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 모순

in #kr2 months ago (edited)

ㅡ다량의 스포일러 함유ㅡ

오랜만에 삶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킬 만한 놀라운 소설을 읽은것 같다. 26년전의 소설이라고 믿어지지 않아. 이미 첫파트부터 의미심장했다. 나에게도 25살이라는 그 숫자는 미성숙한 어른을 이제 막 벗어난 나이로 항상 생각했던 것이었는데 주인공 안진진도 딱 25살이었다. 나는 내가 약간은 어른이 된 같다고 느낀 나이가 35살즈음이라 주인공의 생각들이 너무 쉽게 이해되고 감정이입도 되었다. (여러분. 아이를 낳았다고, 또 결혼을 했다고 어른이 아닙니다.)

제목처럼 모순된 삶을 살았던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술만 먹으면 기물파손에 난동을 부리고 툭하면 집을 나가버리던 남편 때문에 양말팔이를 시작한 엄마에게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진한 애착. 학창시절 서너번 가출했던 여주인공 안진진과 군제대를 하고 와서도 조폭흉내를 멋지다고 생각하며 살인미수 사고까지 치는 남동생까지.

생각해보면 하나같이 다들 문제가 있는듯 보이지만 실상은 현실에서도 제법 보일듯한 사람들이다. 양다리를 걸치며 결혼상대자를 저울질 하던 여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은 책장의 첫페이지를 편상태로 띵 받아서 마지막장까지 읽어내려가던 뻐근했던 나를 한바탕 웃게 했다. 그래. 결혼은 결국 비즈니스지. 사업의 하나야. 나는 주인공의 말에 십분 동의한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에게 없는것을 욕망한다는 것. 나였어도 아마 가난하지만 진짜 사랑과 안정되지만 벽에 막힌것 같은 갑갑한 생활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내 삶도 결국은 편안에 대한 결핍이 있어서 그런 것같다. 그런데 이 결혼이라는 것이 정말 편안하다고 행복하다고도 할 수 없는 특이한 제도이기도 하다. 인간은 원래 자유를 갈망하는 동물인데 한 사람과 한 가족이라는 틀안에서 어쩌면 그런 것을 갑갑함으로 느낄 어떤 사람에게는 벗어나고 싶고 떠나버리고 싶은 곳. 또 어떤 사람은 편안하고 나를 품어주고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전혀 다르게 해석할 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나의 유년시절은 너무 끔찍했다고 내내 생각하는 나와는 다르게, 참 행복한 가정이었다고 추억에 잠기는 내 여동생(....왓....항상 이 부분에서 이해안가....나만 우리집 외계인;;)과 친정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엄마가 내게서 앗아간 인류애와 자애를 동생에게 몽땅 쏟아부어버린것 같다고 느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내가 느끼는 우리 부모가 항상 조심해야하는 사람들이라면 내 여동생에게는 우리 부모님은 안전한 곳, 따스한 내 가족, 믿고 의지할 곳 같은 전혀 다른 것.

어릴때부터 항상 동생과 비교하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기에 좀 더 악착같아 질 이유가 충분했었고, 19살에 집을 나오면서도 단 한번도 고향으로 내려가 살겠다는 생각은 한적이 없었다. 되려 대학까지 나와 고향에 취직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내 삶의 원동력은 시기심, 질투심, 복수심 뭐 그런 강렬하고 악에 받친 감정들이었던 것같다. 평범하게 재밌고 즐거워서 뭔가를 꾸준히 지속했던 것은 몇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중학생때는 같은반에 부러웠던 한 아이가 내 수학점수를 비웃는걸 보고 이상한(???) 똘끼가 생겨 열심히 했던거 같고, 그림도 같은 유치원반에 있던 아이 한명이 유독 내가 좋아하던 선생님의 예쁨을 받는것의 질투심으로 미친듯이 그려댔던 것 같다. 그 아이가 상을 받으면 나도 꼭 상을 받아야 한다는? 참 어린녀석이 왜 그런 악에 받친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서도;; 되돌아보면 순수한 의도로 시작했던 것은 몇 없는 것 같다. 운동도 시작한 계기가 같이 밥먹는 친구가 청반바지를 입고 왔는데 그 청반바지가 헐렁한 것이 충격(어떻게.. 바지가 헐렁할 수가 있지??)을 먹고 하루1시간씩 퇴근하고 계단타기를 했던 것 같다. 땀이 꼭 등을 흠뻑 적셔야 운동이 끝났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지원한 것도 내가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이 회사에 지원한다는 말을 들어서 넣었고, 이 회사를 아직까지도 다니는 이유는 내가 가장 싫어한 동기보다 더 오래 버티고 싶다는 별거 아닌 이유였다. 가장 싫어하는 선배들도 다 퇴사를 해버린 상태지만, 지금은 또 애들 학원비때문에 다니고 있기도 하다.

결혼도 주변에 친구들이 하기시작하니 무조건 30전에 한다는 생각으로 조금만나다가 아니다 싶으면 바로 헤어졌던 것 같다. 아이는 35살 노산이 되기전 다 낳을것. 두 아이간의 개월수 차이는 꼭 30개월 이상일 것.(엄마회복을 위해 권장하는 개월수 차이) 정말 내가 순수한 의도로 시작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글쎼. 책읽기도 사촌이 나보다 공부를 잘한다고 명절에 가면 비교당해서 독서시작에 아주 엄청난(???) 원동력이 되었고 일기쓰기도 이 사이트에서 찬양받는 몇몇 유명유저들이 너무 부러워서 막무가내로 아무렇게 써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모두 질투였고 무엇하나 순수한 의도로 시작한것은... 그나마 노래감상? 최신 여아이돌 노래는 50살이 되어도 계속 들을 것 같다. 흥겨운것 띵까띵까.

요즘 내 시샘의 대상은 원래 월1000씩 버는 사람들이었는데 이것은 질투조차 일어나지 않는 신의 영역같아서 잽싸게 포기한 것 같다. 그러고보면. 나도 아마 수영시작할때 내 라이벌이 한명 (마음속으로...)있었다면 미친듯이 해서 지금쯤 모든 영법 마스터를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차에 대해 딱히 관심없고 운전을 싫어하지만 뭔가를 보고 자극받는다면 아주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살테지. 그래서 그런지 내게는 없는 따스한 인간의 온정같은 모먼트를 같이 사는 룸메이트에게서 느낄때는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든다. 우리집에 누군가는 사랑과 친절, 착함을 베이스로 행동할 수 있는 인간이 한명쯤은 있다는 것. 내 남편은 파면 팔수록 인류애와 사랑이 넘치는 스타일이라면 나는 파면 팔수록 시커먼 악마같아서 참 반성하게 된다. 자야겠다.

가급적 소설의 줄거리를 덜 적으려 노력했지만 큰줄거리는 다 적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최대한 내 이야기로 채우려 했으나 꼭 스포일러가 있다고 다시 적어야겠다.

그래도 적다보니 느낀건데 나 굉장히 충동적으로 살았던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한다. 아직도 깊이 있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고, 내게 있어서의 모순은 그런 내가 누구의 엄마로 불린다는 것이 모순이다. 전형적으로 엄마라는 이름에 따라붙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다양한 이미지와 배려가 전혀 자애롭지 않은 나를 꾸짖는 것 같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차라리 좀 꾹 참고 웃으면서 거짓말도 좀 하고 부대꼈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들고. 뭔가 싸이코패스의 다이어리 같은 느낌으로 자꾸 가는데, 일단은 사회에서 월급을 받고 한 집의 어머니로써의 역활은 하고는 있지만 가장 사회성이 우리집에서 떨어지고 가장 어른스럽지 못한것이 우리집에서 나라서 쓰면서도 킹받네;

뭐랭
이제그만 진짜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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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와......
진짜. 글 잘 써 참. ㅎㅎ

글 안에서의 노애들이
나한테 진짜 '파바바박파팍파팍파바박!!' 하고 다가옴ㅎㅎ

아~ 진심 리스팀하고 싶다ㅎ
아~ 좋은글 추천 포스팅에 추천하고 싶다ㅎ

근데 그러면 또,
주목받기 싫어하는 찡형은 분명 이 글을 펑하겠지?ㅋㅋㅋ으앜ㅋㅋㅋ

뭐 어쨌든
내가 볼땐 찡형, 다른 사람들처럼 잘 살아온 거 같아 'ㅡ'
너무 형의 인생과 존재를 모순이라고 생각하지마ㅎㅎ 다들 그렇게 사는듯 해ㅎㅎ

퐈이팅!!

-아직도 어른이 안 됐다고 생각하는 뉴발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뉴발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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