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
오늘같은 날씨가 좋다. 비가 시원하게 내린 뒤 말끔해진 대기. 숨막히도록 습하지 않고 적당히 촉촉하면서도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 하늘은 잿빛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낄 수 있는 이런 상쾌한 날씨가 좋다.
오늘은 무슨 글을 쓰면 좋을까, 생각을 많이 해봤다. 하지만 이렇다할 소재는 딱히 없었다. 환절기인 탓에 감기에 걸려 골골대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창한 것을 하려고 하면 고민만 하다 끝나는 일이 많다. 어차피 거창한 일을 해낼 것도 아닌데, 무언가 항상 의미가 있어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느낌도 있다.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려고 그러는지 원.
이런 강박증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별로 쓸데없는 글도 쓸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살짝 쌀쌀한 날씨에 훈훈한 김이 올라오는 뜨끈한 차를 마시니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낀다. 행복 역시 거창한 것이 아니다. 행복은 일상 속에 녹아있다. 하지만 정신없이 바쁘게 살 때는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곤 했었다. 그러면서 늘 나는 왜 이리 불행한가 라며 불평과 투정을 부리곤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것은 불행이라기 보다 또 다른 형태의 행복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단순한 사실을 그 때는 알지 못했었다.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에 만족할 줄 알고 감사할 수 있게 되어 스스로 대견하다. 하지만 내게는 꿈이 있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유의미한 글을 썼으면 하는 꿈, 지금 보다 좀 더 많은 소득을 얻었으면 하는 꿈, 사랑하는 사람들과 여행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면 하는 꿈. 누구나가 바랄 법한 그런 평범한 꿈이 내게도 있다. 그리고 그 꿈에 매일 가까워지길 소망한다.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