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데브스(Devs) : 양자컴퓨터에 강림한 신

in #kr3 years ago


왓챠에서 단독수입한 왓챠 익스클루시브 컨텐츠.
원래 왓챠후기글에 간단히 쓰려고했으나 내용이 길어져서 따로 팠음
암튼 결론은 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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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마키나, 서던리치의 감독 알렉스 갈랜드의 첫 드라마 감독 작이다.

SF라는게 말도안되는 걸 그럴듯해 보이도록 만드는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그간 필모와 이 드라마를 보면 ‘아,이 감독은 SF에 존나 진심이구나’ 라는게 느껴진다.
섬세하고 디테일한 연출로 인해 그가 구현한 SF세계는 그 말도안되는 테크놀로지가 일상속에 녹아든 자연스러움이 있다.

양자컴퓨터, 다중우주같은 머리아픈 소재를 가져오긴 했지만
결국 말하고자하는건 운명과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고찰이다.
미래는 예측가능한가? 미래가 정해져있다면, 인간의 자유의지로 바꿀수있을까?

거대 IT기업의 미스터리한 핵심부서 ‘데브스’ 와 양자컴퓨터를 중심에 둔 데브스의 공간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기위해 만들어졌다.

데브스에 도전한 인간, 릴리

   여기 모든 컨텍스트와 상황을 인풋으로 넣을수있으며 인간의 복잡성을 계산할수있는 기계가 있다. 모든 과거와 미래를 시뮬레이션 할수있는 전지전능한 프로그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세르게이’는 데브스에서 이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훔치려다 살해당하고, 그의 연인 ‘릴리’가 그 죽음의 이면을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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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릴리’는 매순간 도전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선택을하며 데브스의 실체에 다가가지만, ‘포레스트’와 ‘케이티’는 데브스를 통해 ‘릴리’의 모든 순간을 관찰하며 그가 오길 기다린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안 릴리가 다른선택을 해도 정해진 죽음을 피할수 없는 결말을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로 미래를 바꿀수있다는 생각이 허상 이라는걸 보여준다. 마치 거대한 인간의 손위에서 이리저리 도망쳐도 짓눌려 죽는 작은 벌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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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화에 이르러서야 데브스의 진짜 의미가 드러나는데
그때서야 주요 캐릭터와 설정이 성경을 모티브로 했다는걸 깨달을수있었다.
포레스트는 예수, 릴리는 릴리스, 데브스는 데우스(신). (혹은 케이티가 신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데브스의 소스코드를 빼돌리려다 죽은 세르게이는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생각나기도 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많은 떡밥들이 있었는데 8화가 되서야 깨달았던게 좀 아쉽다.

아름답지만 지루한 소설같은 영화

총 8부작의 미니시리즈이나 호흡이 매우 느려서인지 보다보면 지루한면이 있다.

   전체적으로 대사없이 인물, 공간만 찍은 롱샷과 풍경샷이 많은 편이라 길고 장황하게 쓰인 소설을 보는것 같았다. (감독이 원래 소설가/각본가로 활동한걸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긴 함..) 그래도 이런 연출덕에 캐릭터들이 거대한 공간속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처럼 보여져서 드라마의 주제가 더 잘 와닿은것같다. 게다가 지루할만하면 훌륭한 영상미와 음악이 싸악감싸주니 이정도의 루즈함은 걍 견딜만한 수준이다.

   특히 매 회 오프닝씬이 정말 환상적인데 그중 2화 오프닝은 걍 드라마 트레일러로 써도 될정도로 드라마의 분위기와 각 캐릭터를 잘 조명해준다.

   이건 여담이지만, 주연배우인 소노야 미즈노가 연기를 좀..못한다. 특히 대사처리할때 너무 어색해서 첨엔 내가 영국식 억양에 덜익숙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걍 연기가 딸리는거였음. 조연으로 활약했던 전작(엑스마키나, 매니악 등)에서 괜찮았던걸 보면 아직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가기엔 부족한듯

기계장치에서 온 인간, 기계장치에서 온 신

감독이 의도한건진 모르겠지만 전작 ‘엑스마키나’와 제목을 합치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된다.

전작 ‘엑스마키나’가 인간의 경계를 넘는 기계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데브스(데우스)’는 신의 경계를 넘는 기계와 이에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용어의 실제 쓰임새와 두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다르긴 하지만,
제목으로 두 작품간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몰라 찾아보니 내 생각이 맞았다.!!
"두작품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신과 인간의 관계를 서로 다른측면에서 보여준다"
는 감독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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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바탕이라니 짬나면 봐야겠어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쓴 글인데 잘 읽으셨다니 뿌듯합니다. 감사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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