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에 거꾸로 가고 있는 일본

in #kr7 years ago

세계가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지만, 유독 일본 만큼은 여전히 현금 결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본인들의 성향을, 오랜 경기 불황으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결과, 과소비와 빚 부담에 대한 두려움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인들은 범죄율이 낮기 때문에 현금을 들고다녀도 안전하다고 느끼며, 오히려 사이버 보안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골드만 삭스와 바클레이에서 이사로 재임했으며, 현재 암호화폐/블록체인 업계에 몸담고 있는 "Norbert Gehrke"의 아래 글은 이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아울러 글에는 설명이 없지만, 우리나라의 GDP 대비 현금 비중과 현금 결제 비율을 보면, 현금 없는 사회에서 우리나가 크게 앞서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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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말 그대로 현금이 넘쳐나는 나라입니다. 서양에서 "매트리스 밑의 현금"이라는 말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たんすよきん(簞笥預金)", 즉 장롱 안의 현금이라고 말합니다.

원래 불법으로 취득한 돈 또는 세금 안내기 위해 숨겨둔 돈을 이르는 말이었지만, 지난 20년 동아의 제로(0) 금리 정책과 1,000만 엔이 한도인 예금 보험 제도로 인해, 많은 일본인들은 자기 돈을 굳이 금융 기관에 예치해 두려하지 않는 태도를 꼬집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내에 유통중인 현금 중 약 50%가 실제로는 유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일본인들은 돈을 집에 놔두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출처: Rogoff, Harvard>

일본의 GDP 대비 현금 비중(금융 기관 보유분 제외) 또한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현금 없는 경제에 근접해 가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와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출처 : Euromonitor Passport, UBS>

일본은 세계를 휩쓸고 있는 "현금 없는 사회"라는 물결에서 뒤떨어져 있습니다. 비현금 결제율에 있어, 2017년 일본은 20% 미만으로, 70%에 육박한 한국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납니다. 중국의 경우,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안에 접한 1급 도시들에서는 거의 현금 없는 경제가 되어가고 있지만, 내륙 지역으로 가면 비현금 결제율이 약 35%로 낮아집니다. 하지만 추세는 분명 현금이 필요없는 사회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일본 정부는 비현금 결제율을 2027년까지 4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및 페럴림픽을 찾을 많은 외국인들이 비현금 서비스를 원할 것이라는 시각은 "일본인은 다르다"는 관료 집단의 시각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외국인 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일본 중앙 금융 서비스 정보위원회, "가계 금융 자산 및 부채에 대한 여론 조사">

정부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신용카드는 주로 큰 금액을 결제하는데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도인 도쿄에서도 유명 소매체인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신용카드를 받고 있지 않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많은 소액 결제가 전자 화폐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그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형태는 선불 교통카드, 예를 들어 "수이카(Suica)"로, 편의점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불 결제 시장에 혁신적인 핀테크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일본내 지불 결제 관련 기업들, 예를 들어 "Kyash"는 비자와 마스터카드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POS(point-of-sale) 사용에 있어서도 신용카드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알리페이와 위챗 페이가 일본 진출에 적극적이며, 현재 중국인 관광객만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2018년 하반기가 되면 일본인들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일본 총무성, "가계 경제 조사">

마지막으로,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지역과 다른 지역들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위의 차트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과 마찬가지로, 주요 대도시들에서는 선불 통근 정기권 등의 제도를 통해 현금 없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골 지역에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일본 내 소매 부문의 경우 뭔가를 새로이 받아들이는 면에서 "S-곡선" 또는"하키 스틱 (haockey stick)" 분포를 따르고 있습니다. 보급률이 오랜 기간 아주 낮은 수준을 보이다가 정서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서로 먼저 밴드웨건에 올라타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현금 결제 부문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2027년까지 비현금 결제율을 40%가 되게 한다는 일본 정부 목표가 과소평가한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출처: Norbert Gehrke, "The Curious Case of Cash in Japan">

늘~~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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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글이였습니다!

재밌는 나라네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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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나 시스템은 앞서가면서도 갈 길이 오히려 더 멀어보이네요 일본 특유의 민족성도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유통 중인 현금 50%나 실제로는 유통되고 있지 않다니, 재밌는 사실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좋은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