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코딩을 하게 된 썰 - 2탄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제가 코딩을 하게 된 썰 - 1탄 에 이어서 2탄 글을 이렇게 쓰게되었습니다.

저는 군대를 정보보호기술병이라고 군대가기전 면접도 보고 나름 특기병으로 갔습니다.
컴퓨터/네트워킹/보안 지식이 원래 있어야 하지만 사실 그런 지식은 없었고 면접 전 관련 책 좀 읽고; 아는 척해서 겨우 들어갔습니다.

논산훈련소 - 통신학교를 거쳐 중대에 있다가 한 2주 지나니까 전산실도 구경해보고 앞으로 근무할 곳을 보게 되었습니다. (전산실은 제가 지내는 막사와 거리가 좀 있었습니다)

army

언제나 상상한 것 그 이상을 경험하게 하는 군생활...

저는 사실 원래 성겨이 좋은게 좋은 것, 업무 성과 중심적인 사고, 할꺼 하면 1인분 문제 없다 라는 식의 사고 방식이라서 군생활 및 문화가 적응이 많이 힘들었었습니다. 일을 못하더라도 좀 빡센 척을 한다거나 그런 자세적인 부분이 실제 업무 능력보다도 더 높게 평가가 많이 되기도 하는 특이한 사회되더라구요;

군에 입대 했을 때 당시의 제 코딩 능력이라고 하면 C/C++, Java로 간단한 프로그램이나 학교 과제 정도 해본게 전부였고 사실 무언가를 만들고 싶을 때 만들 능력, 서버, 데이타베이스 등을 활용해서 무언가 만들어본다는것은 저에게 너무나도 먼 얘기였습니다.

이랬던 저에게 동기부여 및 불을 짚이게 된 사건은 되게 사소한 일이였습니다.

행정반이나 전산실에 있는 나름 짬이 좀 되는 선임들이 사용하는 전역 남은 일자를 보여주는 간단한 프로그램 (텍스트 파일 등으로 사람들 정보를 로드하고 저장하고 하더군요)을 사용하는데 당시 저는 이등병이라고 어차피 많이 남았지만 프로그램을 숨기고 보여주지도 않더군요. 더럽고 치사해서 구석탱이에 많은 IT 서적들이 있었는데 (2000년 초반에 나온 책들도 많았고 사실 퀄리티는 별로였습니다) 볼 책도 그거 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주 서는 야간 근무때 책을 보면서 저만을 위한 전역 남은 일자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해서 만들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6 정도는 모든 컴에 있었기 때문에 html파일 하나를 바탕화면에 만들어서 자바스크립트를 공부해가며 만들어봤습니다. 나중에는 여자친구와의 기념일 계산이라던가 여러가지 기능을 더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또 제가 직접 만든거라 더 애착이 가더군요 ㅎㅎ

심하면 일주일에 4번까지도 밤샘 근무(퐁당퐁당 근무라고도 했었는데 24시간 근무하고 다음날은 오후 근무하고 중대에서 자고 다음날 또 24시간 근무를 서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8퐁 근무가 최장 퐁당 근무였습니다 공군은 밤샘 근무 많이 하면 마일리지처럼 휴가도 더 붙여줬다던데 ㅠㅠ) 를 했었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도 많았고 해서 그렇게 밤낮으로 재미있게 이것저것 만들어보면서 공부할 시간이 많았던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공부할 리소스만 남겨두고 이런 곳에 사람을 고립시켜 놓으면 이렇게 됩니다

computer

브라우저가 사실 구려서 인것도 컸지만 아예 저런 계산을 브라우저에서 하지 않고 서버에서 하면 빠르다는걸 알고 php책을 보면서 php를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기존 육군에서 만든 웹앱이나 예전부터 내려오는 그럼 웹서버들 코드들도 참고하고 책도 보면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웹 프로그래밍을 익혔습니다. 또 제 업무는 주로 sql을 작성해서 각종 쿼리를 날려보는 일이 많았기에 sql공부도 좀 되었습니다.

저의 역사적인 첫 sql 쓰기 명령은 한 간부님이 퇴근을 저녁때쯤 하면서 야근 시간때쯤 "근무 종료"를 눌러달라고 부탁명령 하셨었는데 제가 까먹고 안해서 추가근무수당 db 조작으로 해보았습니다.

주작

Php를 공부하다보니 데이터베이스도 연결할 수 있어서 그것도 공부하게 되고 전산실 사람들한테 회원가입을 받아서 서로 전역일 날짜나 생일 도 알려주고 뉴스피드도 있는 등 (뉴스피드에는 근무표, 식단표, 직접 만든 짤방 등 자료도 있었고) 짝퉁 페북을 만들어서 나름 코딩 연습도하고 쏠쏠하게 군생활을 했던 것 같네요. 원래는 병사들만 몰래몰래 요긴하게 쓰고 있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간부들도 은근히 재밌게 눈팅도 하고 있었고 가끔 야간 근무자 중에 사고 친애들 잡으려고 과거 근무표 검색해서 애들 조질때 쓴다거나 했다더군요 ㅋㅋ;

상병 정도 되었을때는 왠만한 업무 군대 업무는 거의 비슷한 업무의 반복이기 때문에 는 제가 스크립트를 다 만들어놓고 웹 UI로 다 만들어놔서 간부님들 요청에 따라 클릭 한번으로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했기에 왠만한건 1초컷 나름 업무 시간에도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거나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등을 할 여유가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정말 일을 하고자 하는 간부님들은 제가 야간 근무가 언제냐며 물어보시고 일을 많이 준다거나 하셨고, 군기나 자세를 중요시하는 분들은 저를 썩 좋아하지 않는 등 호불호가 좀 많이 갈리는 스타일의 병사였습니다. 어차피 전역하면 아저씨지만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빡쳐서 시작한 코딩 덕분에 실력도 늘고 코딩에 자신감이 많이 붙었습니다.
전역 직후에는 집안 사정으로 인해 바로 복학을 하지 못하고 한국에서 일을 몇 년하고 나중에 복학 하였습니다.

막연하게는 코딩을 왠만큼 괜찮게 하는거 같은데 흔히 말하는 유명 대기업 회사 경력이라던가 레퍼런스가 부족해서 주눅들기도 하더군요.

복학한 학기에 운좋게도 바로 마소 인턴이 붙어서 졸업 후 취업을 하였는데 사실 나이는 점점 들고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채로 있을 때는 정말 마음이 답답하고 많이 불안했었습니다.

인턴 면접 스토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인턴 면접 후기

무사히 졸업을 하고 그 동안 저를 오랫동안 지켜봐주고 기다려줬던 여자친구와 결혼 - 신혼여행 후 시애틀에 와서 정착해 지금은 저는 Software Engineer일을 하고 있습니다.

seattle

사실 싫어하던 선임의 자극(?)에 각성해서 코딩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면서 이렇게 미국에서 일을 하게 되었네요.

저의 경우에는 학교 과정을 열심히 하는것도 좋지만 실제로 여러가지를 만들어보고 해보면서 프로그램 설계도 해보고 만들어보면서 경험을 많이 쌓고 실전 실력을 기르는 것이 취업에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 저는 흥미를 잃으면 퍼포먼스가 많이 떨어지는 체질이라서...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며 흥미를 붙이며 하나하나 더 공부해갔던 것이 흥미도 잃지 않으면서 꾸준히 공부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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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very interesting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

컴퓨터공학 전공했지만 코딩공부는 아직도 어렵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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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관수련

군대의 좋은 예를 보는것 같네요.
전문분야에서 일하시니 나름 멋지신것 같네요.
항상 정진하셔서 큰 그림 그리시길 바래요.
꿈은 커야 멋지잖아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

흥미를 읽으면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당도 떨어져 머리가 오그라듭니다.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으셨겠네요...

네 동기가 엄청 중요한 것 같아요 ^^

ㅎㅎ 군대에서는 전산병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습니다. 꽤 높은 부대에서 계셨네요~ 군생활 할 때 저도 높은 부대에서 전공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는데, 역시나 신청해서 가야지 좀 더 기회가 있었나 본데 그냥 일반병으로 가서 아쉽습니다 ㅜㅜ. 대단하십니다~ 군대에서 엔간해서는 감을 잃고 나오기 십상인데 오히려 자기계발과 가시적인 성과로 애국도 하고 나오셨으니까 말이에요!

네 군단급 부대에 있었습니다. 그래도 행군, 유격, 혹한기는 빠짐없이 다 했네요 -_-;

와 진짜 알짜배기 군생활 하셨네요

군대에서 배운 코딩이 삶의 방향을 결정짓게 되었군요. 전 이제야 코딩에 관심이 생겨서 html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ㅎㅎ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