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그장면] #4 메소드 | 완벽한 싱어와 그냥 월터의 이야기

in #kr6 years ago (edited)

오랜만에 펜을 들게 한 영화


 연출과 제작 두가지 동시를 맡은 방은진 감독의 '메소드'. 배우가 연극 중 배역에 몰입해 그 인물 자체가 돼 연기하는 방법을 ' 메소드 연기'라고 한다. 연기인지, 진짜인지 헷갈리는 그 미묘한 감정을 영화에 몰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무대를 위해 자신을 버리는 메소드 배우 '재하', 연기를 위해 자신을 던지는 아이돌 스타 '영우' 그리고 그 둘을 지켜보는 '희원'.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미리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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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저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이 영화에 대해 '퀴어 영화' (동성애를 다룬 영화)라는 관객 및 평단의 입장과 감독의 입장은 다르다. 방은진 감독은 <메소드>에 대해 "두 배우의 멜로를 그리고 싶었을 뿐, 퀴어 영화로 만든 건 아니다"고 설명하는데, 나는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니, 쉽게 영화의 타이틀을 마음대로 붙이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연기와 동일화 되어버린 삶, 연극과 인생의 불분명한 경계선이 배경인 영화에서 퀴어니 뭐니 따지는 건 논외 이야기다.

 영화는 82분이라는 길지 않은 스토리를 담고 있다. 때문에 전개가 조금 빠르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비판에 희원 역을 맡은 윤승아는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사랑에 빠질 때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며 "누군가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사랑할 수 있지만, 불같은 사랑도 있다. 영우와 재하가 그렇다" -윤승아




 스토리의 서툰감은 뒤로하고 내가 영화 내내 집중했던 부분은 '감정' 이다. 둘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아니 사랑에 빠졌다고 믿는 그 연기 도중에 변하는 감정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재하 역을 맡은 박성웅의 묵직한 연기에 빠져들게 된다. 비교적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던, 그러나 확인하고 지킬수 밖에 없던 그만의 삶, 그리고 무대를 갈라놓는 그를 흔드는 영우를 바라보며 그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오직 감정과 눈빛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한 인터뷰에서 박성웅 연기자는 남자와의 키스가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뭐 당연한걸 묻느냐는 듯이 인자하게 대답한다. "키스 할 수 있잖아요, 연긴데." 이 영화를 보는 관람자의 입장에서 계속해서 들었던 생각과 이 한마디가 겹치는 부분이다. '연기자'라는 직업에 대하여 조금더 깊은 레이어의 관점을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 살면서 직업적으로 '연기'를 해야하는 느낌이란, 그리고 그 고충에서 오는 현실과 연기의 괴리감에 대하여 이 영화는 꽤나 잘 풀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메소드>의 극중극이자 주요 소재인 '언체인' 연극은 개봉 후 대학로에서 실제로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놓쳐서 아쉬운, 직접 관람했다면 좋았을 연극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영우가 한 대사, "형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을 견딜 수 없어." 연기와 진심을 넘나드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살떨리는 무대의 장면 내내 마음이 아팠다. 공감이 가서 였을까, 이 한줄의 대사에 나는 숨을 쉬어야 했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이 영화는 방은진 감독의 말처럼, 그저 '사랑', 또는 '멜로' 이야기일 뿐인 것을. 이 점을 생각하고 본다면 따라가기 어렵지 않은 영화가 될 것이다.

난 오늘 정말 완벽하게 싱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월터.



이 말을 담담히 건네는 영우의 마음은 어땠는지 계속 머리속으로 재생하고 있다. 영화 '신세계' 에서의 박성웅 배우의 어려웠던 이미지가 (개인적으로) 이 영화 후로 굉장히 친근하게 다가온다. 사람 냄새 나는 모습을 엿 본 느낌이랄까. 배우의 호흡에 몰입하게 해준 오랜만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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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영화 재미있을 거 같아요.
조만간 봐야겠네요. ^^

네, 저는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