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관한 짧은 글] 첫 획을 긋는 것

in #kr6 years ago (edited)

그녀는 램지 씨가 나타나는 바람에 마음이 산란해져서 엉뚱한 붓을 집어 들었고,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에서 땅에 박은 이젤은 각도가 잘못되어 있었다. 이제 이젤을 바로잡고, 그러면서 그녀의 주의를 사로잡았던 무관한 잡념들 ─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하는 ─ 을 가라앉히고는, 붓을 든 손을 치켜들었다. 잠시 고통스러우면서도 흥분에 찬 희열 속에서, 공중에 쳐든 붓이 떨렸다. 어디서 시작할까? ─ 어디에 첫 획을 그을까? 하는 것이 문제였다. 캔버스에 한 획을 긋는 행위는 무수한 위험들에 뛰어드는 것을, 돌이킬 수 없는 결정들을 해나가는 것을 의미했다. 관념 속에서는 단순해 보이던 온갖 것이 실제로는 대번에 복잡해져서, 마치 절벽 꼭대기에서 보는 파도는 가지런하지만 그 가운데서 헤엄치는 자에게 보이는 파도는 깊은 골과 거품 이는 마루로 나뉘는 것과도 같았다. 그래도 위험을 무릅쓰고 첫 획을 그어야만 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섣부르게 행동하다간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 모든 것이 준비된 채일 필요는 없지만서도, 마치 피아노의 첫 음을 치는 것처럼 집중력 있는 시작은 중요하다.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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