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대추 축제 올해는 엽시당~
보은대추 축제 올해는 엽시당~~
대추한알/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안에 땡볕 두어 달
저안에 초승달 몇 날
참 좋은시라 가을대추가 익으면 매년가을 되새김 하는 시다.
가을은 축제의 계절인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라는 괴물이 빨판을 통채로 대고 쓸어가는 형국이다. 내가 특히 좋아했던 축제는 보은대추 축제였다.
2015년 부터 아내옆에 껌딱지처럼 따라붙어 즐겼던 축제였다. 내가 자란 시골집 마당가에는 큰 대추나무가 있었다. 뺀들한 표면의 파란대추가 빨갛게 익을 때 맛은 아삭하며 달아서 배고플땐 한줌씩 따 먹던 추억이 너무나 선명하다. 한그루였지만 큰나무라 한가마를 거뜬히 수확해 팔기도 했다. 가까운 외가집 마당에는 수십년 묵은, 우리집 대추나무 보다 두배정도는 더 큰 대추나무가 있어 이래저래 대추는 실컷 먹고 컸다. 대추를 먹으면 주름이 없어지고 오래산다는 속설이 먹을것 많던 외갓집 광속에 살아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어린마음에도 오래살아야지 하는 속설을 생각하며 먹기도 했다. 나는 그때 이미 오백살공주 채널을 잉태하고 있었던것 같다.
암튼 보은대추 축제에는 해마다 번성하는 축제라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사람들이 몰린만큼 입맛에 달라붙는 먹거리들이 넉넉하게 많았다.
아내는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꼭 축제 초입에서 대추나 눈에 띠는, 사고싶은 물건들을 사서 내 손에 들렸고 나는 번거롭고도 귀찬은 무거운 짐을 입구부터 들고 다녔는데 약간 삐질때도 있었다. 그래도 불만없이 위트를 던지며 구석구석 따라 돌아 다닌것은 역시 그먹거리가 있어서였다. 지역 막걸리를 비롯해 다양하고 독특한 토산 안주 먹거리들의 맛이 축제이상으로 풍요로워 삐짐을 상쇄시켜 주고도 남아서였다.
2018년 대추 축제에서는 하늘에 보은대추를 먹기위해 황금쏘가리 한마리 구름이 서산하늘을 가리기도 했다. 아무도 인식하지 않고 다들 축제에 몰입되어 있었으나 나는 아내가 들려준 짐보따리를 들고도 황금쏘가리를 내 폰카로 잡았다. 난 그때도 구름방랑자 였으니까. 황금쏘가리 구름도 달달한 보은대추를 엄청나게 먹어서 서산마루에 배가걸려 쉽게 넘어가질 못했다.
- 작년에는 축제가 코로나 19 통채로 먹혔는데 올해도 통채로 먹힐판이다. 난 코로나19를 팔아서 엿봐꿔 먹듯이 그렇게 보은대추를 먹고싶다. 위드코로나도 좋으니 축제가 이뤄지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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