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치 블로그 정리기 (1) — 같은 글을 여덟 번 썼더군요
안녕하세요, 가야태자 @talkit 입니다.
블로그를 18년째 쓰고 있습니다. 첫 글이 2008년 8월이니까요. 그동안 쌓인 게 800편이 넘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습니다. 쓰기만 했지, 뭐가 읽히고 있는지, 옛 글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 본 적이 없었어요.
이번에 큰맘 먹고 백업을 받아서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두 갈래로 봤습니다.
-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 지금 200번까지 왔습니다. 아직 600편이 남았습니다
- 유입이 많은 글부터 — 이건 번호와 상관없이 찍어서 봤습니다
몇 가지 알게 된 게 있어서 적어 둡니다. 한 번에 다 못 볼 것 같아서 나눠서 쓰겠습니다.
1. 같은 글을 여덟 번 썼더군요
유입이 많은 쪽부터 보다가 발견했습니다. 노트패드++ 관련 글이 여덟 편이었습니다.
2015년에 한 번, 2016년에 업데이트 소식으로, 2017년에 또 업데이트 소식으로, 2020년에 다시 정리하고, 2023년에 재설치하면서 또 쓰고…
그때그때는 "새 버전 나왔으니까" 하고 썼는데, 모아 놓고 보니 같은 검색어를 놓고 제 글끼리 나뉘어 있었습니다.
검색 엔진 입장에서는 "이 블로그의 정답 글이 어느 거지?" 하는 상태인 거죠. 여덟 편으로 흩어지면 한 편도 확실한 자리를 못 잡습니다.
그래서 정본을 하나 정하고, 나머지에는 "최신판은 여기" 한 줄씩 달았습니다. 지우지는 않았습니다. 옛 글에도 사람이 들어오고 있고, 링크를 남겨두면 그 사람들이 정본으로 넘어가니까요.
2. 그런데 전부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하마터면 실수할 뻔했습니다.
JMeter 글도 세 편이 흩어져 있었거든요. 2017년에 한 편, 최근에 두 편. "이것도 똑같이 모아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열어보니 성격이 달랐습니다.
- 노트패드++ 여덟 편 —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다시 쓴 것
- JMeter 세 편 — 2017년에는 "이런 도구가 있습니다"였고, 지금은 실무에서 쓴 이야기
앞엣것은 중복이지만, 뒤엣것은 9년에 걸친 기록입니다. 같은 주제를 다뤘다는 것만 보고 묶으면 안 되는 거였어요.
앞엣것은 흩어진 걸 모으는 일이고, 뒤엣것은 순서를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손대는 방법이 아예 다릅니다.
3. 죽은 링크 16편, 그리고 지우면 안 되는 죽은 링크 하나
여기부터는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보다가 나온 것들입니다.
2008~2009년 글에 스프링노트 링크가 잔뜩 있었습니다. 그 서비스는 오래전에 문을 닫았고요. 열여섯 편에서 걷어냈습니다.
그런데 한 편은 남겼습니다.
2010년에 "제 블로그에 어떤 검색어로 들어오는지"를 정리한 글이 있는데, 거기 네이트와 파란 링크가 있습니다. 둘 다 지금은 없죠.
이건 지우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 링크가 곧 기록의 내용이니까요. 지우는 순간 "2010년에는 네이트와 파란에서 사람이 들어왔다"는 사실이 사라집니다. 죽어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시절을 증언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기준을 하나 세웠습니다.
독자를 다른 곳으로 보내려던 링크는 정리하고, 무엇이 있었는지 적어둔 링크는 두자.
4. 2009년에 고른 도구가 아직 살아 있습니다
2009년에 이슈 관리 도구로 맨티스(MantisBT)를 골랐던 글이 있습니다. 그때 이유를 이렇게 적어놨더군요.
이슈 관리툴로 mantis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mantis가 PHP로 되어 있다는 겁니다
가볍게 던진 한 줄인데, 지금 보니 도구 고르는 기준으로는 이게 제일 중요한 축이었습니다.
기능 비교표는 오래 못 갑니다. 오래 가는 건 이겁니다.
- 막혔을 때 우리 팀이 열어볼 수 있는가
- 고쳐야 할 때 고칠 수 있는 언어인가
- 운영할 사람이 이미 아는 스택인가
그때 제가 PHP를 다룰 줄 알았기 때문에 맨티스를 골랐고, 실제로 그 글에 적힌 설치 문제도 직접 열어보고 풀었습니다. 안 되던 다른 도구를 붙들고 있었으면 거기서 멈췄을 겁니다.
그리고 17년이 지나 확인해 보니 아직 굴러갑니다. 올해 7월에도 새 버전이 나왔더군요.
지금 고객사에 도구를 제안할 때도 같은 순서로 봅니다. 기능은 그다음입니다.
👉 Eclipse Mylyn + mantis 연동시에 주의 할점
5. 오늘 제일 좋았던 것
2020년에 맥에서 노트패드++를 돌려보려다 실패한 글이 있습니다. 이것저것 해보다 안 돼서 "실패기"라고 제목까지 붙여서 올렸어요.
그 다음 날 "그럼 뭘 쓰지" 하고 대안을 찾아 올렸는데, 지금 보니 그때 추천한 것 중 둘은 이미 서비스가 끝났습니다.
그런데 올해 3월에, 맥과 리눅스에서 도는 물건을 하나 알게 돼서 글을 썼습니다. 제가 찾은 게 아니라 이 블로그 독자분이 댓글로 알려주신 거였습니다.
실패 → 대안 찾기 → 6년 뒤 진짜 답.
세 편을 나란히 놓고 보니 이게 하나의 이야기더라고요. 실패기를 안 지우고 뒀기 때문에 완성된 이야기입니다.
부끄러워서 지웠으면 그냥 없는 일이 됐을 텐데 말이죠.
👉 Mac OS에 Notepad++ 을 설치해보자(실패기)
👉 맥과 리눅스에서도 Notepad++를? NotepadNext
여기까지 하고 느낀 것
이제 200편 봤습니다. 600편 남았습니다. 그런데 벌써 하나는 확실해졌어요.
옛 글은 자산인데, 관리를 안 하면 부채가 됩니다.
죽은 링크를 그대로 두면 신뢰가 깎이고, 같은 글을 여러 번 쓰면 서로 힘을 나눠 갖고, 2009년에 쓴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면 사고가 납니다. (실제로 2009년 글 하나에서 지금 기준으로 위험한 설정을 발견해서 추기를 달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반대로 손을 좀 대주면, 17년 전 글이 지금 글의 근거가 됩니다. "그때 이렇게 판단했고, 지금 확인해 보니 이렇더라" — 이건 오래 쓴 사람만 쓸 수 있는 글이니까요.
다음 편에는
- 201번부터 계속 훑습니다. 2012년 이후 글들이라 또 다른 게 나올 것 같습니다
- 2009년 글에서 찾은 보안 문제 — 지금 따라 하면 안 되는 설정이 있었습니다
- 유입 데이터를 보고 알게 된 것 — 제 블로그에 사람들이 뭘 찾아서 들어오는지, 예상과 많이 달랐습니다
혹시 블로그 오래 하신 분들, 한 번쯤 자기 옛 글을 훑어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Tags blog, kr, notepad, mantis, devlog

와우~~ 18년째라니
항상 응원합니다~~
진짜로 오래 블로깅을 했습니다. ^^
이게 티스토리 부터이니까 그전에 테터툴즈라는 티스토리에서 만든 블로그 패키지를 가지고 먼저 운영 했었는데 ^^
감빡하고 도메인을 넘겨 버려서 ㅠ.ㅠ 2년동안 운영하던 블로그를 접고,
티스토리에 둥지를 터서 했으니까 ^^
약 20년째 블로깅을 하고 있습니다.
1년에 한편도 안쓴적도 있고 ^^
이때는 먹고 살기가 너무 바빠서 그때는 스팀에도 글이 많이 없습니다. ㅎㅎㅎ
직군이 SI라서 뭐 생활이 들쑥 날쑥 한데 그래도 9-6가 지켜 지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그때는 또 한참 동안 의지를 가지고 여러가지 글들을 작성하려고 노력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형님이 제안해서 진행한 굳포스트 관련 글들을 스팀에만 적고 ㅋㅋㅋ
티스토리에는 안적어서 해당 글이 60개 정도 되는데 미리 티스토리에 발행해 놓을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