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의 영화 '더 헌트' 리뷰
상식이 어떻게 폭력을 낳을 수 있는가
<더 헌트>에서 주인공 루카스는 평범한 유치원 교사이다. 그러나 그의 일상은 유치원생 중 한명인 클라라가 루카스의 성기를 봤다고 거짓말을 하면서부터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그의 가장 친한 이들조차도 그를 믿지 않으며, 마을 전체가 그를 린치하는 데 동참한다.
상식에 대한 확신
루카스에 대한 폭력의 원인은 루카스가 자신의 고백을 안 받아줬다고 그에 대한 거짓말을 한 클라라 뿐만이 아니다. 영화에 나오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식을 믿는다.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유치원 원장부터 시작해서, 루카스의 친구이자 클라라의 아버지인 테오도 계속해서 이 말을 한다.‘
아이는 거짓말을 할 리 없으니 당신이 분명 변태성욕자일거야. 이 전제는 계속해서 루카스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에 쓰인다. 영화 중반에 루카스는 경찰서에 끌려갔다가 무혐의로 풀려난다. 아이들이 그의 집에 있는 지하실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는데 루카스의 집에는 지하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이 사건이 아이들의 상상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루카스를 린치한다.
영화에서는 두 가지 상식이 지배적이다. 하나는 아이들은 거짓말을 할 리 없다는 것, 아동성범죄자는 린치를 당해도 괜찮다는 것.
첫 번째 상식에 의해 루카스는 자신을 변호하거나 누명을 벗을 기회도 얻지 못한다. 두 번째 상식 때문에 그는 지속적으로 폭력에 노출된다. 마지막 부분에서 클라라의 아버지 테오가 진실을 알게 되고 그에게 용서를 구하자 마을은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 루카스는 더 이상 배척당하지 않으며 아들과 함께 사슴 사냥을 하러 간다. 그러나 총성이 울리고 루카스가 언덕을 올려보자 누군가 그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모든 사실이 밝혀진다 할지라도 잘못된 상식을 바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미투운동에 대하여
미투운동이 폭력적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한 가지 전제도 인정해야 한다. ‘피해자라고 하는 사람 역시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모든 이들의 증언이 공론화되는 즉시 진실로 인정되어버리고 가해자로 지목된 이에게 변론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목적이 선한 운동이라도 폭력적으로 변질될 수 밖에 없다.
미투운동에서 가해자로 지목되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사람들도 있다 (김어준, 곽도원, 선우재덕 등). 어떤 이들은 여전히 루카스를 믿지 않고 언덕 위에서 총을 쏜 사람처럼 ‘피해자라고 고발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라는 말을 믿어서 거짓 자료들을 계속해서 인터넷에 뿌리거나 악플을 달곤 한다.
또한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집단광기에 휘말려서는 안된다. 조재현이나 조민기는 분명히 성폭행 가해자였으나, 그들의 가족들에게까지도 악플은 도를 넘을 때가 많았다. ‘조재현의 딸 역시 강간을 당하기를 바란다‘ 같은 반응은 도덕적이라고 볼 수 없으며, 미투운동의 의미를 퇴색하는 것이다.
의구심의 긍정적 효과
’어린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라는, ’당연한‘ 전제하에 가해진 폭력은 루카스의 인생을 망가뜨렸다. 우리의 주변에서도 상식이 불평등이나 폭력, 불행을 낳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고등학교에서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보다 덜 먹는다‘ 라는 전제하에 남자아이들에게는 치킨 조각을 네 개씩 주고, 여자아이들에게는 두 개씩 줬던 기억이 남아있다. 사실 성장기에 더 먹고 싶은 건 여자나 남자나 비슷한데 말이다. 음식을 나눠줄 때 ’아, 여자아이들도 많이 먹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거나 ’남자아이들도 적게 먹을 수 있어‘라고 생각해서 4개씩이나 2개씩 나누어줬으면 급식을 먹을 때 아이들이 불평불만을 덜 했을 것이다.
또한 ’여성만이 성폭력 피해자이다‘ 라는 ’상식‘도 남성들이 성폭력 피해자가 되었을 때 신고를 하거나 털어놓는 것을 어렵게 한다. 이런 상식들에 대해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게 된다면, 일상생활의 작은 차별부터 큰 규모의 폭력까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총을 쏜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에는 많은 ’꼰대‘들을 볼 수 있다. ’꼰대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내 말이 당연히 옳아‘, ’내 상식은 당연히 옳아‘ 라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사람들은 상식에 의한 폭력의 주범이며, <더 헌트>와 같이 집단광기의 일원이 되기 쉽다. 그렇다면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루카스에게 총을 쏜 사람과 같이, 자신의 상식을 맹신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자신의 상식들을 의심할 줄 아는 철학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고의 유연성을 갖추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왜 치킨 조각을 여자라고 덜 받아야 하지‘ ,’왜 어린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거라 생각하지‘ 등 의구심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상식의 이름으로 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함으로써 우리는 루카스에게 폭력을 행사한 마을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이 될 수 있다.
매즈 미켈슨 팬이라서 봤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더군요. 주인공의 억울한 연기가 너무 쩔어서 저까지 억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애라서 클라라한테 화도 못 내고 .. 매즈 미켈슨이
우는 장면에서 울컥했어요.
그래서 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그것이 진실을 밝히는데 걸림막이 될 때도 있지만 오랜 세월을 걸쳐 만든 철학이 아닐까 싶어요. 10명의 죄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무고한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라는 거죠.
어쨌든 이 영화는 제가 느끼기에 인터넷 커뮤니티 또는 가십에 대한 이야기 같더라구요. 늘 누군가를 사냥해야하고 사냥할 것이 필요한.
우와.. 이영화 봐야겠네요. 멋진 포스트 감사합니다. 팔로우 해요!
멋진 글 솜씨로 완전히 복귀 하셨네요.^_^
무슨 이유에서인지 진실이 아닌데 진실인 것 처럼 믿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래서 더 명확한 사실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 받는 피해자는 없어야 하니까요.
글솜씨 칭찬 감사합니다 울곰님! :)
일교차가 큰 날씨에요 감기조심하세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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