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잘 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잠이 필요하다.

in #kr2 years ago

화장실도 가지 않고 소파에서 15시간을 잤다. 소파에서 이렇게 길게 잠을 자는 것은 처음이었다. 깊은 잠은 아니었다. 나의 수면의 질은 좋지 않다. 얕고 맛이 없는 잠이다. 반수면 상태에서 말도 되지 않는 판타지 호러 장르의 꿈을 감상하는 것은 별로인 경험이다.

15시간을 자놓곤
이런 찌뿌둥한 육체에 티미한 영혼이라니,
한심하군!

제대로 잘 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잠이 필요하다.

라는 명제는 맞는 것일까.

제대로 된 잠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좋은 수면을 위한 안락한 침구와 좋은 분위기를 스스로에게 만들어주지 않고서 좋은 잠을 자지 못하는 스스로를 책망하고만 있었다. 제대로 자기 위해 잠들기 전 따뜻한 우유를 마시지는 못해도 적당한 스트레칭은 할 수 있으니 어설픈 스트레칭으로 단잠을 위한 시도를 해봐야겠다고 할지 말지 한 다짐해본다.

제대로 잔다는 것은 무엇일까?


며칠 전 유키즈온더블록을 보니 김치가루로 아마존 향신료 부문 세계 1위를 정복한 사업가는 하루 3시간을 자는데 습관이 되어서 힘들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사업가는 전세계에 진출해 있어 미대륙과 유럽의 상황을 체크하느라 하루 2시간의 쪽잠을 세번 자는 것을 수십년간 해왔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수면의 질은 수면 환경보다는 깊이에 달렸을 것이다.

환경보다는 깊이.

결국 내가 좋은 잠을 못 자는 이유는 잠을 위한 환경을 만들지도 않았고 잠을 깊게 잘만큼 빡센 하루를 살지도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맞다. 힘들지만 뻗어 잘만큼 힘들지 않고 열심이지만 열정적으로 사심없이 열중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사심을 가지고 사니
사심없이 편안한 잠을 못자고 있는 것이지.

나의 매력적이지 않은 수면이 그걸 증명한다.

제대로 살기 위해선 제대로 자야 했고
제대로 자기 위해선 제대로 살아야 했던 것이다.

하루라도 뿌듯하게 살았다면
하루라도 찌뿌둥하지 않았겠지.

그러나,

제대로 살기 위해선 자신을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나에겐 한심할 이유가 충분했다. 충분히 한심했으니 이제 그 한심함으로부터 벗어날 마음만 먹으면 되는 것이지 한심함에 스스로 기름을 부어대진 말자. 그래야만 한다.

한심한 나를, 나마저 한심한 눈으로 보면 너무나도 서글프지 않은가. 15시간 잤다고 한심함을 느끼는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볼 정도의 자아를 지니면 그뿐인 것을...

언젠가

잠은 하루를 살게 하는 보약이다.

라는 내용을 글 끄적였던 것 같다.

하루를 잘 살기 위한 약이 되어주는 잠을 잘 자기 위해 하루를 잘 살아야 한다는 굴레에 들어간다. 삶이란 굴레를 굴레로 느끼지 않기 위한 알약 하나가 필요하다.

그 얄약은 자아인가?
타인인가?
세상인가.

제대로 된 잠을 위해 해본 것도 없으면서
제대로 된 잠을 참 길게도 이야기하는 일요일.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건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것

월요일이 없는 삶은 불안하고
월요일이 있는 삶은 지독하다

아직은 월요일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 자들이라면
일요일만큼은 제대로 된 잠을 자줘여만 한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우리의 다음 5일을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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