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위로에 관한 단상
어려움에 관한 상대의 토로를 잘 들어주는 것, 에 대한 화두가 잠시 나왔다 들어갔던 어제의 커피 브레이크.
상대가 겪은/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가능한 한 경솔한 '조언'(의 탈을 쓴 '자기 주장') 이나 대꾸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인 나는, 다른 한편,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것은 나의 지나친 욕심일 수 있음을 안다.
그래서 이런 니즈에 대해서 보통은 마음을 비우고 지내곤 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선 이러한 세심한 따뜻함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 나도 하나의 사람인지라.
하지만 그 '가까운 누군가'에게, 내가 바라는 맞장구 메뉴얼을 숙지시키고 그대로 해 달라고 요구하는 건 우스꽝스러움을 넘어 적어도 내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요구와 동시에 위로는 커녕 진정한 의미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조차 성립될 수 없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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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나서 해가 바뀌어 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며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보고 켠 '너는 나의 봄' 7화에서, 흡사 내 가슴 속 외침을 대변이라도 해주는 듯한 대목을 맞닥뜨리고는 속에 얹혔던 것이 조금은 내려가는 듯한 맛을 보았다. 사실 이전 회차들을 본 것도 아닌데 굳이 이 회차를 만난 우연 자체가 마치 소소한 선물 같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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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양 신난 표정을 짓는 N에게, S가 대뜸 치고 들어온다.
"진짜 힘들었겠다.
이젠 좀 덜 힘들었으면 좋겠고."
정적.
그리고 N의 눈물.
이어지는 내레이션.
'얼마나 힘들었냐는 말, 이제는 그렇게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
떨고 있던 그날의 당신을 안아 주진 못했지만,
그 시간을 이겨낸 지금의 당신을 안아 주고 싶다는,
아마도 가장 따뜻한 위로.'
저렇게 안기고 싶을 때가 나도 있는데, 라는 작은 아쉬움을 다시 고이 접어 넣고 오늘의 일정을 위해 화면을 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