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10주년 기념 연재 2부 - MCU의 시작점, 아이언맨

in #kr7 years ago (edited)

4월 25일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개봉일입니다.
그와 동시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작품 [아이언맨]이 개봉한지 10년이 되는 시점이기도 하고요.

이를 맞이해 조촐하게나마 블로그와 브런치, 스팀잇에 4월 22일까지 매주 한 개씩의 글을 업로드하려고 계획중입니다.

첫 번째 글은 마블 스튜디오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 마블 스튜디오의 비상

두 번째 글은 첫 영화였던 아이언맨이 개봉할 때까지 있었던 뒷 이야기나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적어보려 합니다.

글은 문어체로 작성되어있습니다.


아이언맨


직접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 먹은 마블의 첫 선택은 아이언맨이었다. 저번 글에 언급했듯 아이언맨도 영화화 작업은 여러번 진행됐지만 번번이 촬영 전에 제작이 취소된 작품중 하나였다. 아이언맨의 라이센스는 여러 영화사를 돌고 돌다 엑스맨을 만든 폭스에게로 갔는데 폭스에서는 "지금 만들고 있는 히어로 영화가 너무 많다." 며 뉴라인시네마로 팔아버린다. 뉴라인에서도 아이언맨의 영화화 작업 결국 해가 지나 아이언맨의 라이센스는 마블로 돌아왔다. 한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구상중이던 2005년이었다.

현실은 시궁창


아예 크로스오버로 영화를 제작하려던 마블 스튜디오는 기존에 만들었던 각본들을 모두 파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로 한다. 마블 스튜디오는 각본 작업을 의뢰하기 위해 작가들을 만나기 시작하는데 미팅 자리에서 이런 대답을 듣는다.

"마블이 직접 영화를 만든다고요? 그것도 아이언맨으로?"

지금이라면 이 대답이 긍정적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대답이 갖는 뜻은 거절이었다. 주연 캐릭터가 인기도 많지 않고 마블 스튜디오는 영화를 만들어 본 적도 없다. 그렇게 안정성없는 프로젝트에 뛰어들 각본가는 지금이라도 없을 것이다. 계속 거부를 당하던 마블 스튜디오는 2006년 존 파브로를 감독으로 맞게 된다. 이전부터 마블 스튜디오와 함께 일하고 싶어했던 파브로는 제작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다.

Make Iron Man Famous


작가들에게 거절을 당하던 마블 스튜디오는 상황의 심각성을 느끼게 된다.
"아이언맨이 유명하지 않다니..."
결국 마블은 정확한 사태파악을 위해 어린이들을 찾아갔다. 조사원들은 어린이들에게 아이언맨 그림을 들고 누군지 아냐고 물었을때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로봇 아니에요?"

아이들의 대답은 시큰둥했다. 빨갛고 노란 색이 좀 섞인 사람 사이즈의 로봇은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었고 조사원이 설명을 하려 해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 그림에 그려진 것은 갑옷이며 안에는 사람이 들어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아이들의 태도가 변했다. 토니 스타크가 누군지 묻고 어떤 사람인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마블 스튜디오는 아이언맨을 유명하게 만들 방법 세가지를 전달받는다.

  1. 아머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
  2. 여러가지 멋진 능력을 보여줄 것
  3. 스파이더맨과 헐크와 동급임을 보일 것 (둘이 아이언맨을 쿨한 동료로 여기고 있다는 걸 보여줄 것)

그래서 마블 스튜디오는 아이언맨을 알릴 목적으로 단편 영상 세편을 만든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마블 애니메이션을 방송하는 폭스에서 중간중간 상영되며 아이들에게 아이언맨을 알렸어야 할 이 프로젝트는 예산부족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인터넷에 올라가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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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리면 열리나니


마블 스튜디오와 존 파브로는 배우 선정에 있어서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저예산 영화이니 배우도 유명한 배우를 뽑는 건 피하자는 것이었다. 이미 [엑스맨]이나 [스파이더맨]이 배우의 유명세로 뜬 프로젝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이언맨]에도 같은 접근법을 취하려고 한 것이다.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배우를 찾고 있던 존 파브로는 대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데려온다. 그렇지 않아도 프로젝트가 모험을 하는 상황에서 문제가 많은 배우를 데리고 오다니 마블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꺼림칙한 것이었다. 마블 스튜디오는 계속 다우니를 거부했지만 파브로는 끈질기게 매달렸다. 후에 인터뷰에서 파브로는 “감독으로써 다우니가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걸 보여야 했다” 고 이야기 한다. 그만큼 파브로는 과거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토니 스타크란 캐릭터가 가진 공통점이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 믿은 것이다.

존 파브로는 그 전 해에 개봉한 [배트맨 비긴즈]를 모델 삼아 아이언맨을 “세상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걸 깨달은 성인이 자신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로 구상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각본 구상 단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캐릭터를 구축해나간다. 이후 파브로는 두 팀의 작가진에게 각본 작업을 맡긴다. 두 각본의 모든 집필 과정에 참여하던 파브로는 이 두개의 각본을 하나로 합치려 한다. 이 역시 맡길 작가를 찾기 쉽진 않았지만 팀 버튼과 함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각본을 작업하던 존 어거스트가 진행하게 된다.

각본_파이널_최종.docx


이후 캐스팅은 차례로 진행됐다. 테렌스 하워드가 짐 로드 역으로, 기네스 팰트로가 페퍼 포츠역으로 캐스팅 되고 제프 브릿지스가 배역을 밝히지 않은 채 캐스팅됐다. 메인 악당이었던 만다린역은 아시아 배우에게 맡기기 위해 각본이 돌고 있었다. (하정우도 후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파브로는 만다린을 두고 꽤 고민을 했다고 한다. 최첨단 기술을 쓰는 영웅과 마법을 쓰는 악당이라니 악당이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나. 하지만 이미 각본은 나왔고 곧 촬영이 시작인데 어쩔 것인가. 그러던 중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저번 글에도 설명했듯 마블은 마블 스튜디오의 계획이 탐탁치 않았다. 그래서 영화 스토리에 통일성과 타임라인을 맞추기 위해 자문위원단을 구성한다. 하우스 오브 아이디어 (House of Ideas)라고 불리는 이 집단은 만화 작가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이들은 이후 있을 영화에 대한 떡밥, 줄거리, 시간성, 설정을 관리하기 위해 구성됐다. 아이언맨 마지막에 나오는 닉 퓨리의 장면은 하우스 오브 아이디어의 소속이었던 브라이언 벤디스의 작품이었다.

파브로가 가지고 온 최종 각본을 하우스 오브 아이디어가 읽고 추가적인 사항을 이야기해 줄 시점이었다. 각본을 다 읽은 [시빌 워]의 작가 마크 밀러가 넌지시 말했다.

“다 괜찮은데 말이야. 만다린은 빼면 안될까?”

맙소사. 메인 악당을 빼라니. 마크 밀러 역시 만다린이 아직 비현실적으로 보이니 다음 편 악당으로 만들고 고민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파브로는 기다렸다는 듯이 만다린을 빼버리기로 한다.

2억불짜리 졸작


존 파브로는 각본을 새로 쓰기로 했다. 악당을 바꿔서. 메인 빌런인 만다린을 없앤다면 누구를 악당으로 해야할까. 서브 악당으로 넣었던 크림슨 다이나모를 메인으로 넣기엔 너무 이야기가 부족했다. 파브로는 다음 편에 악당으로 등장시키기 위해 준비 중이었던 제프 브릿지스의 오비디아 스테인을 1편의 악당으로 바꿔버리기로 결정하며 크림슨 다이나모와 아이언 몽거를 합쳐버린다. 문제는 각본을 새로 쓰기 시작한 시점이 촬영이 얼마 남지 않은 때였다는 것. 그렇게 [아이언맨]의 첫 촬영은 시작될 때는 각본 없이 상황만 가지고 진행됐다.

그렇기에 초기 촬영에서는 모든 장면이 다 즉석 연기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같은 장면에서 여러가지 상황을 설정해 모두 다른 연기를 했고 모든 배우들은 촬영 현장에서 대사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제프 브릿지스는 “2억불짜리 졸업작품 찍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촬영현장에 구경왔던 마블의 높은 분들이 그 자리에서 대사를 만드는 배우들을 보며 매우 탐탁치 않아했다는 것도 덧붙이면서...

유출과의 전쟁


마블이 직접 만드는 첫 영화. 업계의 반응이야 차갑더라도 팬들의 기대는 높았다. 게다가 크로스오버도 예고됐으니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그때부터 마블 스튜디오는 유출에 매우 민감해했다. 그리고 첫 사건이 터진다. 촬영 도중 인터넷에 아이언맨의 사진이 퍼진 것이다. 한 프리랜서 사진가가 촬영 현장에 잠입해찍은 사진이 시작이었다. 그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의 사진을 팔았고 아이언맨의 첫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온다.

그때까지 영화에 나오는 아이언맨의 아머가 실물로 공개된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처음 보게 된 아이언맨 사진은 공식 자료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하필 촬영된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 마지막 전투 장면의 현장이 촬영되어 올라온 것이다. 당시 영화의 배급사였던 파라마운트는 업로드가 된지 바로 다음 날 해당 블로그를 문을 닫게 만든다. (이는 엄연히 불법이다) 이에 대해 해당 블로그는 불만을 표했고 이에 사과하는 뜻으로 마블 스튜디오는 배우 단독 인터뷰를 포함한 모든 취재 권한을 주게 된다.

그 이후로는 너무 치밀해 악명이 높은 마블 스튜디오의 비밀 유지가 시작된다. 사무엘 L 잭슨이 나오는 쿠키 장면을 촬영할땐 만화 작가인 벤디스에게 주문해 각본을 세개나 준비했으며 촬영 현장에서 존 파브로와 케빈 파이기를 포함한 제작진이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사무엘 잭슨이 아이언맨에 등장했다는 루머가 올라오게 되자 마블 스튜디오는 사람들이 계속 추측을 하도록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원래는 낚시를 위해 예고편에도 넣으려고 했던 닉 퓨리의 모습도 모두 빼버리자 사람들은 추측만 갖고 개봉일을 맞게 된다.

아이언맨이 던진 큰 돌


"닉 퓨리. 쉴드의 국장이지. 어벤져스 기획에 관한 이야기를 하러왔네."
"Nick Fury, Director of S.H.I.E.L.D.. I'm here to talk to you about the Avengers Initiative."

영화가 끝나고 나온 닉 퓨리는 사실 마블 스튜디오가 다음에 제작하기로 했던 닉 퓨리 영화를 위한 떡밥이었다. 존 파브로는 [데어데블]에서도 크레딧이 끝나고 추가 장면을 넣었는데 장난삼아 이번에도 해볼까 생각했다. 그러던 중 그 당시 제작이 예정되어있던 후속작에 대한 예고를 크레딧 영상이 끝나고 나오도록 했던 것이다. 이는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왔고 그 뒤로는 마블에서는 바로 뒤에 개봉할 영화들에 대한 떡밥을 쿠키로 만들게 된다. 이는 이후 많은 관람객들이 마블 영화의 크레딧이 나오는 동안 자리를 뜨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

이 뿐만 아니다. 마블 스튜디오가 만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이후 다른 영화사들이 여러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만들도록 하는 유행 아닌 유행을 만들게 된다. [트랜스포머]는 스핀오프 영화들을 기획하며 ‘트랜스포머 유니버스’로 확장하게 되었고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과거 만들었던 유니버셜 몬스터를 ‘다크 유니버스’ 라는 이름으로 리부트했다.

시작 이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이언맨]은 다른 영화들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좋은 성적을 내며 성공한다. [아이언맨]이 개봉한지 10년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다시 한번 아이언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예정이다. 시작했을때보다 훨씬 커지고 넓어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아이언맨은 어떤 활약을 할지 궁금해진다.

P.S. 이의있소!


잠깐 첫 유출 사건으로 돌아가자. 취재 하기 위해 찾아온 블로거들은 “유출할 사진 있어요?” 라 적힌 티셔츠를 입고 현장에 나타났고 배우들과 다른 기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존 파브로는 해당 사건에 대해 알게 된 뒤 유출된 사진을 영화 소품으로 넣는다. 그렇게 사진 유출 사건은 훈훈히 마무리 짓게 됐......는 줄 알았다.

사진을 찍은 사진가가 영화 개봉 이후 마블 스튜디오에 소송을 건 것이다. 그는 블로그에 사진을 팔았지 마블에 판 적은 없었다. 블로그 측에서도 크게 저작권에 대한 생각을 안 했는지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아 정작 사진을 찍은 사진가는 영화에 자기 사진이 실린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이후 그는 마블 스튜디오를 고소했고 이로 인해 DVD 발매때는 해당 장면에서는 사진이 바뀌어 실리게 된다.


영화에서 상영된 버전


DVD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