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맨을 보고...
극장에 가서 <퍼스트맨>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 영화의 감독인 데이미안 셔젤을 매우 좋아합니다. 데이미안 셔젤은 <위플래쉬>, <라라랜드>의 연출을 맡았던 감독입니다. 제가 <위플래쉬>를 보았을 때 느꼈던 그 전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물론, <라라랜드>도 그에 못지않게 훌륭한 영화입니다.
퍼스트맨은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가 60년대를 기반으로 해서인지, 영화 화면의 질감(?)부터 1960년대를 연상케 해줍니다. 카메라가 신을 잡는 방식도 여타 할리우드 영화와는 방식이 많이 다릅니다. 보통의 할리우드 영화라 하면 카메라를 고정시켜놓고 하나의 신(Scene)을 잡는 시간이 짧은데, 이 영화는 마치 사람이 그 장면을 보는 것처럼 신의 호흡이 상대적으로 길고, 카메라도 사람이 고개를 움직이고 걷는 것처럼 시점을 움직입니다. 배경음악도 대체적으로는 단순합니다. 물론, 필요한 장면에서는 웅장한 배경화면을 삽입합니다. 이러한 영화적 장치를 통해서 영화는 주인공인 닐 암스트롱을 담담하게 보여주려 노력합니다.
미국의 달 탐사 계획을 영화로 만든다고 하면 저희의 머릿 속에는 어떤 기승전결이 존재해서 우여곡절 끝에 미국이 달에 사람을 보내서 소련을 이기고 미국은 다시 위대함을 되찾는 그런 클리셰적인 흐름이 머릿속에서 지나갑니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그렇게 만든다면 그건 제가 좋아하는 데이미안 셔젤 감독의 방법이 아니지요.
셔젤 감독은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계획에서 닐 암스트롱이라는 개인에 집중합니다. 그가 왜 우주인 프로젝트에 지원했고, 달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가를 마치 옆에 있는 사람이 지켜보듯이 담담히 지켜봅니다. 다만, 기승전결 방식의 기존 블록버스트 영화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저같은 사람들에게는 조금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인생이라는 게 대부분 지루하지 않겠습니까.
이 영화를 보다보면 영화를 본다는 느낌보다는 닐 암스트롱이 주인공인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소설은 보통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떤 사건에서 느끼는 감정, 행동을 세밀하게 서술합니다. 좋은 소설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 무조건 착하거나 나쁘거나 영웅적이거나 악당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입체적으로 서술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면에서 데이미언 셔젤은 닐 암스트롱을 주인공으로 한 2시간짜리 소설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짧게 말해서 잘만든 영화란 뜻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퍼스트맨>을 봤을 때 <위플래시>나 <라라랜드>를 봤을 때 느꼈던 만큼의 전율을 느끼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위플래시>와 <라라랜드>가 '음악'을 제재로 한 영화여서 하이텐션을 유지한 반면에, <퍼스트맨>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간다는 차이점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위플래시>와 <라라랜드>가 제 인생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영화인 반면에, <퍼스트맨>은 그 정도까지는 아닐 듯 합니다. 그래도 충분히 잘 만든 영화입니다.
위플레시, 라라랜드의 감동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감동을 주는 영화였네요 :)
넵ㅎㅎ 아무래도 감독이 똑같은 장르에 머물 수는 없었겠죠ㅎㅎ
이 영화 덕분에(?) 다시 달과 관련된 음모론들이 스물스물 기어 올라오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