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이야기] 당신이 강사로 성공하지 못하는 네 번째 이유

in #kr7 years ago

이유 #4 공부하기 싫어하기

 사람은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학교에서 수업 듣듯 하는 공부는 아닐지라도 우리는 살면서 늘 새로운 정보를 접하게 되고 메모를 하고 외우고 써먹는다. 

 시험을 치르거나 얼마나 공부했는지 일일이 확인받는 단계는 건너뛸지 몰라도 우리의 삶 자체가 누군가에게 배우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시간들일지 모른다. 


 강단에 서서 강의를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아니 꽤 자주 벌어진다. 

 강의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예상되는 부분은 미리 자료를 찾겠지만,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딱히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 예상하지 못한 질문, 미처 준비하지 못했거나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답을 해야 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솔직하게 “모른다”고 대답하는 것이다. 

 어설프게 아는 척 하거나, 빙빙 돌려가며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 오히려 강사에 대한 신뢰만 깨트리게 된다. 

 알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답을 하고 자료를 찾아보고 다음 수업 시간에 알려주겠다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소에 꾸준히 공부를 한 사람은 훨씬 매끄럽게 상황을 이끌어 갈 수 있다. 

 질문과 정확하게 부합하는 내용은 아닐지라도 대답할 수 있는 거리가 있으므로 다양하게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 


 그럼 평소에 어떤 공부를 해두어야 도움이 될까? 

 물론 자신이 강의하는 영역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 역시 강사가 해당 분야에 대해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기를 기대한다. 그 기대 수준에 맞는 정도의 경험과 그 경험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필요한 건 두루두루 넓은 식견이다. 강의 분야와 크게 관련이 없을지라도 평소에 폭넓게 공부를 했다면 언제 어디서든 빛을 발할 수 있다. 


 최근 인문학 열풍이 무섭게 분다. 

 어떤 비평가는 우리나라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인문학 자체가 아니라 외국의 인문학 소비를 따라 하는 수준이어서 알맹이가 없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인문학에 관심 갖는 걸 나쁘다고 볼 필요는 없다. 인문학은 우리로 하여금 사색의 넓이와 깊이를 더 크게 만들어줄 수 있고, 보다 깊은 성찰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공부는 하루아침에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벼락치기 시험공부 하듯 성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예전에는 주로 소설을 많이 읽었고, 최근 십여 년 사이에는 고전, 인문학, 철학 관련 도서를 자주 접한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책마다 밑줄 그어가면서 읽었다는 건 아니고 가벼우면 가벼운 대로, 묵직한 주제는 묵직하게, 마음 편하게 읽었다. 


 단언하지만 평소에 책을 놓지 않는 습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읽은 책의 양에 비례해서 강의의 질을 높여준다. 


 최근 내가 겪었던 경험담 한 토막.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동영상 제작과 관련된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수강생들이 만든 동영상을 다 같이 감상한 뒤 내가 짧게 코멘트를 하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수강생 한 분이 가족들과 동물원에 놀러가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해서 배경음악까지 넣어서 멋지게 동영상을 완성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자신이 평소에 영화를 좋아한다면서 영화 포스터와 주연배우 사진을 모아서 슬라이드쇼 형태의 동영상을 만들었다. 

 동물원 동영상에 코끼리가 등장했고, 영화 소개 동영상에는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300”이라는 영화를 짧게 보여주었다. 

 나는 수강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혹시 코끼리와 영화 삼백이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아세요?” 


 잠시 뜸을 들인 후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둘 다 같은 책에 등장합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라는 책입니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쓴 책이죠. 

 코끼리는 영어로 Elephant죠? 이 단어가 처음 글자로 쓰여진 책이 바로 헤로도토스의 역사입니다. 그리고 삼백은 페르시아에 맞서 싸운 스파르타 전사들에 관한 영화인데, 이 역시 같은 책에 나옵니다. 물론 페르시아 군이 말 대신 코끼리를 이용하기도 했더군요. 

 무척 두꺼워서 낮잠 잘 때 베고 자면 딱 좋습니다.“ 


 수강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대부분 가정주부이고, 학부모였던 수강생들은 일단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써먹을 수 있는 내용이라며 꼼꼼하게 메모를 했고, 재미있다며 그런 이야기를 더 들려달라고 했다. 

 강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강의 주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이야기지만 이런 작은 것들이 강사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데 큰 기여를 한다. 


 강사라는 직업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 

 유능한 강사는 단지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만 잘 알고 잘 가르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수강생들은 강사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도 관심을 가지며, 별 것 아니라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으로 강사의 자질을 평가한다. 


 생각해보자. 

 수강생들에게 배포하는 자료에서 맞춤법이 틀린다면? 

 기초적인 상식조차 제대로 모른다면? 


 비록 강의 내용과 큰 연관이 없는 부분일지라도 수강생들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까? 

 일단 책꽂이에 놓여 있는 책 중에서 아무거나 한 권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하자. 다 읽고나면? 다시 그 옆의 책을 집어 들자. 


 나는 책을 읽을 때, 샤프펜슬이나 연필을 옆에 둔다. 

 눈길을 끄는 문장이 있으면 표시를 하고, 책을 다 읽고 나면 표시해둔 부분을 워드프로세서로 타이핑해서 정리한다. 

 가끔은 책 읽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 나중에 필요한 내용을 찾기 위해 책을 뒤적이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직접 손으로 써서 그런지 몰라도 꽤 오랫동안 기억난다. 툭 던지듯 써먹을 수 있는 맛있는 양념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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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책을 읽을때 핵심포인트나 주요 전달내용은 따로 사진을 찍거나 (이미 구매한 도서 한에서) 간략하게 느낀점을 나에게 보내는 카톡으로 적어
보냅니다. 그러면 후에 인출효과로 더 오래남고 생각을 더 많이 할수 있죠 ㅎㅎ

아! 저와 비슷하시군요.
리디북스 페이퍼로 가끔 전자책을 읽는데, 전자책은 복사 기능이 있어서 유용하더라고요.
근데 "인출효과"... 몰랐던 표현인데, 좋네요. 종종 써먹어야겠어요.^^

이미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 이 도서에서 인용한 글입니다 ^^ 한번 읽어보시는것도 추천해드립니다.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읽어보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