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in #kr2 months ago (edited)

ㅡ스포일러 다량 함유ㅡ

어제 같은 작가의 <모순>을 새벽2시넘도록 읽고 3시까지 독후감을 쓰고 낮동안 계속 헤롱거렸다. 오늘은 뭔 일이 있겠어 하고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이 책을 따악... 펼쳤는데;; 끝나고보니 새벽1시 반이었다. 보통 한번 꽂히면 밤을 세워서라도 다 읽어야 하는 성미라서 웹툰이나 소설 같은 것은 완결이 난 것들만 보려고 한다. 이거 32년전 소설이라 나 유치원때 나온 소설이라는 것이 읽다가 나를 여러번 뜨악 하게 했다. 참으로 .... 대단한 여작가... 양귀자님...

어떻게 이런 작가를 모르고 살았지? 나 좀 구식인지 몰라도 최근나오는 따끈한 젊은 세대들의 소설에는 영 심장이 반응하질 않는 것 같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뭐든 다 되는데 나는 집전화와 삐삐가 있고 자전거, 버스타려고 뛰어다니고 뭐 그런 발품손품 파는 옛시절 그 갬성이 너무 좋은 것 같다고 느낀다. 보는 이는 답답하지만 그 시대에서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어처구니없게도 되려 그시절 음악이나 무드랄까 그런것들도 지금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갬성적이라 그런것 같기도 하다. 손글씨로 꾹꾹 눌러써서 전해주는 그 감성. 역시 인간은 손으로 직접 종이에 써서 뭔가를 전해주는 게 더 사람답다고 느껴진다. 지금이야 카톡이나 문자로 띡 보내면 끝이겠지만, 할미의 입장에서 여기서 여 주인공이 그토록 차안에서 고음으로 빵빵 틀고서 신나게 140km넘게 고속 질주하며 쾌감을 즐겼다는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곡은 조만간 내가 플레이리스트에 넣어서 꼭 1시간정도는 다 들어보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결국 이 소설도 마지막에는 어처구니없게도 여주인공의 타살로 마무리되어 급으로 후루룩 마무리되는것이 못내 아쉽다. <모순>에서도 뭔가 급으로 행방불명 아빠의 등장과 함께 이모의 죽음, 아들의 감옥, 이런저런 얽히고 설킨 장면은 잔뜩인데 마지막 후반부 2~3장안에 남은 모든 떡밥을 회수하며 간결하게 "그래서 결혼했다"로 끝나버려 못내 아쉽고 헛헛했는데 이 소설역시 끝나기 불과 몇장전에 후루룩 지나가버린것 같아 너무 아쉽다. 초중반부의 그 비장함에 비해 마지막 묘사들에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는 것이다.

대략의 줄거리는 '인간 실현을 위한 여성문제 상담소'에서 무일푼 자원봉사하며 오전시간 결혼생활에 지쳐버린 주부들의 수 많은 고민전화를 받으며 한층 더 남성들에 대한 분노를 키워가던 여 주인공 27살 강민주. 그녀가 억압된 여성들을 위해 당대 탑스타인 35살에 유부남, 3살난 아들까지 있는 백승하를 납치해서 남자들도 여자에게 충분히 길들여질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계획을 세운다. 물려받은 재산도 많아서 돈은 문제가 애초부터 없었고, 오른팔처럼 부릴 수 있는 조폭출신 황남기와 같이 범행을 꾸미는 치밀한 그녀에게는 한치의 실수도 없는 듯 보였는데 의외의 복병. 대차고 모질게 꺼지라고 지랄을 해도 계속 따라붙는 소개팅남(이 남자 나올때마다 비명지름. 끔찍.....제발 좀!!! 눈치 좀!!!)때문에 뭔가 일이 그르칠 조짐이 보이더니 급기야 납치된 인질 백승호와 연극 연습(이미 폴링인럽 ...)을 하며 뜻밖에 사랑에 눈을 떠(역시 남자는 잘생겨야됨. 역시 이 외모가 되니까 자신을 납치한 여자도 꼬시는...이 팔색조 남자 좀 봐!!! 내 생각에 이 남자는 차은우급일듯) 결국은 그 꼴을 두 눈 뜨고 못봐주던 오른팔 황남기의 지독한 짝사랑 덕분에 여주인공 강민주는 인질과 거실에서 연극놀음(;;)을 하다가 총을 맞게 되며 소설이 끝난다. 황남기의 마지막 독백이 예술이다. 그녀가 변했음으로 그녀를 죽일 수 밖에 없었다는 질투+대환장으로 이 소설이 끝난다. 더 대환장인건 그 철거머리 소개팅남이 여자를 미행해서 탑스타 인질범이 이 여잔거 알고 경찰에 신고도 함. (에라이!!!!!)

더 짧게 줄거리를 써보자면 남자에 대한 복수심으로 시작한 여주인공의 납치는 납치한 꽃중남에게 사랑을 느껴버려서 일을 그르치기 시작. 자신을 미친듯이 쫒아다니는 소개팀남 + 나만보면 얼굴 붉히며 짝사랑 티를 팍팍내는 산처럼 거대한 오른팔 조폭출신남의 콜라보로 새드엔딩을 맞이했다는 슬픈소설. 뭐냐 이게. 다 읽고 잘 생각해보면 고구마 100000개 먹은듯 답답함.

너무 아쉬웠던 점은 여주인공 강민주에게 8개월간 강금당했던 탑스타 백승하가 그 후 풀려나서의 가족들과의 생활이라던지 집으로 돌아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과 감정들, 사랑하는 여자를 쏴버린 공범자 황남기가 총을 발사하기 전의 심경의 좀 더 섬세한 표현, 연극의 클라이막스를 기다리며 바지춤에 총을 만지작 거리다가 연극의 절정에 꺼내어 방아쇠를 당길때의 심정,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강민주와 멍하니 서있는 두 남자 사이를 빠르게 오가며 분주한 경찰들에 대한 묘사까지. 더 쓸수만 있다면 하룻동안 납치당했던 백승하의 어린 아들의 시점도 풀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되었다.

요즘에야 작가들도 번외나 외전으로 꽤 많은 팬서비스를 하고 있다지만(이런 소설은 웹소설과는 결이 다르지...참....) 당시로써는 이것이 최선이었겠거니 아쉽게도 책을 덮을수 밖에 없다. 그래도 오늘은 좀 더 일찍 자야하니 이쯤까지만 쓰고 자야겠다. 양귀자님의 소설을 타이핑 필사 하고 싶은데 역시 <모순>이 좋을 것 같다. 그녀의 소설은 항상 가장 아름다운 여성들이 죽음으로 끝나서 계속 찝찝하다. 다음책도 양귀자님의 소설이겠지만 제발... 다음 책에서는 그 누구도 죽지 않길 ㅠㅠ 해피엔등을 원해!!!!!!

그래도 여성의 심리묘사에 탁월한것은 인정이다. 정말. 리스펙. 쓰고보니 리뷰에 깊이가 없는 것 같다. 정말 줄거리만 쓰게 되버린 아쉬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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