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론다 여행 누에보다리 야경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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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ilafe08 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2014년 2월 다녀온 스페인 안달루시아지방의 도시, 론다에 다녀온 여행기입니다. 원래 야경부터 새벽까지 한 포스팅에 담으려고 했는데 사진이 너무 많아서 나눌 수 밖에 없었네요 ㅎㅎ

"론다의 밤..."

투우의 발상지이자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투우장이 존재하는 도시, 론다.
볼 것이라고는 이 누에보다리(Puente Nuevo) 하나밖에 없는 기원전 9세기에 세워진 오래된 도시이다.

바르셀로나에서 그라나다, 세비야를 거쳐 마지막 도시인 말라가를 가기 바로 전 날 찾아온 론다.
사실 말라가는 관광할 생각은 없었고, 그저 인천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한 목적지였으므로 사실상의 마지막 여행지였다.

보통은 세비야에서 숙박하며 당일치기로 찾는 이 곳, 론다를 왜 나는 굳이 1박을 해가며 묵어가고 싶었을까.
사실 2014년 2월의 여행이라 지금에 와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가이드북에서 스치듯 봤던 사진 한장 때문이던가 누군가의 론다의 일출이 매우 감동이었다던가 하는 가벼운 글귀 한 조각이었을테다. 원래 여행이란 그런 작은 것들에서 출발하는 법이니까-

느즈막히 론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문 저녁. 나홀로 스페인 여행 일정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인실 hostal 숙소를 잡아 체크인을 하고 주인아저씨가 운영하던 숙소의 1층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혼자 큰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고기를 썰고있는데, 옆테이블에 마찬가지로 혼자 테이블에 앉아있던 예쁜 스웨덴 언니가 말을 걸었다.
합석도 아니고, 각자 테이블을 잡아 저녁을 먹으며 간간히 대화를 했던 건 꽤나 재밌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특히 이 밤에 찍었던 사진들 모두는 그 스웨덴 언니가 가이드해주겠다며 밥먹고 산책나가서 찍은 것들이다. 그 언니는 스웨덴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휴가를 맞아 론다로 왔다고 했다. 나처럼 1박이 아니라 여러날 묵으면서 트래킹코스를 걷는다고.

그 여유가 참 부러웠다. 난 해외여행을 가면 바쁘게 돌아다니기 바빴다. 이번 스페인 여행만 해도 바르셀로나 4박, 그라나다 1박, 세비야 2박, 론다 1박, 말라가 1박. 안달루시아는 정말 숨가쁘게 이동하며 다녔으니까.
누군들 그렇게 여유부리며 여행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저 회사를 다니며, 금쪽같은 휴가를 내서 12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서 날아와 스페인에 오는데 다른 사람들이 들리는 곳들은 다 가봐야한다는 그 욕심이 너무나도 컸던 것을.

여하튼 관광안내소에서는 론다에서 출발하는 하이킹 코스 8개를 소개하는 브로슈어를 발간하고 있다고 한다. 2.5km 부터 9.1km 까지 다양하다고 하니 그 스웨덴 언니는 그 중 몇 코스나 다녀왔을까. 나는 1박만 하고 다음날 말라가로 떠났으니 모를 일이다.

론다의 밤은 정말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고, 지나다니는 차 한대 없고. 그저 적막이 깔린 밤에 나와 그 언니는 간간히 대화를 하며 숙소에서 나와 누에보다리를 건너 구시가지까지 갔다 돌아왔었더랬다. 한적한 야경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사실 지금은 그 언니가 금발에 키가 컸다는 것 말고는 기억이 어렴풋하다. 같이 사진을 찍지도 않았고, 연락처를 주고받지도 않았으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메모해두지 않았다. 나의 영어실력이란게 그리 썩 유창한 편은 아니니 아마도 가벼운 스몰토크였겠지.
나는 여행에서 만났던 동행들과는 이후의 만남에 대한 여지를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 즐거운 추억을 남기고 깔끔하게 헤어지는 게 좋더라. 연락처를 주고받아도 서로가 바쁜 일상에 치여 연락은 끊길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연락을 하고 싶어도 어색해서 하지 못 하고 그럼에도 남아있는 흔적이란 것들은 내 마음에 찝찝함을 남기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였으면 무서웠을, 하지만 낯선 곳에서 처음만난 이가 먼저 가볍게 내밀어준 손 덕에 론다의 밤은 아직까지도 나에게 참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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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정말 멋집니다!!^^!!

감사합니다! ^^

예쁘네요. 저긴 치안은 괜찮은가보죠?

스페인에선 밤늦게 다녀도 괜찮다고들 하더라구요~ 단지 소매치기를 조심해야할뿐... 그리고 이때는 동행이 있어서 괜찮았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