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싸이월드의 추억

in #kr6 years ago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티스토리, 어라운드, 스팀잇 등 여러 가지 종류의 sns 세상을 돌아다녔다. (인스타그램은 필연적으로 사진을 찍어야했으니 제외) 각자의 플랫폼들이 나름대로의 장점도 단점도 가지고 있고, 흥망성쇠를 보였던 시기는 다르지만 그 중에서 아직까지도 가장 애착이 가는 플랫폼은 역시 "싸이월드"다.

언제나 소중한 나의 추억을 가볍게 정리하던 공간

내가 싸이월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초. 그리고 싸이월드에 마지막으로 글을 남긴 것은 2016년 말이니 9년간 꾸준히 글을 남겼다. 처음에는 게시글도 쓰고, 사진도 첨부했었으나 천성적으로 미적 감각이 결여된 탓에 무엇하나 맘에 드는 것이 없었고, 결국 다이어리를 쓰는 쪽으로 정착했다.

다이어리를 어떨 때는 하루에도 두 세 개씩 작성하고, 아무리 텀이 길어도 3일에 한 번 정도는 작성했었던 것 같다. 페이스북이 대중화된 2014~5년 이후로는 거의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나 혼자 정리하고 싶은 글들은 모두 싸이월드에 있다. 습관이 되어버리니 그냥 하루를 정리할 때가 되면 한 번씩 들어가서 일단 글을 작성하려고 다이어리를 열었던 것 같다.

실제로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볼 수도 있다는 두근거림

내 싸이월드는 인기 있는 싸이월드는 아니었다. 내 멋대로의 생각과 그렇게 좋지만도 않은 글솜씨, 뜬금없는 주제 등등 그야 말로 인기 없음의 상징과도 같은 잡동사니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계속해서 글을 남겼던 가장 큰 이유는 "두근거림"이었다고 생각된다. 방문자가 없기는 했지만 하루에도 몇 명은 들어왔었고, 아마 그 중에 몇 명은 나의 여자친구 또는 썸을 타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들에게 직접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종종 남기곤 했다. 지금도 가서 보면 누구나가 딱 느낄만큼 20대 초반의 그 때 그 느낌으로 암시를 남기곤 했다. 그러고서는 괜히 뿌듯해하기도 하거나, 제발 좀 알아줬으면 하고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설마 알아보겠어라면서 두근거리기도 했다.

일기를 쓰면서 나를 치유하기

싸이월드를 지나간 다음에 내가 정착한 것은 페이스북이었다. 그러나 페이스 북에서는 훨씬 더 사람들간의 연결이 자유로웠고, 빈번하게 일어나서 내밀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주저하게 되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진짜 내 마음이 담긴 글은 다시 싸이월드로 돌아와서 쓰기 시작했다. 싸이월드의 인기는 점점 더 떨어지고 있었고, 그에 맞물려 내 싸이월드의 방문자는 하루에 한 명도 없기가 일쑤였으니까... 그야말로 어떻게 보자면 열려있는 나만의 보물상자인 셈이었다.

나는 싸이월드 다이어리라는 말이 참 좋았다. 다이어리라는 어감(물론 외래어를 음차한 것이긴하지만)도 좋았고, 다이어리를 쓰면서 내가 좋았던 일과 슬펐던 일을 되돌려보기도 했고, 내가 무엇인가를 보고 느낀 그 자체를 나만의 생각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결국은 이 시간들이 몇 분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나를 다독이고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슬픔을 녹이기도 했고, 기쁨을 삭이기도 했으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게 하거나 가라앉은 마음을 아쉬운 한숨과 함께 털어내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잠에 들면 다음 날은 개운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추억 되돌리기

어느새 싸이월드에 글을 남기지 않은지도 1년이 지났다. 아마도 이 1년이야말로 내가 심적으로 구석에 몰려있었다는 것을 뜻할지도 모른다. 오늘 문득 생각이 나서 싸이월드에 다시 들어가보고, 내가 쓴 다이어리를 다시 읽어보면서 마치 나의 20대 초중반의 생각이 손에 잡히는 듯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당시의 생각과는 100%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아려한 추억이 내 마음을 적시는 것 같다.

아마도 또 다시 나는 싸이월드에 글을 남길 것이다. 나만의 개똥철학도, 좋았던 일들도 모두 싸이월드에서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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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싸이월드의 묻혀있던 사진 .. 다이어리를 보게 되면 그 당시에 내가 이랬나 .. 하고 풉하고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그만한 추억이 없죠 ^^ ;; 간혹 그립기도 합니다 .

공감 1인입니다.
15년 내 가족의 스토리가 있는 곳.
싸이월드

싸이월드를 오랜만에 다시 들어가보아야겠군요.. 갑자기 급 기억났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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