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와 그 가치에 대한 단상

in #krcrypto6 years ago

암호화폐란 무엇일까요? 그 거래를 통해 얻은 가치란 무엇일까요? 철저히 제가 보는 시점에서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공감하지 않으실수도 있지만, 그냥 자유롭게 풀어나가보고자 합니다.

1. 전통적인 가치

저는 개발자입니다. 컴퓨터에게 일 시키는 문서를 만들고 월급받아 먹고 살죠. 전통적인 관점에서, 제가 생산하는 문서에 가치가 부여되고 그것을 회사에 제공하는 댓가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가는 계약이 성립되는거겠죠. 그 문서의 보따리를 전부 합쳐 프로젝트라고 부르는데, 저 혼자 모두 작성할 수도 있고 많은 사람이 모여 하나의 보따리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에게 잘 던져주고 혼자 몇 날 며칠 동안 그 문서를 오류 없이 읽게 만들면 전 성공한겁니다. 그렇게 작년에 두 건을 해냈습니다.
제가 한 이 '문서 보따리 만들기'는 전통적인 가치에서 보자면 노동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엄밀히 말하자면, 그 노동은 컴퓨터가 합니다. 저는 그저 그 컴퓨터가 효율적이고 빠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떠밀기만 하는거죠. 일종의 체계를 만드는겁니다. 유명한 신화연구가 조지프 캠벨이 말한 어구가 있습니다.

I have bought this wonderful machine- a computer. Now I am rather an authority on gods, so I identified the machine- it seems to me to be an Old Testament god with a lot of rules and no mercy.

  • Joseph Campbell, The Power of Myth (1988), I, p. 24 ISBN 0-385-41886-8

이 분이 컴퓨터라는 개쩌는 기계를 샀는데, 이 컴퓨터가 구약의 야훼처럼 규칙은 많고 자비는 없다라고 하며 코멘트한 내용입니다. (종교적인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보는 프로젝트담당자도 그렇고, 뭐 컴퓨터가 보는 저도 그럴겁니다. 일을 받는 사람은 항상 그런 생각을 하고 일을 하겠죠. 아마 제 프로젝트 담당자도 그 위의 수석연구원급 상사를 만나도 그렇게 생각할겁니다. "먹고살려면 더러워도 참아야지" 아. 컴퓨터는 그렇게 생각 안하겠군요.
제가 보는 전통적인 가치란, '일 시키는 사람 말 잘 들으면서, 그 사람에게서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노동 행위' 로 정의해볼 수 있겠습니다. 중요한건 시간을 돈으로 바꾼다라는 점입니다. 시간이 곧 돈이고, 제 1시간의 가격은 약 13000원정도가 되겠네요. 이 계산은 할 때마다 기분 더럽습니다.

2. 새로운 가치

그런데 제게 일을 시키는 사람들의 위로 위로 위로... 끝까지 올라가다 보면 그 가치라는 말이 좀 다릅니다. 시간을 돈으로 바꾼다기 보단, 돈으로 시간을 삽니다. 그 시간으로 뭘 하냐고요? 다른 돈을 삽니다. 더 큰 돈을요. 제가 작년에 그 프로젝트 - 문서 보따리 - 를 만들고 회사가 얻은 수익은 약 2억원입니다. 계약서를 확인했으니 맞겠죠. 그 중에서 제 월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당연히 50%도 안됩니다. 30%도 안됩니다. 음...더 내려가면 비참합니다. 비밀로하겠습니다. 하지만 전 그 계약에 동의하긴 했습니다. 제가 동의한 계약은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것 이지 산출물을 시간으로 바꾸는 것 이 아니거든요. 그 산출물을 갖다 팔면, 직접 만드는 것보다 훨씬 비싼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산출물을 갖다 팔기엔 경력도, 영업실력도 없고 인맥도 없죠. 하지만 영업하시는분은 가능했습니다. 이것이 새로운 가치죠. 필요한 두 사람을 이어다가, 그 위치의 차이로부터 금전을 얻는것. 정의해보자면, 서로간의 상대적 위치 차이로 인한 이득 이 새로운 가치가 되겠군요.

3. 인정

생각보다 세상에는 노동을 신성시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땀 흘려 번 돈이 좋다고. 하지만 전 이 일을 하면서 육체적으로 힘들지도 않고, 솔직히 감정적이나 아니면 지능이 딸려 힘든것도 아닙니다. 노동이라고 생각하긴 하죠. 오히려 어떤 사람들이 보면 저는 컴퓨터와 인간의 위치 차이로 인한 이득을 챙기는, 전통적이기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 되겠네요. 전통적이고 새로운 가치 역시 서로 상대적인 것 같습니다.
화폐거래는 한국에서 상당히 생소합니다. 그냥 엔화 떨어지면 "일본가서 놀기 좋겠다 개꿀 ㅋ" 달러화 떨어지면 "지금 사놨다 미국갈때 써야지" 생각하는 정도죠. 달러화를 1000원일 때 원화로 사서, 그걸 달러화로 갖다 파는 생각은 아무도 안할겁니다. 한국에서 범죄니까요.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이건 범죄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저 시간상의 위치차이에 따른 이득을 취하는건데, 이것도 일종의 가치 창출 아닙니까. 원-엔-달러-호주달러 네개의 화폐로 서로간의 개수를 늘리려 노력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인정해줬으면 합니다. (하지만 법은 법이니...어긴적은 없습니다! 외국나가서 쓴 외화는 고스란히 집에 잘 있어요....)

4.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만든 암호화폐가 어떻게 가치를 가질까

암호화폐는 대체로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그 거래가 잘 암호화되어있고, 위변조가 극도로 까다로우며 신뢰성 있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처음에는 2100만 BTC중 수 만개를 가져다 피자를 사먹는 일밖에 못했지만, 사람들이 점점 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가치가 있다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1BTC에....계속 말해봐야 지겹죠. 2017년 9월에 한 지인으로부터 비트코인이 연말에 10000만원 간다고 얘기를 들었을때 불신했습니다. 그정도는 아니고 800만원이면 적당하다. 에휴.... 말을 들었어야했는데. 어찌되었건, 일은 터졌습니다. 사람들은 막대한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죠.
제가 생각하는 그 가치의 정의로부터 보자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서로간의 위치의 차이가 좁혀졌음을 극도로 안정적인 방법을 통해 증명하는 네트워크 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정적인게 뭘까요? 금? 왕수에 녹습니다. 은? 동? 산화시키면 그만이죠. 점점 실제로 보이는 물건이 아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그 '약속'에 가치가 부여되기 시작했습니다. 약속이 적힌 종이가 나돌더니 곧 약속이 적힌 데이터베이스에다가 SELECT * FROM ACCOUNT WHERE NAME='orlein' 쿼리날려서 나온 money 칼럼...아뇨 진짜로 이런식은 아니겠죠;; 아무튼 그 데이터쪼가리가 제 경제활동을 증명합니다. 거기에 그냥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포함되었을 뿐입니다. 이상한가요. 저는 코인을 공부하고나서부터, 그냥 제가 가진 우리은행 신한은행 카카오뱅크 계좌에 이어 비트코인 이더리움 퀀텀 지갑이 생겼다고 생각해버렸습니다. 그게 끝이죠. 예금이자가 우리은행이 신한은행보다 비싸대! 라는 소식이 들리면 신한은행 돈을 빼서 우리은행에 집어넣듯, 이더리움이 뛴대! 싶으면 이더리움에 투자합니다. 시간상의 차익을 가치로써 얻는거죠.

5. 그 가치, 너무 과도한 이득이 아닌가?

사실 이 점을 많이들 지적하십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펀드회사, 보험회사 등 금융회사는 많습니다. 금융회사들이 고객들의 돈을 받아다 굴리면서 직원들 월급을 주고, 그것도 다른 업계보다 꽤 많이 주고, 고객들에게는 이익을 실현해주며, 원금도 거의 까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대체 어떻게 이득을 봐야할까요. 당연히 이득을 엄청 많이 봐야겠죠. 저는 코인거래가, 그 이득의 민주화라고 봅니다. 아니다 말을 바꾸죠... 탈중앙화요. 예를들어 사람들이 이더리움을 삽니다. 그럼 그 돈은 어디로 가나요. 지금 당장 현금화가 필요한 사람에게로 갑니다. 나중에 오르리라고 생각하든말든, 그렇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은 돈을 벌었다고 착각합니다. 그런데, 다른 금융상품은 안그렇냐구요. 집을 2억5천만원에 샀습니다. 오를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그 2억5천만원을 쓰지 못합니다. 집 산지 1년만에 일이 잘 풀려 집이 3억원이 됐습니다. 그 2억 5천만원이 내 것이었나요? 아니요. 다른 사람 호주머니에 들어가서 잘 쓰였습니다. 원래 화폐란게 그런 물건 아니겠습니까. 원래 금융이란게 그렇게 돈놓고 돈먹기 아니겠습니까. 아, 그리고 저 사례는 실화에 기반합니다. 11억짜리 집이 10년 지나니 30억원이 되더라구요....ㅎㅎㅎ 암호화폐를 통해 벌었다고 한 사람들은, 올라갈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기대감을 잘 사서 현금화시켰다...고 생각해봅니다.

6. 그래도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지, 그냥 마우스만 딸깍딸깍해서 수 십억원 벌면 쓰나.

1로 되돌아갑니다. 전 컴퓨터앞에서 자판 딸각딸각 쳐서 돈을 법니다. 컴퓨터가 읽는 문서 꾸러미요. 힘을 쓰는것도 아니고 크게 스트레스 받는 것도 아니고... ㅎㅎㅎ...코인질과 성투를 위해 공부하고 헷징하는것도 전 일종의 노동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화폐(원화나 달러화)가 풀린것에 비해, 유통량이 정말 턱없이 적어요. 자꾸 정부에서 물가상승률이 낮다고 징징대잖아요. 사람들은 어이없어하잖아요. 당연히 그렇죠 돈이 쓰여야 할 곳에 쓰이지 않고, 안 써도 되는 사람들이 꽁꽁 숨겨놓으니까요. 이 사람들이 돈을 왕창왕창 썼으면 좋겠네요 좀. 그렇다 해도,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그런 부자들을 죽창으로 찌른다거나 하는건 별로 좋은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돈을
적극적으로 더 낭비할 수 있게 도와주면 몰라도요. 암호화폐 거래가 그 괜찮은 낭비의 수단이 아닌가 또 생각해봅니다. 똑똑한사람들이니 돈을 더 벌 수도 있겠지만, 별로 안똑똑하고 운만 좋은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버는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게 왜 나쁜가요? 오히려 시중에 돈이 활활 잘 돌면, 전 그걸로 좋습니다. 그것도 노동을 통해 번 돈이니까요. 달리 생각해보면, 개개인의 노동의 가치가 상당히 저평가되어있고 그 가치가 더 괜찮다며 더 끌어내 준 것이 암호화폐 시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7. 마무리

부디, 특히 중년과 노년층 여러분, 젊은이들이 돈을 많이 버는것을 좋아해주시기 바랍니다. 외국 돈을 뜯어와 돈을 버는 친구들도 있겠고, 아닌 친구들도 있겠지만 결국 그렇게 국내에 돈이 많이 돌아줘야 더 많은 노년 인구가 인구절벽기의 노년기를 버티실 수 있습니다. 그게 노동으로 벌었건, 노동으로 생각지 않는 방법으로 벌었건 무슨 상관입니까. 이거 범죄도 아닌데요. 가치창출도 하고 있어요. 나름대로요... 회사 가서 앉아서 일하는거나 육체노동 뿐만아니라 코인질도 꽤 가치있는 일이라구요. 마우스클릭하며 키보드 딸각이는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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