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cted LAB] 크리에이티브의 3가지 밸류: 재능->자원->자산
크리에이티브는 대략 아래와 같은 단계로 구조화될 수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아닐 수도 있다)
메모해두지 않으면 금새 잊어버린다. 그래서, 오늘은 이런 생각:
A. 재능
재능은 우연히 발견된다. 정도의 차이일 뿐, 누구나 어떤 재능을 가진다.
그걸 언제 발견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걸로 뭘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재능을 발견하고 제일 먼저 하는 건, 그걸 갖고 노는 것이다.
내 경우는 제일 먼저 이야기를 썼다. 어떤 영화나 만화의 장면 등을 소재로 조금씩 다르게 이야기를 풀었다. 내 기억에 최초로 '마침표'를 찍었던 글은 중1때 썼던 SF소설이었다.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침공한 이야기였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마지막에 대체적으로 해피엔딩인 게 싫어서 비극으로, 그러니까 주인공들은 다 죽고 지구는 멸망하는 이야기였다. 최초의 독자는 아버지였다. 처음엔 혼날까봐 쫄았는데 다 읽은 뒤에 '재밌네'라고 얘기해줘서 계속 썼다.
재능을 갖고 놀 때에는, 마침표를 찍는 게 중요하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을 맺는 것. 완성하는 것. 마침표, 그리고 세이브.
B. 자원
재능을 갖고 놀다보면 조금 욕심이 생기는 순간이 온다. 느낌적 느낌이 아니라 이론적으로 접근하거나 체계를 배우면서 '설계'를 하게 된다. 이때 재능은 조금 다른 층위로 넘어간다. 업-그레이드.
실패가 많아진다. 어떤 체계 안에서 논리적으로 결과물을 만들려고 애쓰다 보면 익숙하던 게 멀어지고, 낯설어진다.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대체로 여기서 포기하거나 재능에 안주하게 된다.
이쯤에서는 동료를 만나게 된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 사람들을 만나 함께 고민하면서 질투와 선망, 컴플렉스도 느낀다. 분해서 눈물이 난다. 저 인간에 비하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고, 속물같고, 하찮게 여겨진다. 그게 사실일 수도 있다. 아닐 수도 있다. 사실, 이때는 잘 모른다.
다만, 욕심이 난다. 좀 더 간절하게.
재능을 자원으로 삼는 것. 이게 중요하다. 재능은 장난감이지만 자원은 도구기 때문이다.
잔기술, 눈치, 감각을 포함해서 인맥, 경험, 자존감, 배짱 같은 것들이 쌓여서 자원이 된다.
하지만, 자원을 수단으로 삼아 내 이익을 추구할 때, 자칫하면 자원의 일부를 잃거나 평판도 잃게 된다.
재능이 자원으로 확장될 때에는 기회비용이 크지 않다. 약간의 호기심과 약간의 열정이 있으면 된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길 꺼려하지 않고, 새로운 일을 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칭찬 받는 게 즐겁고, 결과물을 보는 게 신난다.
이 시기가 얼마나 길거나 짧을지는 모른다.
C. 자산
자원이 자산으로 바뀔 때에는, 기회비용이 크다.
물질적인 보상 뿐 아니라 정서적인 보상을 기대하게 된다.
선택과 집중은 이 단계에서 필요하다. 무얼 버리고 무얼 얻을까, 지금 중요한 건 무언가, 를 고민하고 저울질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재능으로부터 시작되지만, 실제로는 자원이 움직이는 것이다. 여기서 재능은 오히려 눈에 잘 안 띈다. 커리어와 스킬, 훈련된 감각이 시장에서 평가받는다.
자산은 재능과 자원이 누적된 결과값이다.
대략 10년 정도 업력이 쌓인 사람 중에서도 자산을 잘 활용하는 사람은, 사실 좀 적은 것 같다.
D. 무엇을 팔 것인가
크리에이터는 보통 '재능'을 판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금방 탈탈 털리기 쉽다.
자원은 마음만 먹으면 팔 수도 있겠지만, 길게 보면 팔지 않는 게 좋다. 사실, 잘 팔리지도 않는다. 활용하는 게 더 낫다.
자산은 언제든 팔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때로는 버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혹은 다른 걸로 교체해도 괜찮은 것이어야 한다.
드러내라. 평가받고, 공격받을 것.
그때 멘탈 털리지 않으려면, 이게 내 것이지만 나 자신은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나와 내 결과물은 다른 것이다.
나와 내 자산은 별개인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나 자신과의 거리가 멀수록 일=돈벌이=비즈니스 등으로 풀 수 있게 된다.
E. 어떻게 팔 것인가.
재능을 팔지 말 것.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팔지 말 것.
크리에이터나 기업이나 본질은 동일하다.
팔 수 있는 것만 팔 것.
그리고 확장을 염두에 둘 것.
재능->자원->자산의 단계에서 파생되는 가치를 찾아내고 그게 확장되면 어디/무엇과 연결되는지 찾아낼 것.
보통 잘하는 사람들은 이게 본능적으로 작동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요즘의 내 고민.
재능을 팔지말고 확장을 염두해두라는 말씀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네, 하지만 어려운 일 같아요. 재능에 집중하고, 그걸 계속 발전시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 재능과 자산을 정말로 구분 가능할까, 하는 걸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구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에 대한 단서나 힌트는 영역 구분없이, 다른 선례들 속에서 찾아보려고 해요. 소위 '인사이트'라는 것도 그렇게 오는 것 같고요. :) 어려운 일이겠지만, 계속 다르게 생각하다보면 길이 나오리라 봐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