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난 기적> 드라마 분석 : 제3의 송현철의 등장과 자기생성의 가능성

in #kr7 years ago

<우리가 만난 기적> 드라마 분석 : 제3의 송현철의 등장과 자기생성의 가능성

  • 을의 신체의 비장소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난 두 송현철은 철저하게 다른 상황에서 살고 있었다. 드라마에서 송현철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대표적 존재같은 것으로 인식된다. 한 명은 유능하고 방송에도 출현하며 힘있는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가지고 있는 송현철이다. 그래서 나는 이 송현철을 갑이라고 칭하겠다. 그리고 다른 한명은 가진 것 없이 몸으로 일을 배우고 겨우 융자를 얻어 가게를 소유하려는 일반적인 송현철이다. 따라서 이 송현철을 을이라고 칭하겠다. 이 을인 송현철은 가게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해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갔지만 이미 받은 대출이 있어서 안된다는 거절을 듣게 되고 그 사실을 밝히려다가 갑에 의해 신체를 훼손당한다. 그리고 신의 실수로 인해서 갑과 함께 을도 죽음을 맞게 된다. 갑과 을은 신의 실수로 같은 날 사망에 이른다. 그러나 왠일인지 을의 신체는 더 빨리 화장되고 갑의 신체는 염을 하고 있었다. 신들은 이 오류를 알아채고 뒤늦게 을의 영혼을 되살리지만 을은 이미 돌아갈 신체가 불 타 없어진 후 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갑의 신체로 들어가 살아나게 된다. 여기서 나는 드라마가 을들의 신체의 비장소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느꼈다. 을이라는 존재들의 비가시성과 마련되지 않는 장소성들에 대한 비판으로서의 육체소실인 것이다.

  • 육체임대
    을 송현철은 갑 송현철에 들어와 자신이 갑의 육체를 임대했다고 말한다. 각자 갑과 을로 존재했을 때 을은 갑의 기획 안에서 이용되는 하나의 신체였을 뿐이었다. 갑의 말과 행동으로 없는 대출도 받아지고 갚아지며 생명까지도 좌우될 수 있는 존재였다(타자생성을 하는 존재). 그러나 을은 갑의 몸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더 이상 갑에 의해 이용되지 않을 지위를 가졌다. 이는 완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을이었을 때 가졌던 권한에 비하면 아주 대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당한 부당한 지점의 의문을 풀 수 있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으며 직접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지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자기생성을 할 수 있는 존재). 그러나 처음 육체 임대를 하게 된 후에는 자기생성을 할 수 있는 존재라든지 정황 등을 알지못해서 혼란스러워 한다. 그리고 육체는 갑이지만 정신은 완전히 을이라서 을처럼 행동한다. 그의 습관적 몸짓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코를 만진다던지, 요리를 잘하는 행동과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러다 점점 을은 갑의 신체를 경험하게되면서 육화되는 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게 노래를 트는 손을 인식하게 되고 부지점장의 이름을 잘못발음하거나 알지못하던 영어나 경제지식이 떠오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자신은 을이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자신의 목소리는 갑이고 몸도 갑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갑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괴롭고 어떻게 돌아가야할지 고민한다. 그의 내면은 그리움과 낯섬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갑의 가족들과 생활을 하고 갑의 일상을 경험하게 되면서 그 경험들은 점점 더 강하게 육화되기 시작한다. 갑의 아내와 한 방을 쓰고 갑의 친구를 이름이 아닌 갑이 부르던 ‘딱풀아’라고 부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점점 갑의 신체와 을의 정신의 통일성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내적 갈등은 얕아지고 갑의 아내에 대한 감정 또한 싹트기 시작한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을 을이라고 주장하기도 이상하고 갑이라고 하기에도 확실하지 않은 혼동이 온 것이다.

-제3의 송현철의 탄생
(성당에서의 고해성사 중 “갑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것이냐?”)
갑의 육체를 임대한 을은 이미 을도 갑도 아닌 제 3의 존재로 거듭났다. 그는 이제 하나의 육화된 실존자로써 갑의 아내에게 욕구를 느낀 것이다. 이는 메를로 퐁티가 말하는 성욕과 유사한데 이런 성욕은 순전히 신체적이거나 순전히 정신적인 것이 아닌 육화된 주관성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제3의 송현철은 갑의 육체를 체화한 을이 주체성을 획득하게 되면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났다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갑의 아내에게서 완전히 등돌리고 자면서 을의 아내를 그리워하지만 점점 더 돌아눕더니 이제는 갑의 아내를 애틋하게 쳐다보기도하는 그들의 침실을 보면 그 성적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다. 여기서 나아가 주체성을 보이는 구체적 사례들은 오늘 방영한 11화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송현철은 이전의 내면의 갈등을 거듭하는 모습이 아닌 확신에 가득찬 면모들을 많이 보였다. 갑의 내연녀이자 현 부지점장에게 “누가 먼저 기억나는지 내기할까요?”라는 도전적인 대사를 던지고 문제 해결을 위해 휴직계를 낸 직원의 명부를 받으로 행동하러 나선다. 그는 그 비리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려고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이는 위에서 말한 자기생성의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자기생성의 주체의 탄생을 갑의 아내에게서 느끼는 성적 긴장감으로 드라마에서는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 제3의 송현철은 주체적으로 어떻게 비리를 밝혀낼지 궁금하다. 그는 더 이상 갑도 을도 아닌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것이냐(사실 이것은 비현실적이다.) 아니면 갑의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한계에 직면할 것인가(이 지점이 현실적이다)하는 지점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