투 운동에 대한 간단한 정리는 나무위키에서 인용해보자.

"여성들의 성범죄, 성폭력 피해 공개 운동이다. 경찰, 검찰 등을 통한 정상적인 방법의 해결이 불가능한 성범죄를 대중에 폭로하여 해결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여성이 얼마나 성범죄에 노출되었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짙다. 이제껏 피해 사실을 숨긴 여성들이 '이제부터 성범죄를 더는 묵과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시작"
https://namu.wiki/w/%EB%AF%B8%ED%88%AC%20%EC%9A%B4%EB%8F%99#rfn-1

긍정적으로 본다면 이제까지 음험하고 부당한 힘의 지배 하에 약자들이 당해왔던 행위에 대한 공론화와 가부장적 체계에서 유지되어 여성에게 불리했던 시선도 한층 빠른 속도로 발전 시킬수 있을 것이 기대되고 개개인의 의식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 부정적인 면은 개개인의 인생을 파괴할 정도로 무섭다.

1. 증거의 부재

미투 운동에서 논해지고 있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두 사람만 있는 장소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힘들며 시일이 지나거나 구체적인 행위가 없다면 피해자의 증언만이 유일한 증거가 된다. 즉 주장하는 측의 기억에 의존해 벌어지는 폭로전으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기억의 증거에 의도적이거나 불완전한 기억으로 생략과 왜곡이 들어갈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기억의 허구성
엘리자비스 로프터스

2. 무고의 증명

수면에 떠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나 반박을 증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로 그러한 행위와 관련된 무고한 희생자가 있다는 것은

  • 서정범 교수와 박진성 시인의 케이스
  • 가출소녀 강간 무고 사건
  • 유년시절의 성폭행 기억은 억압된다(미국)
  • 브리언 뱅크스 사건(미국)
  • 미타카 버스 사건(일본)
  • 고텐바 사건(일본)

등 다수의 사례로 입증되며 더 중요한 문제는 무고한 피고의 경우 입증하는 기간 동안 선정적인 부분만 선호하는 언론과 반론이 무시되는 여론에 의해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수준이 되버리고 누명이었음이 밝혀진 경우에도 회복되지 못하고 한명의 인생을 파탄내버리는 케이스도 있다.

3. 마녀 사냥

또한 부적절한 여론형성으로 인해 현대판 마녀 사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데

  • 여성시대 오늘의 유머 회원 성폭행 조작 사건
  • 세모자 성폭행 조작 사건

등의 추이를 보면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비이성적인 여론에 의해 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가 되고 그러한 행태는 당사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주어 현대적인 상식으로 생각하면 아주 비상식적인 마녀 사냥의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 성추행범, 성폭행범이라는 의혹의 낙인이 찍힌 것 만으로 여론의 뭇매를 견디기 보다는 빠르게 포기하는 쪽이 더 편해지는 결과를 나아 진실이 외면될 가능성이 높다.

요약하자면
미투 운동은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왜곡되고 선정적인 모습만 강조되어
중세 암흑기의 마녀 사냥처럼 무고한 피해자가 나올수 있다.

개인적인 제안

미투 운동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부조리를 타파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틀림 없다. 그러나 그 힘은 진정한 약자를 위한 것이 아닌 특정한 집단의 목적을 위해 쓰일 여지가 있고 그 결과 사회적인 갈등과 불신을 심화시킬지도 모른다. 그래서 짧은 시각으로나마 아래와 같은 가이드 라인을 제안하고 끝맺음 내고자 한다.

권력과 이권, 지위를 이용하며 피해를 입히는, 법적으로 풀기 어려운 행위에 대한 사회적 고발을 주로 한다.

인증되지 않은 정보로 무고한 피해자를 만드는 행위는 자제하고 또한 판단의 근거에 대한 명확성을 요구한다.

여성을 가해자로 지목하는 행위보다는 남성이 가해자였거나 가해 현장을 보았다는 용감한 증언을 하는 남성에 의한 역미투 운동을 전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