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05오늘의서울시] 2019 서울시예산 ③: 강남북 격차라고?
[오늘의 서울시] 차이를 격차로 만드는 서울시의 접근법, 이명박이 생각난다
격차라는 말이 있다. 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격차는 "빈부, 임금, 기술 수준 따위가 서로 벌어져 다른 정도"를 뜻하는 隔差와 '차이'를 뜻하는 格差구분된다. 우리가 보통 차이라는 말 대신 격차라는 말을 쓸 때는 전자의 의미를 가지는데,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격차가 난다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말은 그 자체로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박원순 시장이 강북국의 삼양동에서 나오며 말한 강남북격차는 차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격차를 뜻한다. 그러니까 한강을 기준으로 강남지역과 강북지역 사이에 '차이'가 일종의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 보는 것이다. 사실 이런 시각의 기원을 찾자면 2000년대 초반에 서울시장을 했던 이명박 전시장을 들 수 있다. 2004년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명박 전 시장은 강남북 격차완화를 내걸었고 이후 뉴타운 재개발 사업으로 불린 사업의 배경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강남북 격차가 2019년 서울시 예산안을 설명하는 근거자료로 등장했다. 서울시가 예산을 설명한 자료를 보면 이상한 수치가 들어가 있다.
자산과 소득, 건강의 차이를 격차로 가져와 강북지역에 각종 SOC사업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균형예산이다. 서울시는 이를 균형인지예산이라고 부르면서, 서울시의 사업이 지역별로 차등적인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서울시의 사업을 분배하는 예산을 뜻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접근법이 가지고 있는 한계는 분명하다.
자산과 소득의 차이는 원인이라기 보다는 결과에 가깝다. 이 말인 즉, 원래 강남북에 비슷한 수준의 소득이나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역의 차등적인 발전에 의해 차이가 났다기 보다는 강남지역에 그런 사람들이 많이 이주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산과 소득을 기준으로 강남북격차를 진단하게 되면, 강북지역에도 강남지역과 같이 자산과 소득이 높은 사람들만 살도록 만들면 문제가 해결된다. 이걸 대책이라고 보긴 힘들다.
그런 것이 아니라 강북지역의 지역개발을 통해서 자산이나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우선 유사한 방법론을 가지고 있던 뉴타운재개발 사업을 결과를 냉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 원주민 재정착률이 기껏해서 20~30% 정도에 불과한 사업이었고, 실제로 경기도에서 거주하던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이들이 이주했다.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은 밀려났다.
지금 박원순 시장의 정책에는 이런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있을까? 적어도 2019년 예산안이나 서울시에서 발표한 강남북 격차 완화 정책에서는 발견하기 힘들다. 그러면 결국 이명박 전시장의 뉴타운재개발이나 박원순 시장의 강북지역 개발은 대동소이한 정책이 된다. 이를 예측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명박 전시장과 비교할 때 박원순 시장이 더 하수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균형인지예산이라는 것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미 2016년부터 각 자치구에서 사용해야 하는 행정비용 등을 100% 맞춰주고 있다(http://go.seoul.co.kr/news/newsView.php?id=20150722014015). 이 때문에 2조원이 넘는 돈들이 사실은 이미 강북지역에 더 많이 분배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2017년 조정교부금 분배를 보면, 기준재정수요액을 맞춰 주느라 2조 3천억원 정도의 조정교부금이 집행되었는데, 강북지역 자치구는 거의 1천억원이 넘는 교부금을 받은 반면 강남은 0원, 서초는 82억원, 송파는 400억원 정도의 교부금만 받았다.
이걸로만 놓고 보면 이미 강북의 자치구는 강남의 자치구에 비해 적게는 4배에 달하는 교부금을 받고 있는 중이다. 위의 표에서 보듯, 왼편의 교부금 지급 후에 충족도를 보면 강남구의 비정상적인 규모를 제외하고는 모두 100%로 맞춰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교부금의 효과 외에도 서울시가 내세우는 균형인지예산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서울시는 광역정부로서 광역 수준의 정책적 수요를 중심으로 사업을 편성하고 집행해야 한다. 이를테면,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직장인들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면 어디로 해야 할까? 강남역 근처다. 고시원에 다니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은 어디서 해야 할까? 노량진이 있는 동작구나 고시촌이 있는 관악구에서 해야 한다. 정책은 정책 대상이 있는 곳에 가야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울시의 균형예산에 따른 사업이라는 것이 강북지역에 미술관이니 박물관이니 짓는 것이다. 웃긴 일인데 실제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분포로만 보면 대부분 강북지역에 위치해 있다. 그러니까, 애초 서울시가 균형예산이랍시고 계획하고 있는 사업 자체가 정책의 대상이나 환경을 고려할 때 맞지 않는다. 억지로 기계적인 분배만 맞추다 보니 이런 참사가 벌어진다.
이런 관점이 얼마나 우스운 방식으로 나타나는 지는, 6기 때까지 박원순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했던 서왕진씨가 원장으로 가 있는 서울연구원이 내놓는 '강남북 격차' 인포그래픽만 봐도 알 수 있다(전체는 https://www.si.re.kr/infographic 참조). 현재까지 총 3종류의 강남북 격차 자료를 내놓았는데, 첫번째는 인구 격차다.
오른 쪽의 그림에 있는 자치구별 청년비중을 보자. 그림으로만 놓고 보면 강남이나 강북이나 큰 차이가 없다. 원래 서울지역의 청년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고시촌이 있는 관악구고 이는 오랜 시간 동안 변화하지 않는 특징이다. 그런데 이런 차이를 설명하는 문구가 "강남권에 전체 청년의 52%가 위치해 있다"라고 한다. 이러니까 마치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를 말하는 것 같지만 여기서 강남권은 관악구, 동작구 등을 포함한다.
상식적으로 한강을 기준으로 나뉘는 강남과 강북 권역이라고 한다면 청년 비율이 5:5 정도 되는 셈 아닌가? 이것이 문제일까? 두번째로 외려 강남권이라고 말하는 강남구나 서초구 등은 광범위한 강북지역보다 청년 비중이 낮다. 그만큼 강남은 청년들이 살기 어려운 곳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데이타의 설명이 없다. 퉁쳐서 관악구, 동작구 합쳐서 강남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강남북 격차 데이터라는 것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기 보다는 외려 강남북 격차는 모든 분야에서 다 나타나고 있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조작된다.
주거를 다루는 두번째 자료를 보면, 강북지역의 자가비율이 높다. 강남지역은 전월세 비율이 높아 주거불안정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는 지표가 뭐냐면, 면적 기준이다. 이건 좀 웃기다. 거기에 다세대 등 비아파트 주거형태의 비중이 높다는 것도 '격차'를 설명하는 지표로 제시된다. 이 정도면 거의 강남북격차라는 것은 신앙에 가깝다. 더 재미있는 것은 교통에 대한 격차를 다루는 세번째 지표다.
교통이라고 하면 대중교통 관련하여, 지하철 역수나 연장수, 버스노선 수 등이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자동차 등록대수다. 게다가 외제차 비율은 뭔가? 이것이 교통의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인가, 아니면 자산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인가? 서울시 주차면의 1/5가 강남, 서초, 송파에 있다고 해놓았는데 그러면 원인을 짚어야 하는 것 아닌가? 수많은 오피스 건물과 상업시설에 설치된 주차면수가 원인이라고 말이다. 저렇게 1/5 숫자만 나오니, '아, 강북엔 주차장도 부족하구나'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정말 이렇게까지 없는 격차를 만들어야 하나 싶다.
강남과 강북의 차이라는 것은 일방향적인 격차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복합적인 차이의 집합으로 중요한 것은 강남과 강북이라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공통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서울시의 역할이어야 한다. 이를테면 빈곤문제같은 것 말이다. 강남은 강남의 문제를 가지고 있고 강북은 강북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 이를 '격차'라는 말로 강북의 강남화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남북 격차 프레임은 설득력은 고사하고 논리적 정합성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과학적이지 못하다'. 이렇게 진단이 틀려버리면 정책이나 사업이 제대로 설 수 있겠는가? 한심한 일이다. [끝]
*내일은 2019년 서울시의 신규사업 현황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