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발자국
이제 이만하면 손잡고 같이 걸어갈 때가 된 것 같은데 그건 아직 내 생각에 지나지 않았나보다. 내가 겨우 따라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시간은 이미 저 멀리까지 나가 있어 나는 언제나 그것의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시간이 발자국을 찍으며 걸어가면 나는 그 발자국을 일부러 피해서 내 발자국을 찍으면서 걸어갔다. 하루는 반항심에, 하루는 내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그 발자국을 똑같이 따라 걷는 것이 올바른 인생이라는 말을 믿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가끔 주위가 회색으로 변해가는 걸 느낄 때, 내 곁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찬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밀 때 나는 가끔 뒤돌아 걷기도 했다. 내가 그간 걸어왔던 발자국을 보기 위해. 그 발자국은 어떤 때는 당당한 모양새로, 어떤 때는 쓰러지기 직전의 스치는 모양새로, 또 어떤 때는 붉은 선혈을 가득 묻힌 채로.
그렇게 나의 인생은 수많은 발자국으로 남았다. 주저앉기를 수 천 번, 인생을 증오하기를 수 백 번, 모든 것을 포기하길 원하기를 수 십 번, 그러나 꿋꿋이 멈추지 않고 걸어오기를 수 억 번. 오늘의 발자국도 그렇게 남기를. 그렇게 걸어가기를. 주저앉는 한이 있더라도 멈춰서는 일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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