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에 대하여 關於恐懼 About fear

in #krcalligraphy3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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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한 사발 드립니다

뭔가 드릴려면 좀 좋은 걸 드려야 할텐데 이 두려움이라는 게 맛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익모초달인 것처럼 쓰려나요? 어쩌면 사향처럼 향기로울 지도 모르죠. 아마도 최소한 영양은 풍부할 겁니다.
자, 저와 함께 쭈욱 들이키실까요?
당신은 두려움을 잘 아시나요? 잘 아실 겁니다. 그 느낌은 아실 거라는 말이죠. 하지만 느낌을 넘어서는 그 진상을 아시는 분은 드물 겁니다. 사람마다 자기 내면의 두려움을 확연히 보았다면?
이 세상에 두려움은 한낮에 찾아보는 새벽 이슬처럼 이미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접근할까요?
두려울 공(恐)이라는 한자를 증인으로 불러봅니다.
고대에 이 글자를 보면 장인 공(工) 아래 마음 심(心)입니다.
장인 공(工)은 만들다 추측하다..는 뜻이며
마음 심(心)은 마음, 또는 감정입니다.
즉 공(恐)은 인위적으로 추측하여 만들어낸 마음이며 감정입니다.
뭘 추측했길래 두려웠을까요?
이런 기본적 질문의 답은 언제나 자기 안에 있습니다. 당신은 무엇이 가장 두렵나요? 아마도 옛사람도 그걸 추측했나 봅니다. 사람들 마음은 거의 비슷하거든요.
죽음입니다. 단절이죠. 제한된 자신이며 그나마 깨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상실에 대한 추측이 나를 두렵게 했을 겁니다. 다른 오만가지 두려운 상상이 있겠으나 그 근원으로 파고 들어가보면 역시 그겁니다. 자기를 제한된 존재로 느낄 때-자기를 무가치하게 느낄 때-그것만큼 두려운 것은 없습니다.
그 느낌이 너무 두려워서 누구는 과시를 하고 미미한 인정이라도 받아보려 구걸도 해봅니다.
심지어 남을 무시해서라도 자신이 상대적으로 가치있어 보이려고 경쟁의 소용돌이를 일으킵니다.
두려움의 심볼은 뭘까요?
어둠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알 수 없음-즉 미지(未知)가 두렵습니다. 저 어둠 속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내일 내년에 내게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 그것이 두려움으로 엄습합니다.
흔히 노후를 안정시키고 싶어하죠? 그 노후에 대한 미지의 두려움은 욕망의 불길을 피워올리곤 하며 사망으로 자기를 이끌곤 합니다.

고향을 떠난지 얼마나 되시나요? 당신은 얼마나 고향으로부터 멀어져 버렸나요?
고향은 우리 생명이 태어난 곳이며 그곳은 밝은 곳입니다. 멀어질수록 그 빛이 사위어드니 어둡죠. 그 생명의 태양으로부터 멀어진 만큼 어둡고 두렵습니다. 그런데 두려우면 우리는 어떻게 합니까?
얼른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고 그 빛의 근원을 향해 유턴을 하나요?

오히려 조개껍질이라도 하나 구하여 그 안으로 자기를 감추려 합니다. 그러니 더 어두워지고 더욱 두려워지죠. 그 안에서는 어두운 생각만 창궐합니다.
그쯤 되면 어둠의 신은 두 팔을 벌리고 그를 품 안에 맞이할 것입니다.
‘어서 오라! 나의 자식이여! 내 어둠의 품으로 온전히 깃들라! 내 너희를 영원히 눈부시지 않게 하고 영원히 쉬게 하리라!’
잘 맛보셨나요? 두려움이라는 한 사발의 진한 어둠!

두려움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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