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photo] 구름의 결
Seoul. Jul. 2018 Nexus 5x
가끔 사진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사진이 아니면 표현해내기 어려운 것이 있다. 여기에 글을 올릴 때에는 한번쯤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글일 것인가 검토해보곤 한다. 사진에 대해서도 그렇다. 볼만한 가치가 있는 사진인가에 대해서 스스로 묻곤 한다. 모든 것들은 빠르게 소비된다. 사진은 훑어보기가 가능하므로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가볍게 지나칠만한 글과 사진을 올릴 것인지 아니면 조금은 무겁게 시작할지를 언제나 고민한다. 하지만 내 성향 상 전자를 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구름이 낮게 깔린 저녁이었다. 태풍이 다가오고 있었고 장마 전선도 북상하는 중이었다. 북동쪽의 고기압은 먼지를 밀어내고 있었고 그 덕택에 날은 무척 깨끗했다. 구름이 지표면을 덮고 땅과 구름 사이에 맑은 공기가 들어찬 상상을 해보라.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냥 또다른 세계가 평행하게 펼쳐진 것으로 느꼈을지도 모른다. 건물들에는 서서히 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저녁을 알리는 노을도 저 멀리서 펼쳐지고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지구의 자전 속도만큼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면 영원한 노을이 계속될 것이었다.
내가 사진에 부여하는 모든 설명들은 사실 사진과 독립적이길 바란다. 사진은 그 자체로도 감상의 의의가 충분한 매체이다. 그러니 내가 적은 앞의 문단은 아무런 쓸모 없는 나열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이에게 닿지 못할 자폐적 감상이 될 여지도 있다. 글이 사진을 지시하고 사진이 글을 지시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모든 글과 사진에 대해서 그럴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나는 그저 내가 보는 시선 - 그 자리에 당신이 서있기를 바란다. 나는 언제나 내 시선을 사진에 담으려 노력하고, 그 시선이 당신의 시선에 닿으면 그 뿐인 것이다. 장엄함이든 즐거움이든 색채의 결이든 나는 사실 공간에 사진을 던져놓으면 그 뿐이고, 정녕 성의없이 보인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오히려 맞는 양식일지도 모른다. 흰 벽에 사진 하나 걸어 놓듯이 말이다.
그러니 여기까지 적은 모든 문장들은 (심지어 제목까지 포함하여) 당신의 선입견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를 바란다. 여기 적힌 무수한 글자들은 결국 글자수 - 분량 때우기에 불과하다. 흰 벽에 흰 글자들만 있으면 허전하므로 검은 낙서들이 필요한 것이다.
제가 보팅파워가 없어서 좀 아쉽네요. 사진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시선과 느낌이 잘 닿을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뿌듯해집니다. 좋은 평 감사드립니다.
사실은 글이 60% 더 좋았습니다. ㅎㅎㅎ. 저는 별 볼일 없는 스티미언이지만, 리스팀하고 갑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사진이에요!
저도 이 장면 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이렇게 멋있었나 하고요 :)
구름과 산과 빌딩 빛들이 조화롭습니다.
실제로 보았을 때 약간은 장엄하고 영롱한 느낌이었습니다. 지구에서 살고 있구나 라는 게, 와닿았다고 할까요.
파란 커튼이나 장막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만큼 인상적인 구름이네요~
구름이 지표면을 덮는 것을 상상하니 포근한 느낌이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구름이라니요.
사진 자체의 감상도 좋은데, 써주시는 글도 너무너무 좋아요. 매번 위로받고 갑니다.🙏
이번 글은 사실 어떻게보면 맥락과 무맥락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 닿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사실 여기에 사진을 올리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항상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진'만' 올리는 것이 가능한 작업일까도 항상 고민합니다. 사진만 둥둥 떠있다면, 아마 외롭기도 할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표현하고 싶은 도구는 항상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느낌으로만 와닿는 한 장의 사진이라도 충분히 그 마음이 닿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qrwerq님의 섬세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는 사진이니까요.🙏
늘 느끼는 거지만 qrwerq님의 글은 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요. 가령
사진도 좋지만 전 글이 더 좋았네요.
제 스스로의 시선에 대한 메타적 감상일지도 모릅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은 시에 대한 생각이 넘쳐서, 오히려 산문이 어그러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다행인 것 같습니다.
어떤 때는 사진 한장으로만 충분할 때가 있고, 어떤 때는 글과 함께 있으면 더 살아나는 사진이 있고 상황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
사진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을 때 그래서 저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되어 세상을 떠돌아 다니고 싶었죠. 글보다 사진 1장으로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상황이 있어서요. ㅎㅎㅎ
저도 상황마다 다르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다만 여기에 올리는 사진의 경우에는, 사진만 올리는 것은 역시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 사진은 아무래도 "생각"보다는 "느낌"과 감상의 영역인지라 이미 자극적인 사진들로 눈이 익숙해진 시대에서는 무얼 더 추구해야할까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저도 한 때는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잡지에 다녀보고도 싶었는데, 사실 영어가 안되어 포기했습니다. (...)
저도 그렇습니다. 저도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판매하는 프리랜서... 내셔널지오 그래픽에 자주 실리는 사진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저는 영어도 영어지만... 사진도 사진... 그리고 그런 것을 감당할 용기가 없었지요.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월급쟁이로 살고 있겠지요. ^^;;
지구의 자전속도와 같은 속도라면 우리는 매일 같은 시각을 살아갈 수도 있겠다고 써주신것이 프레임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
열린 프레임이 되었다면 저로서도 좋습니다. 결국 지구의 자전이 문제인 것입니다 (?). 노을의 순간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약간은 시큰해지는 광경이었어요. 지구를 잠깐 멈추고 싶은만큼요.
결이라는 표현이 참 좋네요 ㅎㅎ
제가 자주 쓰는 단어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부드러우면서도 세심하고, 한편으로는 강인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nexus5x 쓰시는군요^^; 사용자가 많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저도 nexus 유저였지요. 지금은 android one으로 넘어왔습니다. 샤오미로요. 기왕이면 픽셀로 가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
저도 나중에는 꼭 한번 픽셀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지금 nexus 5x 를 쓰는 것은 굳이 불편함이 없기 때문인데요, 군더더기 없는 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능이 없다로 비추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세세한 기능들을 쓰느냐는 별론으로 하고요.)
8월 20일 android P OTA를 보시길^^ 바랍니다~ 구글이냐 애플이냐, 넥서스나 갤러시냐는 거의 신앙 수준의 의사결정이 아닐까도 싶네요~ 저는 안드로이드 원보다 안드로이드 고로 가고 싶었습니다. 크롬북을 쓰면서 그냥 피쳐폰도 고려해 보았던 상황이라서 ....
지원하지 않는 업그레이드가 생기면, 결국 기기가 오래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곤 합니다. 아마 내년 초쯤에 한번 기기를 갈아타지 싶어요. 크롬북에 피쳐폰 조합은 뭔가 신선하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