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할 만한 학벌이라..

in #kr-diary9 days ago

학벌이 좋다고 느끼는 기준은 사람마다 끝없이 달라지는 것 같다.
비서울대는 서울대를 바라보고, 서울대는 유학파를 바라보고, 유학파는 아이비리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아이비리그 안에서도 또 다른 기준과 비교가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나는 항상 스스로를 “학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서울대를 다니는 친구들조차 자신의 위치에 대해 여러 생각과 불안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자주 봤다. 결국 사람은 늘 자기보다 위에 있다고 느끼는 무언가를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어떤 친구가 온라인으로 자신을 “어느 좋은 학교의 2학년”이라고 아주 당돌하게 소개하는 모습을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자신감이 부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아직 세상을 덜 본 어린 확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굳이 내가 현실을 말해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더 넓은 세계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까. 대학 이름만으로 자신을 설명하던 시기를 지나, 결국에는 무엇을 공부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는지가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또 그 친구는 교수가 되고 싶다며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학점은 중요하다. 하지만 교수라는 자리는 단순히 높은 학점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곳도 아니고, 박사 학위를 받는다고 자동으로 주어지는 자리도 아니다. 결국에는 오래 버티는 힘, 연구의 깊이,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 그리고 운과 시대까지도 함께 작용하는 세계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나는 누군가의 자신감을 쉽게 비웃고 싶지는 않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더 넓은 세계와 더 다양한 기준들을 만나게 된다고 생각한다. 대학 이름으로 자신을 설명하던 시기를 지나, 결국에는 무엇을 공부했고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아가는지가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도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생일이 코앞으로 다가와 한 살을 더 먹게 되니,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를 더 자주 돌아보게 된다.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결국 사람은 자신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며 살아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어디에 서 있는가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를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