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in #krlast year

영화란 게 그렇다. 좋게 보려면 좋은 게 많이 보이고 나쁘게 보려면 허점이 많이 보이다.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정이'도 마찬가지다. 혹평이 많다고 해 기대 수준을 낮추니 꽤 괜찮은 구석이 많이 보였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비판하는 지점은 이해한다. '부산행'부터 '반도'까지 이어져온 가족 신파를 연상호 감독이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는 이번주 매불쇼에서 다른 평자들의 상투적 냉소와 대립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가족 신파 때문에 비판을 받지만 가족 신파 때문에 돈을 번다면, 만약 당신이 감독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포기하겠는가, 밀어 붙이겠는가. 솔까말, 나 같아도 포기하지 않는다. 과연 '정이'는, 국내 관객들의 냉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흥행에서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빌드업 1시간 정도는 인내해야 한다. 그러나 후반 40분의 템포와 흐름은 준수하다. 덱스터의 기술력 덕분에 한국 SF의 비주얼적 표현 영역도 꽤 많이 확장된 느낌이다. 관건은 여기에 얼마나 훌륭한 이야기를 얹느냐, 새롭고 참신하되 낯설지 않고, 보편적이되 익숙하지 않은 서사 전략을 짜내냐느냐.

'정이'의 영화사적 의미는 그 숙제를 다시 한번 제시했다는 데 있다. 나는 '그걸로 됐다'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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