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관하여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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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같은 6인실 도미토리에서 20일 가량 묵다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한 번 연장을 늦게했더니 방이 꽉 차 다른 숙소에서 3박 했습니다.)

뉴페이스가 들어오면 언제나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니하오~

되돌아오는 반응은 여러가지인데요. 맞받아 고개를 끄덕여주는 정도는 양호한 편입니다. 어떤이는 슬쩍 쳐다보고 다시 스마트폰의 화면에 집중하기도 하고 반응조차 안해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과 얼마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가 판단하는데 들이는 시간이 점점 짧아짐을 느낍니다.

이럴땐 과일을 사와서 나눠주며 서먹한 분위기를 바꾸려 해봅니다. 아직 중국어 실력이 많이 부족한 관계로 세마디 쯤 나누면 외국인임이 뽀록나는데요. 이쯤되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과는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함께 주변을 구경가기도 하고 밤늦게까지 중국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창이 되주기도 합니다.

베이징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할때는 매주 Language mix에 참여하였습니다. 모두가 언어 교류를 하겠다는 공통 관심사가 있어 처음 만난 사이여도 금방 서먹한 분위기가 풀리는 때가 많습니다. 관계에 있어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소속 집단보다는 개개인이 가진 특징의 가치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소속된 집단이나 외모로 첫 인상을 판단하게 됨은 어쩔수가 없습니다. 가지고 있는 돈이, 소속 국가와 같이 나를 설명해주는 것들이 본질적이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 하고 있지만 실제로 부딪히는 체감으로는 아직 크게 다가옵니다.

상하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연은 두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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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룸메이트였던 필립이라는 캐나다 노인입니다. 도착한 첫 날밤을 보내고 일어나보니 흰수염을 길게 기른 서양 노인이 팬티만 딸랑 입고 곤히 자고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스스 일어나기에 인사를 했더니 어제 너무 늦게들어왔다고 너스레를 하며 자신은 암호화폐 분야에서 일한다고 소개하더군요. 기업들의 NGO에 대한 기부를 18개 항목을 기준으로 시각화하는 플랫폼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필립은 제가 만들고자 하는 암호화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상하이에 머무는 동안 저를 데리고 다니며 암호화폐 분야의 사람들을 소개시켜주었습니다. 암호화폐가 나아가야할 방향과 가치 판단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의 생각과 비전이 같았기에 여러가지 차이에 상관없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필립 덕에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두 번째는 language mix에서 만난 사키입니다. 1년 전 쯤 고등학교-대학으로 이어지는 동창 룸메와 친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을 정하다가 부담 없이 같이 1:1로 밥먹을 수 있으면 친구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사키는 제 첫 일본인 친구입니다.

사키와 그 뒤로 매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저는 곧 쑤저우(苏州)로 가야했기에 한번 한번의 만남마다 가슴에 아쉬움을 가진채로 였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문화를 배우는 것이다. 사키는 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일본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합니다. 저는 사키에 대해 알고싶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일본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키를 바라보았던 것 같습니다. 혹은 사키를 통해 일본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었던지

사키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걸까요? 저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그러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만남은 헤어짐이 있는 걸 알지만 어떤 헤어짐은 가슴이 유난히 시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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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쑤저우에 도착했습니다. 많은 것들을 뒤로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시 중국 땅을 밟았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내일을 위해.. 이만 잠을 자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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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멋지네요...
그런데 막장 사진 보니 사진상으로 보면 맑아 보이는데...
마스크쓰신걸 보면 중국은 공기가 역시 탁한가봐요...

기차안에서 사람들이 담배를 피워서.. 밖에서 벗을 생각을 못했네요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와도 공기가 확연히 맑아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아.. 그렇군여 기차안 흡연... 중국에서는 가능하군여

원칙적으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공공장소에서 금연을 당부해도 아직 관습적인 행동을 뒤바꾸기에는 부족한 듯 합니다. 또한 플랫폼에서는 흡연이 용인되기에 (플랫폼도 공공장소인데!) 정차시마다 연기가 열차 내부로 들어옵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시민 의식에 점차 변화가 있겠지요ㅎㅎ

아.. 그렇군요 / 변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나중에 황사 줄어들면 중국도 함 가보고 싶은데 후...

활기찬 월욜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