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색칠하기
홍콩에서 대학원 다니던 시절, 중국어 교육을 전공한 나는 광동어와 만다린을 비교분석하는 수업을 들었는데 꽤 흥미로웠다.(하지만 난 여전히 광동어는 하지 못 한다)
그 수업의 마지막 과제는 홍콩의 신문에 나온 만다린과 다른 광동어의 어법이나 어휘를 찾아내 리포트로 정리하는 것이었는데 그 과제를 위해 편의점에 가서 있는 대로 홍콩 신문을 사들였고 평소 같았으면 관심도 없는 홍콩의 뉴스를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
평소에 홍콩 뉴스는 커녕 한국 뉴스도 보지 않던 나는
매일 매일 홍콩 신문을 스크랩하고 정독하며
무언가 나에게 변화가 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예상하듯이
세상을 알아가며 찾아온 긍정적인 변화가 아니라
갑자기 마음이 어두워지고 세상이 무서워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홍콩에서 집과 학교를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을 하며
딱히 홍콩 사회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는데,
매일 홍콩에서 벌어지는 일을 신문으로 보다 보니
참으로 무서운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필리핀 도우미의 손가락을 칼로 베어버린 홍콩 고용주라던지 , 홍콩과 중국 본토 사람들의 갈등이라던지
포크레인에 깔려 사고로 사망한 사람,
어느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람,
강도, 살인, 마약 등등
내가 중국어 부족으로 모든 내용을 샅샅이 읽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삶은 역시 살만한 것이구나 느끼게 해주는 훈훈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내가 모르던 홍콩 사회가 이렇게 무서운 사회였구나..........라고 처음 알게 되어 나는 점점 마음이 불안해졌다..
어느 정신과 의사가 말하기를 본인은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뉴스에는 온통 자극적인 얘기밖에 없고
우리의 마음은 그것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뉴스는 자기가 챙겨 보지 않아도
주위에서 소식을 알려주기 때문에 따로 자극적인 뉴스를 매일 봐 자신의 마음에 부정적 영향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도 예전에는 그것을 그닥 잘 느끼지 못 했으나
어느 순간 뉴스에는 훈훈한 얘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점점 날이 갈수록 엽기적인 사건들을 주로 보도한다는 것을 느끼고부터는 의도적으로 뉴스를 보지 않기 시작했다.
요즘엔 매체가 너무나 많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점점 자극적인 내용으로 보도를 하는 것 같은데 나 또한 자극적인 인터넷 기사 제목에 끌려 뉴스를 보고 나서 기분이 안 좋아졌던 적이 꽤 많다.
그런 뉴스를 주로 보다 보면 세상은 항상 경계를 하지 않으면안 되는 삭막하고 무서운 곳이고 그런 세상 속에서 우리는 점점 주위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된다.
나 외에는 모두가 의심스럽다.
세상에는 분명 크고 작은 아름다운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을텐데 뉴스에는 그런 훈훈한 얘기보다는 자극적인 얘기로 주를 이루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그리고 그런 자극적인, 불행한 뉴스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혹시 이런 측면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주위 사람들의 불행을 보면서 내심 안도를 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는 평안하게 잘 사는 것이구나..'
나도 인생이 피곤하고 힘들지만 나보다 더 큰 불행을 겪은 사람들의 뉴스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 반, 나는 그래도 이 정도면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는 안도감 반을 느끼며 그런 불행한 뉴스를 쯧쯧 혀를 차면서도 다음 번에도 또 챙겨 보게 된다.
책에서 이런 우스갯 이야기를 보았다.
강도가 노부부의 집에 들었는데 집을 다 털고 노부부의 집을 나가려던 강도를 남편이 붙잡았다.
남편 왈: "우리 와이프 좀 잠깐 만나고 가구려.
와이프는 평생 당신을 기다렸다우."
세상은 우리가 색을 칠하는 대로 보이기 마련이다.
어떠한 사람은 비가 내리는 것을 보면서
내 마음을 대변하는 우울함의 상징으로 여기고
어떠한 사람은 같은 비를 보면서도
낭만의 상징으로 여긴다.
밤이 되면 밤하늘을 보면서
하늘에 별이 떴나 보는 사람이 있고
밤이 되면 혹시 내 뒤에 누가 따라오진 않나 불안해하며
종종걸음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한 뉴스는 우리를 미리 미리 조심하게 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그 경계심이 너무나 지나치면
우리의 마음은 병 들고 애꿎은 사람까지 범죄자 취급을 할지도 모른다.
어릴 때는 우리가 축적해 온 경험의 색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우리가 몰랐으나,
지금은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스스로 선택할 힘이 생겼으며 우리가 축적하는 경험에 따라 우리의 세상은
푸른 빛으로 보일 수도, 회색 빛으로 보일 수도 있다.
세상을 살 만하게 하는 것은
우리 주위에 벌어지는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작은 말과 행동들이고 우리의 주위에는 이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는 이런 것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똑같은 사건을 보고도
누구는 공포로 보고 누구는 도전으로 본다.
똑같은 사람을 보고도
누구는 분노를 느끼고 누구는 흥미롭게 느낀다.
우리가 세상에 어떠한 색을 칠하는지는
'온전히' 우리의 몫이며
그 색은 우리가 매일 무엇을
'선택' 해서 '경험' 하는지에 달려 있다.
다행입니다.
오늘 포스트는 저 혼자 음미하도록 하구요 ㅎㅎㅎ
홍콩쪽에 태풍이 왔다고해서
걱정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포스트가 올라오니 안심이네요 ^^
저도 적어도 제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줘서 살만한 공간을 더 나아가 세상을 만들어 내고 싶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맞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니더라도 내 주위 사람들에게만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살만한 가치가 있는 인생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 생각들의 개인이 늘어나면 결국 전체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것으로 생각이 되구요~
세상에 태어났으니 삶의 의미를 찾게 되고 부여하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야 할 것 같아요! 이왕이면요~ 그쵸?
이왕 태어났으니 의미를 부여하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말에 동감입니다~~
네~ 홍콩에 8급 태풍이 왔답니다~~ 큰 나무들이 많이 쓰러졌어요.. 35층인 저희 집 거실에 매달린 등은 태풍이 올 때 흔들흔들 하더라구요>< 지금은 8급에서 1급 태풍으로 줄어들어(급수가 클수록 위험한 태풍) 이제서야 오늘 처음 마트에 산책을 나와서 라이언님 댓글을 봤습니다^^
와.. 무서웠겠습니다. 피해는 없으시죠?
예전에 한국 쪽에서도 저희 집은 14층인데도 체감하니 다르더라구요.. 생각과...
아무일 없이 지나갔으니 다행입니다~ 마트에서 맛난 거 사서 들어가세용~ ;-)
피해는 저희 아파트 나무들이 많이 쓰러졌어요..ㅜㅜ
꽤 쎄긴했군요.. 하긴 뉴스에 나올정도니...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으니 다행입니다~
도로에 떨어진 것들 피해서 조심하세요!!
저도 사실 사회면은 잘 보지 않습니다.
세상을 들여다 보면 아름답지만은 않더라고요...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는 아름다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자나요?
가족들이 서로에게 주는 행복이 그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뉴스를 보면 갑갑한 마음이 들어서 저도 뉴스를 보지 않습니다. 작년 말부터 온 국민을 피곤하게 했던 뉴스들이 생각나네요.
나이가 들면서 뉴스를 곧이곧대로 보는 것이 아니고 나만의 주관을 가지고 해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말인 것 같은데 글을 너무 서정적으로 잘 써주셔서 보는 눈과 마음이 즐겁네요.
rollick님~
맞아요~ 나이가 들면서 뉴스 포함 대부분의 것을 곧이 곧대로 보질 못 하고 나만의 주관으로 해석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뭔가 심경이 복잡해지기도 하고><
숨어서 잘 보고갑니다~ 다음에는 홍콩 사진 올려주세요~ 너무 궁금해요.. 일상생활? 이런거 더 좋을꺼같아요 ㅎㅎ
두비님!!!!
오랜만입니다~~~^^
어제는 홍콩에 큰 태풍이 왔습니다~~~
일상생활은 너무나 단조로워 딱히 쓸 것이 없지만
일상생활에서 보석을 발견하게 되면 그때 사진과 함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megaspore님, 오늘도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말씀을 해 주셨네요.. 같은 일 같은 사람 같은 행동에도 다 의미를 다르게 보는 경우가 있는 듯 하네요.. 바람이 있다면 그 선택과 경험이 자신의 발전을 위한 길이었음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감하는 얘기가 많아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이렇게 바뀌기도 저렇게 바뀌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주위 사람들의 불행을 보면서 내심 안도를 하기도 한다.>
이 말도 공감이 가는게.. 저부터도 그렇고 남의 불행을 보고 기뻐하는 건 아니라도 안도를 하면서 나는 괜찮다는거에 위안을 하는게 정말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slay님~
어떠한 사람이 그런 얘길 했는데 뜨끔했어요.
"우리는 가까운 사람의 불행을 보면서 싫지 않은 무엇인가를 느낀다." ......
아주 좋은 게시물 ... !!!
공유 주셔서 감사합니다 ... !!!
upvote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