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냥'에 대하여
'생산냥 '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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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교육은 참 대단합니다. 초등학교 시험 볼 때 ‘인류’를 소리나는 대로 읽으라는 문제에서 ‘인뉴’라고 썼다가 틀린 이래 저는 ㄴ 다음에 ㄹ 이 오면 앞의 단어를 무조건 ㄹ 로 읽었습니다. 즉 인류는 일류, 신라는 실라, 천리길은 철리길, 나의 여성 편력은 여성 ‘펼력’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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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무슨 현상이라고 부르는지는 까먹었는데 의식적으로 그렇게 발음해 왔습니다. 그런데 ‘리더십이란 이런 것’ 유튜브 하나를 만들다가 아내에게 크게 한 방 먹었습니다.
대본을 읽어 아내에게 파일로 보내고 거리에 산책 나가 기운차게 파워 워킹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대체 초등학교 어디 나왔어?” 허어 이게 무슨 괴이한 소린고. 아내가 다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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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발음해 봐!” “응? 생살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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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아내의 분노는 더 웅장해집니다, “도대체 어디서 우리 말을 배웠길래 이러니. 누가 생살량이라고 읽어! 생산냥이라고 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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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자음접변... 음 그게 아니고 하여간 뭐 그런 걸로 니은 뒤에 리을이 오면 리을로 변해. 신라는 신라가 되고, 천리길은 철리길로 읽고.... 내가 맞다니까.”
“출근 시간 신도림역에서 길을 막고 물어 봐 누가 생산량을 생살량이라고 읽는지. 이건 생산냥이라고 읽어야 되는 거야.”
“어허 학력고사 국어 나 세 개 밖에 안틀린 사람이야”
“됐고! 네이버 검색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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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네이버 통해 국립국어원 검색해 보니 아내 말이 맞습니다. “ ‘ㄴ’ 받침으로 끝나고 독립성이 있는 2음절 한자어에 ‘ㄹ’로 시작된 1음절 접미사가 결합될 때는 ‘ㄹ’이 [ㄴ]으로 발음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생산량’이라는 표현은 ‘ㄴ’ 받침으로 끝나는 명사 ‘생산’과 그 뒤에 ‘ㄹ’로 시작하는 접미사 ‘-량’이 결합된 것이기 때문에 [생산냥]이라고 발음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예로 ‘결단력, 상견례, 입원료’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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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저는 지금까지 잘못된 한국어를 말해 왔던 셈입니다. 결단력은 결단녁으로 발음해 왔지만 상견례는 당연히 상결례로 읽었으니 그야말로 뒤죽박죽. 그래도 어렵긴 합니다. 권력은 궐력이 맞으나 공권력은 공꿘녁이 돼야 한다는 이 어려운 규칙을 제대로 이행하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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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푸념을 했더니 아내는 또 한 마디 합니다. “다 하는데 본인이 못하는 걸 다 못한다고 생각하지 마.” 음 이게 사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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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한 본받고 싶은 리더십은 미국의 최장기 재임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이야기입니다. 뉴딜 정책으로도 유명하지만 저는 두드러지게 노동 친화적인 여성 프랜시스 퍼킨스를 최초의 여성 각료인 노동부 장관에 임명하고 그를 12년 동안이나 눌러앉히면서 현대 미국의 사회 보장 제도의 토대를 닦은 점을 주목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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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퍼킨스처럼 루스벨트는 그때껏 당연시돼 왔던 낡은 가치들에 다방면으로 도전했습니다. 자유방임의 자본주의,정부의 개입이 없으면 없을수록 좋다는 신념은 루스벨트에 의해 깨져 나갑니다. 루스벨트는 고급 부르조아 가문 출신이었고 귀족적인 삶을 살았지만, 계급의 배신자라고 불릴 만큼 인간 이하의 삶을 영위하던 미국 노동자, 농민, 그리고 하층민들을 향한 정책을 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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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이유는 사실 뻔합니다. 우선 문재인 정권의 무능함과 그 정권을 이끈 이들의 내로남불 삽질 때문에 이 정권의 연장을 거부한 이들, 그리고 이 정권과 각을 세우는 걸 보고 “너라면 할 수 있다.”는 심경으로 이 정권을 단죄(?)해 달라는 사람들의 여망이 합쳐진 결고겠죠. 아무리 눈씻고 봐도 정치인으로서의 윤석열의 장점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취임하기도 전에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이전에 목숨을 거는 듯한 태도는 역시나 막막하구나 하는 한탄을 하게 만들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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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취임 뒤 윤석열 대통령은 제 편견을 ‘배신’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가 당선된 첫 일성이 ‘통합’이었을진대 ‘나로의 통합’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통합’으로 나아가기를, 또 당장 산업재해의 기업책임을 모면하고 노동 시간 연장에 목을 매려는 사람들을 ‘배신’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되 잘된 것은 이어가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 국민의 ‘기쁨 생산냥’을 늘려 주기를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루스벨트 이야기를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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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악플러가 조회수 기백의 유튜브도 유튜브냐고 비웃고 지나가길래 한바탕 웃었습니다 뭐 뭔 중뿔을 바라겠습니까 ^^ 꾸준하게 '생산냥'을 늘리다보면 나중에 우리 부부의 추억이라도 되겠죠.... 그래도 좋아요와 구독 꾸욱 눌러 주시기는 해 주시기 바랍니다 ㅎㅎㅎ
좋은 문법 배웠습니다^^
ㅋㅋㅋ 리더십을 모르시다니
많이 쓰면 표준어이니 모든게 바뀌기 마련이죠.
어쩌겠습니까...젊은이들을 따라야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