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일기] 탈북자가 찾아와 마약에 대해 물었다

#2018년 6월20일 마약일기

한 북한이탈주민이 나를 만나고 싶다며 전화가 왔다. 마약 중독자를 위한 여러 사회운동을 하는 윤현준 교수가 자신더러 한번 만나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허기자님. 탈북자 사회에도 마약 중독 문제가 심각해요. 좀 만나주실 수 있을까요?”

탈북자 사회에도 마약문제가 심각하다니. 뭔 소리일까, 저건. 북한 사회는 우리보다 마약에 대해 좀더 관대한 분위기라고 들었다. 그래서 탈북자들중 마약을 접해본 사람들이 꽤 있는데, 남한 사회에서 적응을 잘 못해 다시 마약에 빠진다는 걸까.

40대 중반의 한 여성이 내 앞에 나타났다. 밝고 대담한 표정의 그. 그는 지금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는 늦깎이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우리는 시원한 콩국수부터 먹으러 갔다. 식당에 앉자마자 대뜸 그가 내게 물었다.

“진짜 해보면 그렇게 좋아요?”
“네. 너무 좋아요. 무서울 만큼. 그러니 절대로 호기심으로라도 하지마세요.”

처음은 호기심이다. 아니, 내 경우에는 아픈 이와의 공감을 위해 선택한 것이다. 아니, 정확히 뭔지도 잘 몰랐으니 선택한 건 아니다. 대체 내 앞에 앉아있는 이가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 하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는 내 앞에서 연신 알 수 없는 ‘고통의 숨’을 뿜어대었고, 나는 그 연기를 피해 달아나지 않았다. 그렇게 스며들었다. 그래, 호기심이구나.

나는 통제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악마는 무서운 얼굴로 찾아오지 않는다. 한없이 부드럽고, 연약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찾아온다. 그러나 그 악마는 한번 사로잡은 먹이는 무서울만큼 강력한 힘으로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나는 평생 악마와의 동거를 해야 한다. 그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마약이 그저 그런 좋은 것 정도가 아니라, 무서울 만큼 좋은 것’이라고 사람들에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탈북자 사회가 중국 동포 사회와 많이 연결되어 있는 탓인가. 북에서 중국으로 흘러나온 마약이 남한의 탈북자 사회로 유입되고 있는 모양이다. 탈북민들이 유난히 도덕적 각성이 떨어진 탓이 아니다. 가장 취약한 부분을 뚫고 파고드는 게 마약일 뿐이다. 북에서 가벼운 마약은 치료약이 부족한 곳에서는 실제로 약처럼 사용된다고 한다. 명절 때는 선물처럼 동네 주민들끼리 건네주기도 한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탈북자들이 더이상 마약에 빠지지 않도록 도울 수 있을까.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조금씩 보인다.

※당부의 글.
안녕하세요. 허재현 기자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간 마약 문제에서만큼은 단 한번도 마약 사용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연재글은 마약 사용자들이 어떤 일상을 살며, 어떤 고민들에 부닥치는지 우리 사회에 소개하고자 시작한 것입니다. 마약 사용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아닌,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마약 정책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려는 의도입니다. 마약 사용자들과 우리 사회가 함께 건강한 회복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려는 의도입니다. 이점 널리 혜량해주시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관련글 / 허재현 기자의 마약일기를 시작하며
https://steemit.com/drug/@repoactivist/4vbeg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