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취업이야기 - LG 편(2차 면접)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야근을 먹고 사는 직장인 @zzrococo 입니다.

출근전 글하나 올리고 도망가겠습니다 >_<

소소한 취업 이야기의 LG전자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1-1_302.jpg

지난 글에서는 자소서와 인적성 그리고 1차 면접에 대해서 작성했었습니다.

이번글에서는 마지막 2차 면접(인성)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2차 면접


2차 면접은 인성 면접입니다.
토론 면접임원급 면접(인성 면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토론 면접 → 인성 면접 순으로 진행했습니다.


  • 토론 면접

지원자 6명이 함께 회의실 같은 곳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들어가면 토론 면접관 한 분이 진행해 주십니다.

토론 주제는 시사적인 내용이 아니라 임의로 설정한 문제 상황입니다.
예를 들면 세탁기 품질 문제 해결 방법으로 A, B, C 3가지 형태가 자료로 제공됩니다.

제공되는 자료에는 A, B, C 각각 해결 방안의 장단점이 상세히 적혀 있으며,
토론에 앞서 몇 분 동안 분석하고 메모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게 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자신이 주장해야 할 해결 방안을 면접관분이 지정해 주셨습니다.
A 2명, B 2명, C 2명 이런 방식입니다.
그냥 자리에 앉는 순서로 정해진 느낌이 강력하게 들었습니다.

더욱 재미있는 점은 제공되는 자료의 내용입니다.
해결 방안 A, B, C 중에 완벽한 것이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가위바위보와 같이 'A → B → C → A' 형태로 서로 반박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잘 만들어져서 제공됩니다.

사전에 분석할 수 있는 일정 시간이 지나게 되면, 메모지를 제외하고 제공된 자료를 회수해 갑니다.
토론을 시작하게 되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게 됩니다.

토론이 끝나게 되면 면접관분이 지원자마다 몇 가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제공된 자료의 내용이나 논리의 근거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LG전자 토론 면접의 전체적인 느낌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분석을 통해 논리 정연하게 말을 할 수 있는가?
- 사실 제공되는 토론주제나 자료의 내용이 어려운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읽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서로 연관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주장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반박당하기 쉬운 구조(?) 입니다.

2. 토론 태도
- 토론이다 보니 흥분해서 상대방의 말을 끊거나 무시해버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기기위한 토론을 펼치는 것보다 상대방과 소통하는 토론 자세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실 토론 멤버 그대로 임원 면접에 들어가기 때문에 향후를 위해서라도(?) 서로 감정이 상할 정도로 토론에 임해버리면… 아래와 같은 분위기가…



어색(김문수).jpg



  • 임원 면접

토론 면접을 했던 지원자들과 함께 면접실로 들어가게 됩니다.
임원분들은 총 세 명이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면접이 진행됩니다.

특이점이 있다면 면접관 자리와 지원자 자리가 너무 가까워서(?) 서류 내용이 다 보였던 것이 기억납니다.
면접관분들 자리에는 지원 서류, 자소서 그리고 인적성 결과로 보이는 자료들이 있었습니다.

지원자들이 모두 자리에 앉게 되면 늘 그렇듯이 자기소개를 하게 됩니다.

약간의 이벤트가 있었다면…
저와 이름이 같은 '다른 지원자' 분이 면접 시간을 잘 못 보고 들어오셨습니다.

의자는 6개인데 사람이 7명인 상황이 되어 혼란이 폭발하게 되고
인사팀에서 동명이인이라고 설명하면서 해결되었습니다.

개드립.jpg

전 가만히 상황을 바라보면서 내면에 알 수 없는 '드립에 대한 욕망'이 샘솟았고...
자기소개하면서 무의식의 흐름에 이끌려 드립을 날리게 되는데...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 제 이름이 조금 흔한 편입니다. 그래서 방금 같은 상황도 발생하곤 합니다.
(여기서 일단 면접관분들이 터지셨습니다.)

- 면접관분들 친구분이나 주위 직원 중에 저와 같은 이름을 가지신 분이 계신가요?
(2분이 있다고 대답해 주셨습니다.)

- 저와 이름이 같으신 분들이니 열정적이고 매력적인 분들이시겠지만, 오늘부터는 저부터 먼저 떠올리게 되실겁니다. 저는 대학에서 ~~



지금생각해보면 오글오글함을 떠나서 미쳤던거 같습니다…

광란의 자기소개 시간이 끝나면 면접관분들은 자소서 내용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질문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개인적이라고 적은 것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 졸업이 늦어진 이유가 있나요?

    - 아프리카 봉사활동 경험을 적어주셨는데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 타지에서 생활하면 외로울 수 있는데 괜찮으신가요?

    -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 무엇인가요?

    - 일이 힘들 수 있는데 버틸 수 있겠나요?

    - 친구가 우리 회사에 다닌다고 하셨는데 어디 부서인가요? 이름이?

    - 프로젝트 경험에 대해서 말해보세요. 등등…



조금 떠시는 분도 계셨지만, 다들 철저한 준비를 하셨는지 조목조목 대답을 잘하셨습니다.
저는 기다리면서 속으로 '저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해야지' 라고 전략을 짜고 있는데...

저한테는 질문들을 안 하시더라구요...
시간은 지나가고 듣기만 하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소개가 틀렸던 것인가…', '1차 면접에서 2등 기업이라고 해서 앙갚음인가…'
'내가 무섭게 생겼는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여긴 어디.jpg


망연자실 하고 있을 때 감동스럽게 면접관 한분이 제 이름을 불러 주셨습니다.
김춘수의 작품 '꽃' 이 감동적인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 면접관 : 음… 취미가 무엇인가요?

- 저 : 제 취미는 요리입니다.

- 면접관 : 네 알겠습니다. 다음 OOO 지원자분.



정말 이게 최선인가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나의 요리 인생의 서사시와 철학도 이야기할 수 있는데 좀 들어주세요…
'망한것인가?' 라는 의문은 '망했구나…' 라는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또 하염없이 듣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멍하니 있는데 다른 면접관분이 저에게 질문 하셨습니다.

- 면접관 : 우리 회사 말고 지원한 다른 기업이 있나요?

- 저 : 네 지원한 기업이 있습니다.
(솔직함과 입발린 거짓말 중 많은 갈등을 1초동안 했습니다.)

- 면접관 : 네 알겠습니다.



'거짓말 할걸… 이게뭐야…' 후회하는데 면접이 끝났다고 합니다. ??

듣기만 하다가 끝난 면접이었습니다. 너무 듣기만 해서 면접관 체험인 줄 알았습니다.
대기 장소 와서 먹었던 몽쉘 맛이 참 맛있었습니다.

그렇게 꿈도 희망도 없던 면접 기억은 분리수거함으로 던져버리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지금생각하면 아쉬운 점



옛 기억을 떠올려 글을 적다 보니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고치고 보완하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몇 가지 정리해서 적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토론 면접에 여백의 종이가 주어지면 일단 다 적자.

  • 기업마다 토론 면접 진행방식이 다릅니다. 토론 면접 방식에 대해서는 사전 조사를 하고 가시는 게 매우 유리합니다. 특히 여백의 종이가 주어진다면 최대한 유용한 내용을 다 옮겨 적으셔야 합니다. 기억력은 한계가 있기에 확실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2. 인성 면접에서 너무 긴장하지 말자.

  • 지원자가 여려 명이 한 번에 들어가는 '다 대 다' 면접의 경우 긴장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상당히 어렵기도 합니다.

  • 다른 지원자의 엄청난 스펙과 유창한 어휘 및 구술 실력은 아나운서가 아닌가 의심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렇다고 긴장하면 더욱 비교가 됩니다 ㅠ-ㅠ

  • 유창하게 말을 많이 안하셔도 됩니다. 천천히 말하셔도 됩니다. 간결하게 논리적으로만 말하면 충분히 승산있습니다.


3. 웃자 미소를 유지하자 그리고 또 웃자

  • 저는 비록 질문을 2개밖에 못 받았지만(?) 계속 웃고 있었습니다. 생글생글
    다른 지원자분들이 기다리면서 인상이 찡그리거나 무표정이면 초조함이 많이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웃는 모습을 최대한 유지했습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도 느낌에서 여유와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입니다.
    '조금더 자연스러웠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 ㅎㅎ



LG전자 2차 면접에서 느낌점은 이정도 입니다.
1차 면접에 이어서 당연히(?) 떨어 질 줄 알았는데… 2차 면접까지 합격했었습니다.

역시 면접에 정답은 없는것 같습니다. 케바케, 운빨이 모든걸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비록 LG전자에 입사하지 않았지만, 재미있고 이색적인(?) 취업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샘숭전자 이야기로 돌아 오겠습니다.




저의 소소한 취업 이야기는 2015년 기준으로 지금의 트랜드와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재미 삼아 '저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나 취업 당시 스펙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지난 프롤로그 참고 부탁드립니다.

소소한 취업이야기 - 프롤로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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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던 그 순간들을 잘 기억하시는군요
다른 분들에겐 좋은 예시가 되겠어요
행복한 하루되세요

취업당시 친구나 후배들 주려고 남겨둔 자료 덕분에 생생히(?) 기억이 나네요 ㅎㅎ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셨군요
많은 도움이 됐다고들 하죠?

몇명이 덕분에 취업했다고 연락와서 뿌듯한적이 있긴하네요 ㅎㅎ

그 기분 이해합니다 ㅜㅜ
좀 오래되긴 했지만 저도 듣기만하다 마지막에 질문 하나 받았네요.
면접관분들 기억하고 있어요^^;;;;

아무도 질문하지 않을때 그 묘한 압박감이 ㅎㅎ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헐 그럼 지금
LG말고 다른곳에 계시는 건가요??

전 2차 합격하시고 가실줄 알았는데 ㅡㅡㅋ

지금은 다른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ㅎㅎ
지금 일하는곳 면접이야기도 글쓰지 않을까 생각됩다

생생한 면접 현장이네요. ㅎㅎ 대기업 면접이 대략 이렇게 하구나 알게되었습니다. ^^

2015년 이야기라 지금 추세랑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ㅎㅎ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필력이 좋으시네요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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