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블리] #49. 4차 산업과 블록체인의 가치

in #kr6 years ago (edited)

'블록체인이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라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작년 말, 올해 초만 하더라도 블록체인 기술은 이처럼 기술 혁신이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로 여겨졌고, 암호화폐 시장도 이에 부응하듯 기록적인 호황 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이슈로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세에 빠지면서 기술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습니다. 4차 산업의 핵심으로 여겨진 블록체인은 이제 '폰지' 사기 또는 금융 사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Big Data, AI, Machine Learning, IoT 등으로 정의되는 4차 산업과 그 안에서 블록체인이 가져갈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 'Datafication'이 핵심이다.
4차 산업혁명을 정의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저는 아래 그림으로 4차 산업을 구분해보았습니다.
삼성증권 4차산업혁명 작동원리.jpg
그림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은 Data Input과 Data Analysis로 나눌 수 있습니다. Data Input은 IoT, IoE와 같은 기술로 Data가 저장될 수 있는 Device가 증가하는 것을 의미하고, Data Analysis는 인공지능, Machine Learning 등의 기술로 입력된 Data를 가공하고 분석하여 필요한 Insight를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Data Input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4차 산업의 특징으로 모든 것이 데이터화되는 소위 Datafication이라는 개념을 소개하였습니다. Datafication은 디바이스가 사람, 사물, 환경 속에 내재되고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는 것을 뜻합니다. 실제로 GSMA의 보고서는 2011년 20억 개에 불과했던 M2M(Machine-to-Machine) 디바이스가 2020년 약 120억 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이 수치를 전 세계 인구수와 비교해보면, 전 세계 인구수가 약 70억 명이었던 2011년 인당 M2M 디바이스는 (20억 디바이스 / 70억 명 =) 0.285 디바이스인 반면 2020년 인당 M2M 디바이스는 통계청 예측치인 78억 명 기준으로 1.538 디바이스입니다. 이는 해당 기간 동안 한 명에게 사용(?)되는 M2M 디바이스의 수가 5.4배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간접적으로 전보다 많은 양에 데이터를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DATA의 가치
그렇다면 이 많은 데이터는 어디에 쓰이는 것일까요? 저는 변화의 방향은 Mass Customization 이라고 생각하고, 데이터를 통한 최적화와 예측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생각해서 영화 Minority Report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가 매장에 들어갔을 때 그에게 맞춘 광고가 Display 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데이터를 통한 Mass Customization은 광고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더 많은 분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즉, 개인에 대한 Data가 쌓이고 이를 분석하면서 개인이 무얼 필요 해하는지 '예측'하고, 개인의 과거 행동 패턴을 분석해 그의 Preference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아이템을 추천하는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실제로 이미 많은 기업은 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Insight를 비즈니스에 접목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Netflix의 동영상 추천 서비스, Melon의 음악 추천 서비스 등이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해 경쟁력을 키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외에도 데이터를 활용해 주요 프로세스상의 의사 결정 과정에 활용하고 있고, 직원들의 행동 역학을 분석해 직원의 만족도나 생산성을 향상하고 있습니다. (참고 기사: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97965)

이처럼 많은 데이터를 갖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개인으로부터 구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러나 정작 데이터를 제공하는 우리들은 기업들에 데이터를 주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2016년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이슈는 EU에서 2018년 시행 예정인 '개인정보 보호 일반규정'에 관한 설문을 진행하였는데, '자동화된 개인정보 수집을 거부할 권리'를 명문화한 이 규정에 한국 국민 10명 중 9명은 해당 법규의 필요성을 동감했습니다. 또한, 응답자의 91%가 현재보다 강력한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 수단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더불어 전체 응답자의 70% 이상은 일상 대부분이 기록되는 것에 상당히 신경 쓰고 있으며 특히 온라인 결제, 인터넷 서핑과 같은 온라인 콘텐츠 접속 시나 모바일 앱을 이용할 때 신경을 많이 쓴다고 답했습니다.

위 자료가 비록 2016년도의 자료지만, 최근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고,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졌습니다.

블록체인의 가치
기업이 유용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이 답보 상태에 빠진 현 상황에서 블록체인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개인의 정보가 무분별하게 Public에 공개되어 발생하는 피해들을 해소할 수 있으며 동시에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통한 수익 창출을 가능케 하는 등의 가치를 창출합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위해 이번 글의 주제를 가장 잘 구현했다고 생각하는 휴먼스케이프를 예시로 휴먼스케이프가 블록체인을 활용해 어떻게 기존의 데이터 수집 문제를 해결했는지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휴먼스케이프 홈페이지: https://humanscape.io/kr/index.html)

One pager -1.PNG
one pager - 2.PNG
[휴먼스케이프 one pager 자료]

휴먼스케이프
휴먼스케이프는 Patient-Generated Health Data(PGHD)라는 병원 밖에서의 활동에 대한 환자의 기록과 건강 정보를 스팀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이런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있는 연구 기관, 의료 전문가 등 외부 산업군에 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 기관들은 실험 대상자를 더 쉽고 다각적으로 모집할 수 있게 되어 연구 속도와 효율적인 분석이 가능해지고, 의료 전문가도 환자들의 병원 밖 생활에서 수집되는 정보들을 참고해 오진을 줄이고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보상을 통한 데이터 수집
휴먼스케이프튼 개인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Token Economy를 설계했습니다. 백서에 따르면 휴먼스케이프의 Token Model은 Steem 모델을 환자 커뮤니티에 맞게 변형시켰습니다.
Token model.png

의료정보 제공자는 데이터를 제공함에 따라 크게 2가지 방법으로 HP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데이터의 Quality에 따른 보상입니다. 제공자가 기재한 데이터는 Steemit에서의 Voting과 비슷한 투표가 진행되며 그 결과에 따라 제공자는 HP를 받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기관이 임상연구 모집, 시판 후 조사 등에 환자의 의료 정보를 활용하는 경우 HP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백서 상 이 외에 3가지 방법이 더 있지만, 데이터 제공에 따른 직접적인 보상은 위 2개로 구분하였습니다)

개인이 자신의 정보에 대해 적절한 대가를 받을 수 없고 대신 페이스북이나 구글과 같은 미들맨이 그 대가를 가져가던 기존 방식에서는 개인은 자신의 정보를 공개할 충분한 Incentive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블록체인 위에서는 개인에게 그 대가가 돌아가는 것이 가능하고 저는 이런 부분이 블록체인의 주요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의 보안성
블록체인의 또 다른 가치는 그 보안성에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보상 체계가 아무리 훌륭하게 설계되어 환자들로부터 양질의 의료 데이터를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데이터가 해킹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치는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해킹을 통해 구할 수 있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데이터를 구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제대로 된 보상 체계가 세워질 수 없겠죠.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블록체인은 강점을 가집니다. 휴먼스케이프는 스팀 블록체인 위에 구동됩니다. 휴먼스케이프는 공개에 민감한 개인 의료 데이터를 공개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암호화하여 분산 스토리지에 저장하고, 저장된 데이터의 소유권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해시값을 STEEM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매핑시킨다고 백서에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휴먼스케이프를 포함해 외부에서도 데이터들이 위변조할 수 없도록 보안을 강화했습니다. 이렇게 보안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개인은 자신의 정보를 믿고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이번 기회에 평소 고민하던 블록체인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의 "Zero to One"을 보면 성공한 기업은 0에서 1을 창조한 기업이거나 기존의 방식보다 10배 더 '좋은'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합니다.

페이팔은 기존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보다 10배 이상 빠른 결제를 가능케 하는 서비스로 성공할 수 있었고 아마존 역시 기존 서점보다 10배 이상의 저장 공간을 통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시점에 기존에 잘 구현되던 서비스들을 단순히 블록체인 위에 구현시키는 것이 과연 10배 이상 좋은 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오히려 기존에는 불가능하던 것 즉 Zero였던 것을 블록체인의 보안성과 보상 체계를 통해 1이 될 수 있는 서비스들을 기획하는 것이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문헌

Sort: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kblock which language written this blog?

멋진 혜안과 정리 감사드립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지는 의미와 실생활에 접목되는 것에 대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4차 산업의 정의를 내려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Coins mentioned in post:

CoinPrice (USD)📈 24h📈 7d
DATAStreamr DATAcoin0.080$0.79%7.51%
DTADATA0.008$12.25%10.11%
MLNMelon27.800$-4.27%-0.09%
STEEMSteem1.586$1.95%-2.77%

DATA의 가치
그렇다면 이 많은 데이터는 어디에 쓰이는 것일까요? 저는 변화의 방향은 Mass Customization 이라고 생각하고, 데이터를 통한 최적화와 예측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생각해서 영화 Minority Report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가 매장에 들어갔을 때 그에게 맞춘 광고가 Display 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데이터를 통한 Mass Customization은 광고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더 많은 분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가치
기업이 유용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이 답보 상태에 빠진 현 상황에서 블록체인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개인의 정보가 무분별하게 Public에 공개되어 발생하는 피해들을 해소할 수 있으며 동시에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를 통한 수익 창출을 가능케 하는 등의 가치를 창출합니다.

4차 산업과 블록체인 토큰 이코노미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죠
몇몇은 비트코인의 지불수단으로써의 기능만 생각하고
암호화폐는 정부에서 나오는 법정화폐를 대상으로 하는 암호화폐가 나왔을 때 망할것이다
라고 하는데 이것은 토큰 이코노미와 4차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