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acle 하구먼

in #kr-diary9 hours ago

오늘은 무려 세 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이후 해외 대학과 연구소에서 온 사람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방금 막 숙소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숙소 문이 잠기는 불상사까지 있었다.

정말 어지간히도 많은 일이 한꺼번에 몰려온 하루였다. 더 힘든 것은 이런 하루가 오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일, 어쩌면 모레까지도 비슷한 일정이 이어질 예정이다. 생각만 해도 조금 지친다.

사실 혼자서 하는 일은 크게 힘들지 않다. 연구든 공부든, 혼자 앉아서 무언가를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일이라면 오히려 오래 해도 괜찮다. 그런데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방에게 신경을 쓰면서 나 자신을 계속해서 소비해야 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그렇다고 대충할 수도 없다. 찾아온 사람에게 성의 없이 대하는 것은 실례이고, 그렇다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꺼내고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면 내가 감당해야 할 에너지가 너무 커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사이에서 적당한 선을 찾는 것일 텐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중용을 지키는 일.

아마 요즘 내가 가장 어려워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이든 적당히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나는 그것도 생각보다 잘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한 번 무언가를 시작하면 끝까지 제대로 해보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도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런데 정작 그 많은 일들이 결국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가끔은 남들처럼 조금 쉬운 길을 선택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굳이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만족하면서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렇게 사는 것이 훨씬 편하고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쉬운 길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내가 정말 그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인생을 아주 쉽게 살지는 못할 것 같다. 그게 꼭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처럼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보이지 않는 순간에는 조금 버겁다. 그래도 일단은 눈앞에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야겠지.

오늘 하루도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내일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조금 지치더라도, 너무 많이 소비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대충하지도 않으면서. 그 적당한 지점을 찾아가는 것.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답을 찾는 것보다, 바로 그 중용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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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대로 갑니다. ㅎㅎ
나이 드시면 조금 더 여유가 생기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