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2] 월요일 맞이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가 남긴 숙제...미래세대를 위한 고민 그리고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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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꼭 보고 싶었던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를 드디어 보고 왔습니다. 제목만 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문장이 아닐 수 없는데요(월요병 시러!!!) 뚜껑을 열어 보니 사람을 꽤나 찜찜하고 심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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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미국의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국․미국․프랑스․벨기에 합작 영화입니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해 드릴게요. 1가구1자녀 정책으로 전 세계 인구수가 철저히 통제되는 가운데 무려 일곱 쌍둥이가 태어납니다. 죽은 딸을 대신해 일곱 쌍둥이를 키우게 된 할아버지는 손녀들의 정체를 철저히 숨깁니다. 하지만 결국 아동관리본부가 이들의 비밀을 알아채고, 위험에 빠진 쌍둥이들은 아동관리본부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인간의 탄생을 제한하라 - 통제된 세상, 감시받는 사람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하지만 환경은 무너졌죠. 지구온난화로 빙하는 녹고, 땅은 메마르고, 미세먼지와 모래바람이 햇빛을 가립니다. 지구상에 불어 닥친 최악의 식량 부족 사태! 한정된 식량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세계는 ‘1가구1자녀’라는 산아제한정책을 시행합니다. 이와 함께 유전자조작식품을 개발, 대량생산에 성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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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전자조작식품의 부작용으로 쌍둥이들이 태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산아제한정책을 처음 제안한 니콜렛 케이먼 박사(글렌 클로즈 분)는 가구당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을 ‘냉동’ 상태로 보존할 것을 주장합니다. 결국 첫째 아이 이외의 나머지 아이들은 아동관리본부에 끌려가 냉동 보관되고 맙니다. 케이먼 박사는 자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마치 도둑이나 살인범으로 취급합니다. 지금 당장 아이를 더 낳고 몰래 키우려는 이기심이 미래에 태어날 아기를 굶어죽게 만든다는 논리입니다. 또한 냉동 보관된 아이들은 지구가 안정되면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아갈 것임을 강조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자기 부모의 ‘유일한 자녀(Only Child)’ 임을 증명하는 팔찌를 차야합니다. 길목마다 세워진 검문소, 완전무장한 경찰들은 매일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합니다. 신원을 확인받은 사람만이 검문소를 통과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식량을 구입할 때는 어떻게 할까요? 팔찌만 내밀면 됩니다. 승인받은 사람만이 식량을 지급받게 되죠. ‘유일한 자녀’가 아닌 자들은 경찰에 끌려가 지구가 안정화될 때까지 냉동보관 됩니다. 반항도 변명도 소용없습니다. 모든 게 철저히 통제된 세상입니다.

이 영화는 ‘식량 생산 속도가 인간 번식 속도를 감당하지 못할 때 인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케이먼 박사는 인간의 수를 통제해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인간만 주장합니다. 문제는 아직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아기들에겐 어떠한 선택권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게 아닌데, 앞으로 식량을 축낼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 깨어날지 모를 긴 시간을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상태로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운이 좋아 해동이 잘 된다고 한들 깨어나면 자기 가족은 다 죽고 없겠죠. 어떤 게 진정 미래세대를 위한 행동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미래세대를 위한 결정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 판단할 권리가 있는지도 말이죠.

‘월화수목금토일 = 카렌 셋맨’... 7분의 1의 삶을 산다는 것, 공유한 기억과 자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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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아동관리본부에서 일한 테렌스 셋맨은 자기 일에 회의를 느껴 회사를 관둡니다. 이후 수년 간 떨어져 살던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테렌스는 딸이 남긴 일곱 명의 쌍둥이 손녀(누미 라파스 분)들을 키우게 됩니다. 아동관리본부에 손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테렌스는 이들을 집에 가둬 키웁니다. 손녀들의 이름은 참 성의 없게도 일곱이라는 숫자에 걸맞은 ‘일주일’로 명명합니다. 일곱 명의 쌍둥이들은 각각 먼데이, 튜스데이, 웬즈데이, 써스데이, 프라이데이, 새터데이, 선데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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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너희들이 개성 있게 살았으면 좋겠어. 다양성을 지켜가는 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다양성은 오직 ‘집안’에서만 존중받습니다. 밖에 나갈 땐 모두 ‘카렌 셋맨’이라는 동일인물이 돼야 합니다. 집에선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습니다. 머리가 길든 짧든, 바지를 입든 치마를 입든, 어떤 말투를 쓰든 취미가 무엇이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밖에 나갈 땐 각자의 개성 따윈 없습니다. 철저히 통제되고 통일된 모습의 카렌 셋맨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어느덧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된 일곱 쌍둥이. 이들은 각자의 이름에 해당하는 요일에 카렌 셋맨의 모습을 하고 등교합니다. 월요일엔 먼데이, 화요일엔 튜스데이가 가는 식입니다(생각해보니 선데이는 학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겠네요;;;) 학교에 다녀온 쌍둥이는 이날 학교에서 있던 모든 일을 다른 쌍둥이들과 공유합니다.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죠. 무엇을 봤고 무얼 배웠고, 무엇을 먹었고 누구와 어떤 대화를 했는지 등 아주 사소한 것 하나까지 전부 공유해야 합니다. 쌍둥이들은 기억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나머지 6일의 삶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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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문제가 터집니다. 평소 반항적이고 삶에 불만이 많던 써스데이가 몰래 집을 빠져나간 것입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놀던 써스데이는 사고로 두 번째 손가락을 잘리고 맙니다. 이를 본 할아버지는 말합니다. “모두가 카렌 셋맨이 돼야 한다는 건 단순히 기억을 공유하는 게 아니다” 할아버지는 나머지 여섯 손녀의 두 번째 손가락을 자신의 손으로 잘라냅니다. 이날의 충격은 써스데이에게 깊은 상처로 남습니다. 자매들의 손가락을 볼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써스데이. 나이가 들수록 써스데이의 슬픔과 상처는 깊어만 갑니다. 써스데이는 말합니다. “이건 사는 게 아니야! 난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구!”

타인의 기억을 공유해 그 기억으로 내 삶을 채운다는 것. 그건 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나는 ‘나만의 것’입니다. 내가 보고, 내가 듣고, 내가 느끼고, 내가 행동한 것들로 나라는 존재가 형성되고 표현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아닙니다. 일곱 쌍둥이의 삶은 7분의 1쪽 짜리입니다. 나머지는 다른 자매의 기억이고 삶입니다. 내가 살지 않았는데 자꾸만 내 것이랍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랍니다. 나중엔 어떤 게 진정 나의 삶이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쌍둥이의 삶을 가리켜 ‘가짜’라고 부정할 수 있을까요. ‘카렌 셋맨’으로 사는 날은 개성이 없었다 단언할 수 있을까요. 일곱 명이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 된다는 게 정말 가능할까요.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가 남긴 것

우리는 흔히 ‘다시 태어나면 누구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합니다. 적어도 한 번 이상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을 상상해보셨을 겁니다. 부와 명예를 움켜쥔 사람, 예쁘고 잘생긴 사람 등 내가 돼보지 못한 누군가가 되는 상상. 인간은 항상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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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나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지적이고 세련되고 강인하고 빈틈없는 완벽한 은행원 ‘카렌 셋맨’이 아니라 조금 부족한 모습이더라도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은 일곱 쌍둥이. 카렌 셋맨이 되는 날에만 자유롭게 밖을 돌아다닐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카렌 셋맨이 되는 날 가장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이죠.

점점 자신만의 비밀을 갖게 되고 카렌 셋맨의 기억을 완벽히 공유하지 않게 됩니다. 카렌 셋맨은 모두의 것이지만 결국 자신만의 카렌 셋맨을 키워가는 것이죠. ‘일주일=카렌 셋맨’은 사라지고 ‘일곱 개의 카렌 셋맨’이 됩니다.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온전히 소유하는 것, 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나만의 것’ 어찌 보면 당연한 명제인데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혹시 ‘나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감정을 느끼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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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잉?? 스포내용 있는거 아니죠? 일부러 스크롤 내렸어영
혹시나 중요한 내용 있을까 싶어서요
좋은 영화 포스팅 환영이에요!
보팅 팔로우 하구 가영♡♡

스포는 없습니다. 영화 전반에 대한 제 소견을 적어본 글입니다 ㅎ 개봉관이 얼마 없는 것 같던데 볼거면 서두르셔요!ㅎ

다시 읽어봤는데 진짜 재밌겠네요 참신한 설정이에요
배우는 혼자서 1인 7역을 하겠네요

네, 누미 라파스 라는 배우가 1인 7역을 합니다ㅎㅎ 디테일이 하나하나 다른 게 연기력이 ㄷㄷㄷ

와 스포가 아니라면 영화 진짜 재밌을것 같아요. 이 글만으로도 엄청 흡입력 있게 읽었는데... 잔인한거 정말 싫어하는데 이 영화 보고싶네요. 그 아이들이 어떻게 어떤 생각을 가지며 점점 성장하는지 너무 궁금합니다. 저도 보러갈듯해요ㅎㅎ

저는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영화가 잘만든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 이 영화는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ㅎ

제목을 보고 왠지 이런 내용일것같았는데 인구와 식량 문제, 정책에 의한 제한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네요. 영화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넷플릭스가 작품보는 눈은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논란을 차치하고 쨌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요ㅎ

저도 봤는데 ..
이 훌륭한 소재를.. 영화 중반부터 액션장르로 뒤바껴 버려서
정말 실망했답니다 ...

해피라자르님은 실망하셨군요. 저도 결말 부분은 좀 매끄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맥이 딱 풀리면서 저게 뭔소리래? 싶더라구요. 그래도 소재 자체만으로 70점은 줄 수 있었네요ㅎ

제목부터 끌려서 검색해서 찾아봤던 영화네요~+ㅁ+
저두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

월요일이 싫어하는 분들을 위한 영화입니다ㅎㅎㅎㅎ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고 싶은 영화네요. 리뷰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ㅎ

이 영화는 ‘나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씽어송님은 리뷰를 정말 맛깔나게 적으시는것 같아요....♥0♥ 글을 읽으면서 영화가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ㅎㅎ

감사합니다ㅎ 좋은 영화는 함께 나눌 때 기쁨이 2배 아니겠습니까ㅎㅎ

3월의 시작을 아름답게 보내세요^^
그리고 진정한 스팀KR 에어드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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