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Han Gong-ju, 2013)

in #life7 years ago

감독 : 이수진
출연 : 천우희(한공주), 정인선(이은희), 김소영(전화옥)

한공주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픽션을 첨가하여 만들어낸 영화입니다. 바로 ‘밀양 여중생 사건’. 2004년 밀양에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입니다. 밀양의 고등학생 41명이 울산의 한 여중생을 1년 여 간 성폭행을 했던 사실이 드러난 것인데요. 채팅 사이트에서 알게 된 울산의 여중생을 밀양으로 만나자며 불러내어 쇠파이프로 머리를 내리쳐 기절시킨 뒤 성폭행을 한 것이죠. 성폭행 영상과 알몸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말을 하면 유포시켜버리겠다는 협박을 해서 여중생인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 한 그들은 그녀를 1년 동안 성폭행하며 친구들을 끌어들입니다. 이렇게 그녀를 끔찍한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사람은 단 몇 명이 아닌 41명의 고등학생들. 어린나이의 그녀는 차마 신고도 하지 못하고 1년의 세월을 참아오다 불안정해 보이는 그녀를 보고 그녀의 이모가 추궁을 하자 결국 폭행 및 성폭행 사실을 밝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한공주’라는 영화가 얼마나 비참한 사건을 영화화 한 것인지 분노에 끓게 되는데요. 이러한 일을 당하게 된 계기는 바꾸어서 영화화를 진행했지만, 그 뒤의 장면들을 보다보면 그녀의 안쓰러운 모습에 치를 떨게 됩니다. 하지만 분노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영화가 결말로 닿아가면서 그녀의 더 큰 아픔들이 드러나게 되는데요. 새 가정을 꾸려 공주를 무시하는 공주의 친모와 알코올중독 아버지. 기댈 곳 없는 공주는 전학을 가고 그곳에서 친구들을 어렵사리 사귀지만, 지금껏 꽁꽁 숨겨왔던 자신의 옛기억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까 두려워하고, 이러한 공주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은 점점 공주와 마찰을 빚게 됩니다. 그러던 중, 공주의 아빠는 탄원서를 주며 공주에게 싸인을 요구하고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공주는 싸인을 하게 됩니다. 이후 탄원서에 싸인을 해달라며 가해자들의 부모가 공주의 학교로 찾아오고, 그렇게 숨기고 했던 사실을 공주의 친구들도 알게 되며 공주는 결국 자살을 택합니다.

이 이야기는 영화에 의한 픽션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분노를 삽니다. 당초 밝혀졌던 41명의 가해자 이외에도 조사 도중 밝혀진 추가 가해자 및 공모자들이 70여명 추가되며 총 105명의 가해자와 공모자가 드러나게 되는데요. 70여명의 추가 가해자는 수사마저 흐지부지하게 지나가버려 모두 무혐의 처리가 되어버립니다. 당초 밝혀졌던 41명의 가해자의 조사 역시 어처구니없이 진행됩니다. 피의자 41명과 그녀를 고작 5m정도 밖에 차이 나지 않는 위치에 세워놓고 직접 가해자를 지목하게 만들고, 그녀들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발언들을 경찰이 서슴치않고 진행하며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힘든 시기를 거쳐 그들을 벌주고 싶어 했던 그녀. 하지만 2005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그녀대신 그녀의 아버지는 5천만원 가량의 합의금을 받고 합의를 진행합니다.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그녀는 어처구니없는 합의금으로 합의를 진행해 그들을 벌주지 못했고, 합의금 또한 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학교를 중퇴하고 현재는 일용직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을 뿐이라고 전해지더군요. 정말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심지어 가해자들은 대학교에 진학하여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사건이 이슈화 된 직후 그 당시 유행하던 싸이월드를 통해 가해자들이 서로 어이없다는 듯한 말을 하며 욕을 한다던지, 그들의 친구들이 그들을 두둔하는 글을 남겨 많은 비난을 샀는데요. 심지어 그런 사람들 중 여자들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으며, 그 사람들 중에는 교사를 준비하는 학생도, 경찰이 되어있는 사람도 있어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한사람의 인생을 어처구니없이 망쳐버리고 살아가는 인생에 오점하나 남기지 않은 그들이 내 곁 어딘가에 나도 모르는 채 숨 쉬고 살아가고 있다니 역겨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신상정보가 많이 알려져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겠으나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흐르고 그들 또한 변했으며 이제는 개인정보 보호 등 법적으로도 문제 될 것이 많아 쉽게 드러날 수 없겠죠.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이 두 번 다시 일어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1차적인 사건은 물론이고 2차적인 사람들의 비난받아야 마땅할 행동과 말들 까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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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을 담은 글이네요. 잘보고갑니다.

저도 영화 한공주 인상깊게 봤습니다. 특히 천우희 배우 덕분에 영화가 더 돋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화의 연출도 크게 분노하진 않지만, 자연스레 가슴이 저며오게 만들었던 것 같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제 스팀잇은 영화와 관련된 글을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 관심있으시면 들려서 소통하면 좋을 것 같아요~ 보팅과 팔로우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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