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는 있다. 무다구치 준표

in #kr6 years ago

오늘에 이르러 나는 '환생'을 믿게 됐습니다. 어느 페친의 짧은 댓글 하나에 머리가 뒤흔드는 충격을 받았지 뭐겠습니까. 단언컨대 '환생'은 있다고 얘기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 생년월일이 좀 안맞네요. 한 사람이 죽기 전에 다른 한 사람은 이미 태어나 있었단 말입니다. ..... 그래서 '빙의'라고 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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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 언급되는 사람이 환생 아니 빙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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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을 달리한 김종학 PD의 걸작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가운데에는 명장면이 많았지. 드라마 사상 최초의 키스신도 그렇고, 아들을 잃고 넋을 잃고 아들을 바라보는 침묵 장면, 그리고 라스트 신 등등 기억나는 장면들이 많지만 최재성이 굶주림에 지쳐 뱀을 뜯어먹는 모습 또한 기억에 남을 거야. 그때 최재성은 이 연기를 위해 며칠을 굶다시피 하고 사정없이(?) 뱀을 뜯어먹었다지. 사실 사흘 굶어 도둑질 안하는 사람 없다고 며칠 주리고 나면 바퀴벌레인들 입에 못 넣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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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극중 최재성은 어쩌다가 그런 고생을 하게 된 걸까? 중국에 주둔 중이던 그는 버마 전선으로 전출, 일본군 15군 소속으로 또 하나의 전쟁을 맞게 돼. 임팔 전투라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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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투는 1944년 3월 8일 인도 버마 국경지대에서 중국으로 이어지는 교통로를 차단하고, 또 부단히 자신들을 괴롭히는 영국군을 혼내 주기 위해 10만 대군을 동원하면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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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임팔 전투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이 하나 있다. 무다구치 렌야. 일본군 15군 사령관. 이 인간의 이름은 일찌감치 중일전쟁 개막시에 드러나. 당시 베이징 근처의 일본군이 야간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총성이 울려서 전 병력을 집합시켜. 그런데 한 명이 나타나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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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다구치.jpg

중국군의 습격이라고 생각한 연대장은 비상을 걸고 중국군을 공격하라고 명령하는데 사실 문제의 실종자는 용변을 보느라 집합에 빠졌던 것이었거든. 하지만 어차피 중국과 맞붙을 생각이 그득했던 일본 군부에게는 문제가 안됐지. 제2차 세계대전의 시발을 이로부터 시작된 중일전쟁에서 보는 견해도 있는데 이 중국군과의 무력 충돌을 명령한 사람이 이 무다구치 렌야 연대장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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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군인의 승진을 빠르게 하지. 7년 뒤 그는 중장을 달고 버마 주둔 일본군 15군 사령관이 돼. 그는 야심차게 공격 작전을 세우지만 그가 공격하고자 하는 땅은 지구에서 가장 비가 많이 오는 울창한 정글 지대였어. 일본군은 그야말로 정글 한복판에 뛰어들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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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늪지대가 나타나면은 악어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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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전투에 참가한 일본군이 이 동요를 들었다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데굴데굴 굴렀을지도 몰라. 그야말로 지옥의 노래였을 테니까.. 일단 보급 자체가 안됐고 악어 떼같이 덩치 큰 맹수부터 거머리같은 작은 흡혈귀들까지 별의 별 괴물들이 정글 속에 도사리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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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이 어렵다는 말을 들은 무다구치 렌야 중장, “적의 것을 빼앗아 보급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자신이 칭기즈칸이라도 된 줄 알았나 봐. 이때 유명한 일화가 전한다. 일본의 왕자가 무다구치를 방문해서 보급 문제를 묻자 무다구치는 호쾌하게 대답해. “적의 것을 빼앗으면 됩니다.” 그러자 왕자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되묻지. “아 그런가. 그런데 적들도 똑같이 생각하면 어쩌지?” 군복을 입긴 했지만 군사적 지식이 별로 없는 왕자의 질문에 무다구치 렌야는 말문이 막혔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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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보급이 안된다고 아우성을 치자 무다구치 렌야 중장 사마는 역사에 길이 남을 명령 하나를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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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원래 초식이다. 안되면 풀을 뜯어먹으면서 전진하라.” 세상에 이런 개풀 뜯어먹는 소리를. 앞서 <여명의 눈동자>에서 최재성이 뱀을 뜯어먹은 이유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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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팔 전투.jpg

원래 일본군의 전통이 사람 목숨을 공깃돌 이하의 존재로 치부하는 것이었긴 하지만 이 임팔 전투에서 일본군은 그 상태가 극히 나빴어. 상명하복이 절대적이었던 일본 군대에서 초유의 항명 사태가 난 건 그 단면의 하나지. 휘하 사단장 한 명은 “우리 적은 영국군이 아니라 너희들이다!”라면서 무다구치에게 정면으로 반발하고 부대를 철수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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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다구치 렌야는 위풍당당하게 나타나 항명 사단장에게 칼을 내밀고는 총총 사라지지. “이걸로 자결하라데스.” 보통 일본군 분위기라면 “죽지 않고 돌아와 죄송합니다.” 하면서 배를 가를 텐데 사단장은 길길이 날뛴다. “이 칼로 내가 너를 죽이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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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단장의 후퇴에 분노(?)한 무다구치 렌야는 또 하나의 길이 남을 명령을 휘하 군대에 내린다. “탄환이 없으면 총검이 있다. 총검이 없으면 이빨이 있다. 이빨로 물어뜯고 발로 차라. 일본은 신이 지켜주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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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반자이 돌격’ 뿐이었지. 반자이 부르면서 기관총을 향해 돌진하며 “누가 빨리 죽나” 내기같았던 절망적인 공격. 영국 공군이 일본군 사령부를 공습하겠다고 하자 영국군 사령관은 손사래를 친다, “갓댐 .... 그냥 돌아와. 일본군 사령관은 우리 편! 왜 우리편을 죽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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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대 절반이 녹아 없어졌고 나머지도 만신창이가 돼 철군하자 무다구치도 암담했던 모양이야. 그래서 천황 폐하께 죄송하다면서 자결할까? 소리를 입에 담지. 그때 그에게는 무척 총명한 부관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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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행하십시오. 아무도 안 말립니다. 이번 작전의 실패는 충분히 그러실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하면서 권총을 내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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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다구치가 눈물을 흘리면서 권총을 받아 스미마셍 하고 방아쇠를 당겼.......으면 좀 나은 인간으로 역사에 남겠지만 그는 그럴 넘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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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부인한다. 전쟁 중 민간인 학살 같은 짓은 하지 않아서 전범으로 큰 처벌도 받지 않았고 그 이후로도 근 80까지 장수만세를 누리던 그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부하의 잘못이었다고 우겼고 전몰자 추모제 같은 데에 가서 그 소리를 하다가 물세례를 받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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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다구치 렌야의 생전에 토해놓은 기염(?)들을 돌아보면 이건 비단 전쟁 얘기만은 아닐 성 싶어.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사람들 많이 만나잖아. 도대체 저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갔을까 싶을만큼 무능하지만 그 무능에 비해 비대한 권력을 휘두르고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가져오면서도 그 책임은 결코 자신에게 미루지 않고 되레 억울해하면서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라고 부르짖는 사람들 말이야. 이리 보면 무능도 악이야. 무능한 자가 제 분수를 넘어서는 권능을 부리려 할 때, 억지가 나오고 아집이 나오고 독재가 나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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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우리 시대의 무다구치 렌야..... 홍준표 대표.

홍준표.jpg

선거 출마 후보들이 제발 오지 말라고 해도 얼굴을 디밀고 가서는 온갖 사고는 다 치고 다니면서도 선거 지면 자기는 집에 간다고 사람들을 선동하고 다니는 이 고맙지만 혐오스러운 '빨갱이' 영감탱이. 그러나 자한당에는 충직한 부관도 엉터리 명령에 저항하는 사단장도 환생해 있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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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은 나와도 고맙습니다...... 계속 그래 주기 바란다.
"자한당은 원래 초식 동물이다!!! 개풀 뜯으면서 전진하라."
"경적시위하는 차들은 서울에도 많아 강북에 가면 많더라고"
"선거에서 지면 나 집에 가고 자한당 문닫습니다."
"창원에는 빨갱이가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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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무다구치 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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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다구치 렌야 중장 사마에 대한 재밌는 글이네요. 정성글에는 추천입니다~.

캄사합니다.

땡큐죠 뭐 무다구치 홍!! ㅋㅋㅋ

아 그런데 슬 프게도 적들의 간교한(?) 방해공작이....

탁월한 결론입니다..ㅎ
역사에서 우리의 꼰대 홍반장과 통하는 인물을 찾아내셨군요..ㅎㅎㅎㅎ

그런데 무다구치가 홍준표 정도는 아니었다는 반론이 강력히 제기......

앞부부만 보고 이건 무슨 여름 호러 장르일까 했는데... ㅋㅋㅋ 마지막 사진에서 빵 터졌네요. 잘 봤습니다. 홍씨 아저씨같은 인물이 또 있었군요.

위 댓글에....매우 강력한 반론이 제기가 됐습니다요.... 무다구치가 그 정도는 아니었다며ㅛ

ㅎㅎㅎ 그렇군요. 요즘 같은당에서조차 패싱을 하는 그의 모습이 짠했는데.. 그렇게 인정들을 해주시니 좀 위로가 되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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